‘7광구’ 버티는 일본, 묘수는?

입력 2023.03.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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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쪽 대륙붕 7광구 석유자원을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공동개발하기로 체결한 조약의 종료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막대한 석유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UN 보고서가 나오면서 한·일 양국은 1978년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조약을 맺었지만, 일본이 개발을 거부하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50년 기간의 조약이기에 앞으로 5년 뒤 2028년까지 조약은 유효하지만 종료되기 3년 전 조약을 연장할지, 종료할지 상대국에 통보하게 돼 있습니다. 2025년 6월 22일입니다. 일본은 이날 조약 종료를 공식적으로 통보해 올 가능성이 큽니다. 딱 2년 남았습니다.

조약을 종료시킨 뒤 일본은 한국을 배제한 체 독자 개발, 또는 중국과 공동개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조약 종료가 코앞에 닥친 지금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일본에 대응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전략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한국 기업, 일본 조광권자로 지원해야…

이미 3년 전인 2020년 1월, 우리 정부는 일본에 7광구를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석유 개발을 추진할 사업자 즉, 조광권자로 ‘한국석유공사’를 지정하고 일본도 조광권자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978년 맺은 한·일 공동개발 조약에 7광구 개발은 한·일 양국이 반드시 조광권자를 각각 지정해 공동으로 추진하게끔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조광권자 지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 가운데 조광권자로 나서려는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석유공사가 나섰지만, 일본 기업들은 7광구에 석유가 없다고 보기에 나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조광권자로 나서려는 기업이 없는데 일본 정부가 강제로 등을 떠밀 수도 없고 어쩌겠냐는 겁니다. 이 때문에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원개발 기업들이 일본 측 조광권자로 나서면 됩니다. 포스코와 SK 그룹 등 자원개발 기업들 여럿 있습니다. 미얀마 가스전 등 해외 유전 개발에 성공한 경험도 있고, 자본력도 있습니다.

외국의 기업이 일본 조광권자로 지원하는 것, 법적으론 아무 문제 없습니다. 과거 1970년대 한·일 양국이 7광구 개발을 진행했을 때 당시 기술력과 자본이 없었던 한국은 미국 칼텍스를 공동 조광권자로 참여시켰습니다.

일본 기업이 나서지 않는다고 하니 한국 기업이 들어가면 됩니다.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워 형식적으로 일본 기업으로 참여해도 됩니다. 사실 이 전략은 3년 전 우리 정부가 일본에 7광구 개발을 통보할 당시 세워놓았던 단계별 전략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려야…


또 한가지 전략은 4월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의제로 7광구 문제를 올려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인데 뜬금없이 '왜 7광구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7광구 문제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이 대륙붕 7광구 지역을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일본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1978년 한국과 일본이 조약을 맺을 당시 중국(당시 중공)은 반발은 했으나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중국도 한·일간 7광구 공동개발 조약이 조만간 종료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1990년대 7광구 서쪽 중국 해역에 4개의 해상 유전을 개발해 가동하고 있는 중국은 2007년 7광구 바로 근처에 ‘룽징(龍井)’이라 이름 붙인 5번째 해상 유전을 개발했습니다. ‘용의 우물’이라 이름 붙인 이 다섯 번째 해상 유전은 그러나 일본의 반발로 잠시 개발을 보류한 상태입니다.

당시 일본이 반발한 이유는 룽징 유전은 7광구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자칫 7광구에 묻혀있을지 모를 석유가 다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로 당시 중국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지금의 중국은 7광구를 한·일 양국이 어떻게 결정할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일 공동개발 조약이 이대로 종료되면 중국은 7광구를 개발하겠다고 들어올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일본 정부가 무슨 생각, 어떤 전략을 하고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한국과의 조약을 종료시킨 뒤 일본 단독으로 7광구 개발을 추진할 수도, 아니면 한국은 아예 배제하게 시키고 중국과 손잡고 중·일 공동개발구역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겠다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배치된다는 점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올려 다뤄야 합니다. 미국의 국익과도 맞지 않으니 일본을 설득시켜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도 올려야…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선 7광구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있게 될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선 의제로 올려야 합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의제 설정을 거부할 소지가 큽니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는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끄러워져야 국제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 보게 됩니다.

후일 있을지도 모를 일본과의 법적 분쟁에서 이런 점은 우리에게 일종의 실적이 됩니다. 한국은 공동개발 조약 취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자 했는데 일본이 거부했다는 근거를 계속 남겨야 합니다. 이제 딱 2년 남았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유리한 쪽은 일본이고 불리해지는 쪽은 한국입니다.

자세한 동영상 설명은 유튜브 'KBS 시사'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채널에 올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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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광구’ 버티는 일본, 묘수는?
    • 입력 2023-03-31 19:02:01
    취재K

제주도 남쪽 대륙붕 7광구 석유자원을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공동개발하기로 체결한 조약의 종료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막대한 석유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UN 보고서가 나오면서 한·일 양국은 1978년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조약을 맺었지만, 일본이 개발을 거부하면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50년 기간의 조약이기에 앞으로 5년 뒤 2028년까지 조약은 유효하지만 종료되기 3년 전 조약을 연장할지, 종료할지 상대국에 통보하게 돼 있습니다. 2025년 6월 22일입니다. 일본은 이날 조약 종료를 공식적으로 통보해 올 가능성이 큽니다. 딱 2년 남았습니다.

조약을 종료시킨 뒤 일본은 한국을 배제한 체 독자 개발, 또는 중국과 공동개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조약 종료가 코앞에 닥친 지금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일본에 대응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전략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한국 기업, 일본 조광권자로 지원해야…

이미 3년 전인 2020년 1월, 우리 정부는 일본에 7광구를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석유 개발을 추진할 사업자 즉, 조광권자로 ‘한국석유공사’를 지정하고 일본도 조광권자를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1978년 맺은 한·일 공동개발 조약에 7광구 개발은 한·일 양국이 반드시 조광권자를 각각 지정해 공동으로 추진하게끔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지금까지도 조광권자 지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 가운데 조광권자로 나서려는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석유공사가 나섰지만, 일본 기업들은 7광구에 석유가 없다고 보기에 나서지 않는다는 겁니다. 조광권자로 나서려는 기업이 없는데 일본 정부가 강제로 등을 떠밀 수도 없고 어쩌겠냐는 겁니다. 이 때문에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원개발 기업들이 일본 측 조광권자로 나서면 됩니다. 포스코와 SK 그룹 등 자원개발 기업들 여럿 있습니다. 미얀마 가스전 등 해외 유전 개발에 성공한 경험도 있고, 자본력도 있습니다.

외국의 기업이 일본 조광권자로 지원하는 것, 법적으론 아무 문제 없습니다. 과거 1970년대 한·일 양국이 7광구 개발을 진행했을 때 당시 기술력과 자본이 없었던 한국은 미국 칼텍스를 공동 조광권자로 참여시켰습니다.

일본 기업이 나서지 않는다고 하니 한국 기업이 들어가면 됩니다.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워 형식적으로 일본 기업으로 참여해도 됩니다. 사실 이 전략은 3년 전 우리 정부가 일본에 7광구 개발을 통보할 당시 세워놓았던 단계별 전략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려야…


또 한가지 전략은 4월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의제로 7광구 문제를 올려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인데 뜬금없이 '왜 7광구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7광구 문제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이 대륙붕 7광구 지역을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이 일본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1978년 한국과 일본이 조약을 맺을 당시 중국(당시 중공)은 반발은 했으나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중국도 한·일간 7광구 공동개발 조약이 조만간 종료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1990년대 7광구 서쪽 중국 해역에 4개의 해상 유전을 개발해 가동하고 있는 중국은 2007년 7광구 바로 근처에 ‘룽징(龍井)’이라 이름 붙인 5번째 해상 유전을 개발했습니다. ‘용의 우물’이라 이름 붙인 이 다섯 번째 해상 유전은 그러나 일본의 반발로 잠시 개발을 보류한 상태입니다.

당시 일본이 반발한 이유는 룽징 유전은 7광구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자칫 7광구에 묻혀있을지 모를 석유가 다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로 당시 중국은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지금의 중국은 7광구를 한·일 양국이 어떻게 결정할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일 공동개발 조약이 이대로 종료되면 중국은 7광구를 개발하겠다고 들어올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일본 정부가 무슨 생각, 어떤 전략을 하고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한국과의 조약을 종료시킨 뒤 일본 단독으로 7광구 개발을 추진할 수도, 아니면 한국은 아예 배제하게 시키고 중국과 손잡고 중·일 공동개발구역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겠다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배치된다는 점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올려 다뤄야 합니다. 미국의 국익과도 맞지 않으니 일본을 설득시켜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도 올려야…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선 7광구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있게 될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선 의제로 올려야 합니다. 물론 일본 정부는 의제 설정을 거부할 소지가 큽니다.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는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끄러워져야 국제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 보게 됩니다.

후일 있을지도 모를 일본과의 법적 분쟁에서 이런 점은 우리에게 일종의 실적이 됩니다. 한국은 공동개발 조약 취지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자 했는데 일본이 거부했다는 근거를 계속 남겨야 합니다. 이제 딱 2년 남았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유리한 쪽은 일본이고 불리해지는 쪽은 한국입니다.

자세한 동영상 설명은 유튜브 'KBS 시사'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채널에 올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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