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엔] 그저 귀여운 선물?…중국 ‘판다 외교’의 두 얼굴

입력 2023.04.01 (07:05) 수정 2023.04.10 (10: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은 판다 보호에 힘쓰는 동시에 공공외교 자원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 중국 관영 CCTV 캡처)중국은 판다 보호에 힘쓰는 동시에 공공외교 자원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 중국 관영 CCTV 캡처)

중국 쓰촨성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식도락에 관심 있으신 분은 마파 두부나 훠궈가 생각나실테고요. 소설 삼국지 팬이라면 유비가 제갈공명의 도움으로 건국한 촉한을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이 태어난 곳, 두보가 왕성하게 저술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 중국, '판다의 고향' 쓰촨성 등지에 판다 연구 기지 설립

그런데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쓰촨에 주로 살던 판다는 19세기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서구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판다 사냥이 유행하면서 20세기 들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멸종 위기에 몰린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보호 구역을 설정하고 연구 기지도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쓰촨성에는 판다 연구 기지가 5곳이나 됩니다. 베이징과 깐수성 등 전국적으로 판다 기지 수가 늘고 있습니다.

청두 판다 연구 기지에서 관광객들이 판다를 촬영하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청두 판다 연구 기지에서 관광객들이 판다를 촬영하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쓰촨성 성도 청두의 판다 연구 기지는 판다 번식 사업과 관광의 중심지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인 뒤여서인지 요즘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어린 판다들이 재롱을 부릴 때마다 관광객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사진 찍기에 분주합니다.

청두 연구 기지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두장옌 기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관광객 수가 적고 한적합니다. 두장옌 기지는 나이 많은 판다들이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판다는 자연 상태로는 15~20년 정도 살고, 보호 기지에서는 30~35년까지도 생존한다고 합니다.

청두 판다 연구 기지에서 판다가 주식인 대나무를 먹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청두 판다 연구 기지에서 판다가 주식인 대나무를 먹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관람객들의 시선은 특히 판다가 먹이를 먹을 때 집중됩니다. 사과 같은 별식도 먹지만 판다의 주된 먹거리는 단연 대나무입니다. 현지 판다 가이드는 판다 먹이의 99%가 대나무라고 설명합니다. 대나무 잎과 죽순, 줄기를 먹는데, 판다의 나이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먹는 것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 중국, 판다 보호 위해 번식·방사 사업...야생 판다 1,800 마리 넘어

중국 당국은 그동안 판다 수를 늘리기 위해 번식에 애를 써왔습니다. 갓 태어난 판다를 인큐베이터에서 키우고, 판다 DNA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판다가 성장하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사 사업도 펴고 있습니다. 그 덕에 현재 야생 판다가 1,800 마리가 넘습니다. '멸종 위기'에서 '취약'으로 생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중국은 야생 판다 수를 늘리기 위해 판다 방사 사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사진: CCTV 캡처) 중국은 야생 판다 수를 늘리기 위해 판다 방사 사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사진: CCTV 캡처)

판다에 대한 관심과 실적은 중국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한다는 국내외 정책 홍보에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청두 판다 연구 기지의 후룽 부주임은 3월 초 양회 기간 내외신 기자들 앞에 나서 "판다 국립공원을 포함해 중국의 첫 국립공원이 공식 설립된 것은 중국의 자연 보호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다가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게된 데는 귀엽고 순해보이는 이미지가 한 몫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이미지는 중국의 공공 외교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판다 외교'입니다.

■ 1972년 닉슨 방중 계기로 '판다 외교' 본격화

중국은 20세기 들어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 미국에 판다를 선물한 이래 다른 나라와 우의를 다지는데 판다를 활용하곤 했습니다. 북한으로도 적잖은 판다가 갔습니다. 그래도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에 판다 2마리를 선물하며 '판다 외교'란 말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판다 외교’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판다를 관람하는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패트리샤 닉슨 여사 (사진: KBS 뉴스7 캡처)‘판다 외교’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판다를 관람하는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패트리샤 닉슨 여사 (사진: KBS 뉴스7 캡처)

중국은 러시아, 독일은 물론 한국에도 정상 외교 과정에서 판다를 보냈습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 메르켈 총리 등과 자국이 대여한 판다를 함께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판다가 큰 화제였습니다. 지난 2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일본의 '국민 판다'로 불리던 샹샹이 중국으로 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서 관람객들이 몰린 것입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중일 관계를 되새기는 계기도 됐습니다.

지난 2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중국 송환을 앞둔 ‘국민 판다’ 샹샹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사진: KBS 뉴스9 캡처)지난 2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중국 송환을 앞둔 ‘국민 판다’ 샹샹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사진: KBS 뉴스9 캡처)

■ '국민 판다' 샹샹의 중국행에 일본 들썩...미국에서는 '판다 외교 50주년' 행사도

샹샹이 중일 관계의 호재가 되자 샹샹의 부모 판다를 일본에 보냈던 중국 정부는 반색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샹샹이 일본에 사는 다른 판다 가족과 함께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 증진에 독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도 판다 외교가 화제가 됐습니다. 미중 판다 외교 50주년을 기념식이 열린 것입니다. 5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50을 장식한 케이크가 판다 앞에 놓였습니다. 미중 양국 대표는 케이크에 판다의 주식, 대나무 잎을 꽂았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친강 당시 주미 중국대사(현 외교부장)는 "판다는 (미중) 우정의 상징이고 우리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 열린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 친강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당시 주미대사)도 참석했다.(사진: CCTV 캡처)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 열린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 친강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당시 주미대사)도 참석했다.(사진: CCTV 캡처)

중국의 판다 활용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판다를 마스코트로 활용했습니다. 자국 축구팀이 본선에도 못오른 카타르 월드컵 때도 카타르에 중동 최초 판다 전시관을 열어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판다는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공공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판다 외교의 이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판다 외교' 논란 확산...중국, 판다 대여 시 한해 최대 13억원 받아

중국은 1980년대 관련 규정을 정비해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만 해외에 보냅니다. 이때 한해 최대 백만 달러, 우리 돈 13억 원 가량을 받습니다. 번식 연구 기금 명목입니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도 중국이 40만 달러, 우리 돈 약 5억 원을 받습니다.

새끼 판다가 번식이 가능한 서너 살이 되면 중국으로 보내야합니다. 일본에 살던 샹샹이 그런 경우입니다. 어렵게 태어난 판다를 중국에 보내야 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판다와 함께 거액이 오가니 장삿속 아니냔 시선도 있습니다.

2019년 6월 모스크바 동물원을 방문해 중국이 대여한 판다에 대한 설명을 나란히 함께 듣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첫번째)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APTN 캡처)2019년 6월 모스크바 동물원을 방문해 중국이 대여한 판다에 대한 설명을 나란히 함께 듣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첫번째)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APTN 캡처)

동물 보호 단체는 판다를 함부로 주고 받아선 안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동물 보호 단체 PETA 아시아지부의 제이슨 베이커 부회장은 "판다는 가족, 친구와 유대 관계가 돈독한 영리하고 사회적인 동물"이라면서 선물처럼 주고 받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 '판다 외교'에 대한 정치적 비판도...미 의회에 '새끼 판다 송환 반대' 법안 제출

정치적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희석시키는데 판다의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요컨대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돈벌이와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 ‘새끼 판다 송환 금지 법안’을 제출한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이 법안 제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C-SPAN 캡처) 지난해 미국 의회에 ‘새끼 판다 송환 금지 법안’을 제출한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이 법안 제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C-SPAN 캡처)

이 때문에 미국에서 새끼 판다 송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이 지난해 의회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낸시 메이스 미 하원의원은 법안을 제출하면서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지라며 중국을 지목했을 때, 중국에선 미국에 대여한 판다를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우호의 상징이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반세기 동안 환영받던 판다 외교가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되는 현실은 미중 긴장 관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세계엔] 그저 귀여운 선물?…중국 ‘판다 외교’의 두 얼굴
    • 입력 2023-04-01 07:05:07
    • 수정2023-04-10 10:09:06
    주말엔
중국은 판다 보호에 힘쓰는 동시에 공공외교 자원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 중국 관영 CCTV 캡처)
중국 쓰촨성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식도락에 관심 있으신 분은 마파 두부나 훠궈가 생각나실테고요. 소설 삼국지 팬이라면 유비가 제갈공명의 도움으로 건국한 촉한을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이 태어난 곳, 두보가 왕성하게 저술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 중국, '판다의 고향' 쓰촨성 등지에 판다 연구 기지 설립

그런데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쓰촨에 주로 살던 판다는 19세기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서구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판다 사냥이 유행하면서 20세기 들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멸종 위기에 몰린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보호 구역을 설정하고 연구 기지도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쓰촨성에는 판다 연구 기지가 5곳이나 됩니다. 베이징과 깐수성 등 전국적으로 판다 기지 수가 늘고 있습니다.

청두 판다 연구 기지에서 관광객들이 판다를 촬영하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쓰촨성 성도 청두의 판다 연구 기지는 판다 번식 사업과 관광의 중심지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인 뒤여서인지 요즘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어린 판다들이 재롱을 부릴 때마다 관광객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사진 찍기에 분주합니다.

청두 연구 기지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두장옌 기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관광객 수가 적고 한적합니다. 두장옌 기지는 나이 많은 판다들이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로 판다는 자연 상태로는 15~20년 정도 살고, 보호 기지에서는 30~35년까지도 생존한다고 합니다.

청두 판다 연구 기지에서 판다가 주식인 대나무를 먹고 있다.(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관람객들의 시선은 특히 판다가 먹이를 먹을 때 집중됩니다. 사과 같은 별식도 먹지만 판다의 주된 먹거리는 단연 대나무입니다. 현지 판다 가이드는 판다 먹이의 99%가 대나무라고 설명합니다. 대나무 잎과 죽순, 줄기를 먹는데, 판다의 나이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먹는 것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 중국, 판다 보호 위해 번식·방사 사업...야생 판다 1,800 마리 넘어

중국 당국은 그동안 판다 수를 늘리기 위해 번식에 애를 써왔습니다. 갓 태어난 판다를 인큐베이터에서 키우고, 판다 DNA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판다가 성장하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사 사업도 펴고 있습니다. 그 덕에 현재 야생 판다가 1,800 마리가 넘습니다. '멸종 위기'에서 '취약'으로 생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중국은 야생 판다 수를 늘리기 위해 판다 방사 사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사진: CCTV 캡처)
판다에 대한 관심과 실적은 중국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한다는 국내외 정책 홍보에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청두 판다 연구 기지의 후룽 부주임은 3월 초 양회 기간 내외신 기자들 앞에 나서 "판다 국립공원을 포함해 중국의 첫 국립공원이 공식 설립된 것은 중국의 자연 보호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다가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게된 데는 귀엽고 순해보이는 이미지가 한 몫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이미지는 중국의 공공 외교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판다 외교'입니다.

■ 1972년 닉슨 방중 계기로 '판다 외교' 본격화

중국은 20세기 들어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 미국에 판다를 선물한 이래 다른 나라와 우의를 다지는데 판다를 활용하곤 했습니다. 북한으로도 적잖은 판다가 갔습니다. 그래도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미국에 판다 2마리를 선물하며 '판다 외교'란 말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판다 외교’는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판다를 관람하는 닉슨 대통령의 부인 패트리샤 닉슨 여사 (사진: KBS 뉴스7 캡처)
중국은 러시아, 독일은 물론 한국에도 정상 외교 과정에서 판다를 보냈습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 메르켈 총리 등과 자국이 대여한 판다를 함께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도 판다가 큰 화제였습니다. 지난 2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일본의 '국민 판다'로 불리던 샹샹이 중국으로 가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서 관람객들이 몰린 것입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중일 관계를 되새기는 계기도 됐습니다.

지난 2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서 중국 송환을 앞둔 ‘국민 판다’ 샹샹을 촬영하는 관광객들(사진: KBS 뉴스9 캡처)
■ '국민 판다' 샹샹의 중국행에 일본 들썩...미국에서는 '판다 외교 50주년' 행사도

샹샹이 중일 관계의 호재가 되자 샹샹의 부모 판다를 일본에 보냈던 중국 정부는 반색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샹샹이 일본에 사는 다른 판다 가족과 함께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 증진에 독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도 판다 외교가 화제가 됐습니다. 미중 판다 외교 50주년을 기념식이 열린 것입니다. 5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50을 장식한 케이크가 판다 앞에 놓였습니다. 미중 양국 대표는 케이크에 판다의 주식, 대나무 잎을 꽂았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친강 당시 주미 중국대사(현 외교부장)는 "판다는 (미중) 우정의 상징이고 우리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에서 열린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 친강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당시 주미대사)도 참석했다.(사진: CCTV 캡처)
중국의 판다 활용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판다를 마스코트로 활용했습니다. 자국 축구팀이 본선에도 못오른 카타르 월드컵 때도 카타르에 중동 최초 판다 전시관을 열어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판다는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공공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판다 외교의 이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판다 외교' 논란 확산...중국, 판다 대여 시 한해 최대 13억원 받아

중국은 1980년대 관련 규정을 정비해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만 해외에 보냅니다. 이때 한해 최대 백만 달러, 우리 돈 13억 원 가량을 받습니다. 번식 연구 기금 명목입니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도 중국이 40만 달러, 우리 돈 약 5억 원을 받습니다.

새끼 판다가 번식이 가능한 서너 살이 되면 중국으로 보내야합니다. 일본에 살던 샹샹이 그런 경우입니다. 어렵게 태어난 판다를 중국에 보내야 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판다와 함께 거액이 오가니 장삿속 아니냔 시선도 있습니다.

2019년 6월 모스크바 동물원을 방문해 중국이 대여한 판다에 대한 설명을 나란히 함께 듣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첫번째)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APTN 캡처)
동물 보호 단체는 판다를 함부로 주고 받아선 안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동물 보호 단체 PETA 아시아지부의 제이슨 베이커 부회장은 "판다는 가족, 친구와 유대 관계가 돈독한 영리하고 사회적인 동물"이라면서 선물처럼 주고 받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 '판다 외교'에 대한 정치적 비판도...미 의회에 '새끼 판다 송환 반대' 법안 제출

정치적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희석시키는데 판다의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요컨대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돈벌이와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 ‘새끼 판다 송환 금지 법안’을 제출한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이 법안 제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C-SPAN 캡처)
이 때문에 미국에서 새끼 판다 송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이 지난해 의회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낸시 메이스 미 하원의원은 법안을 제출하면서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지라며 중국을 지목했을 때, 중국에선 미국에 대여한 판다를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우호의 상징이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반세기 동안 환영받던 판다 외교가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되는 현실은 미중 긴장 관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