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시간에 쫓기는 수능…전문가가 직접 풀어보니

입력 2023.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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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 ‘30살 수능, 길을 잃다’ 중에서]

초창기 수능은 어땠는지, 문제를 풀어 봐야 알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 사람을 소환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 탐구영역 강의로 사교육계의 스타가 됐던 손주은 씨입니다.

<성우 낭독>
"다음 그림은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A의 입지를 나타낸다. 공장 A의 입지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가장 관계가 적은 것은?"
1. 공업용수
2. 집적이익
3. 운송비
4. 노동력
5. 소비지


<인터뷰>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공장 옆에 큰 도시가 있다, 공단이 있다, 도로가 잘 발달돼 있다. 그다음에 항구가 있다. 이걸 가지고 판단하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잘 생각해 보면, 바닷물은 염분이 높아서 공업용수로 쓸 수 없죠. 그래서 답이 1번이 됩니다.“

<성우 낭독>
다음 글은 어느 작물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은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이다. 원산지는 칠레, 페루 등 남아메리카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로에 대해서는 북방설과 남방설이 있다. 전래된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1824년과 1825년 사이에 들어왔다고 되어 있다.

이 작물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1. 영서지방 산간에서는 주식 작물이기도 하였다.
2. 여름이 서늘한 고냉 지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3. 일본에서 들어온 고구마와 함께 중요한 구황작물이었다.
4. 유럽에서 옥수수와 함께 18세기 식량 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5. 러시아에서는 현재 '제2의 빵'으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작물이다.


<인터뷰> 손주은
"수능다운 사고를 한다면 되게 쉬운 문제일 수 있어.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면, 1번과 2번은 논리적으로 모순이야. 영서지방 산간, 그러면 강원도에서 대관령을 기준으로 해서 서쪽이 영서지방이잖아. 그런데 여름이 서늘한 고냉 지대. 여기서 자라지 못한다라는 얘기는 영서지방 아니다, 라는 이야기잖아. 이 두 가지는 표현이 논리적으로 모순이지. 두 개 중의 하나는 답이 될 수밖에 없어요."

"너희들이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풀 수 있다라는 차원에서 출제했던, 초창기의 수능에서 사고력을 테스트하려는 의도적인 문제였다는 거예요."

"오늘 치러진 제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그동안 봐왔던 시험 평가 문제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쉬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남을 정도로 쉬웠고요."
"전반적으로 뭐 어렵다고 할 수는 없고요."
"보지 않던 문제가 많이 나와요."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모두가 풀 수 있는 그런 바람직한 출제였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도 수능 복수정답 인정>
”소송까지 갈 수도 있고 끝까지 할 수 있어요. 지금 너무 억울해, 그래가지고 애가 막 울고불고 난리 났어”

“복수 정답 인정으로 혜택을 받은 학생들마저 평가원을 더이상 믿을 수 없다며..”

“공부를 잘하는 애들보다 EBS를 더 많이 외운 애들이 더 시험을 잘치는 것 같아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가 문제 풀이와 단순 암기식으로 전락하는 상황입니다.“

”안면과 친분 때문에 제대로 문항 검토를 못 하지 않느냐는 지적, 겸허히 좀 받아들이고요.“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출제 오류와 난이도 논란이 반복되며 잡음이 점차 커졌습니다.

급기야 2022학년도 시험에선 수험생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맞서는 법정 다툼까지 벌어집니다.

<인터뷰> 임준하/수능 정답 취소 소송 참여
“수능도 봤는데 뭐가 무서워 라는 겁 없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집단에 대한 긴 자료를 주고, 이 자료에 대한 보기도 따로 주면서, 자료를 근거로 할 때 보기 중에 옳은 게 뭐냐고 묻는 까다로운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문항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수험생 발목만 잡은 게 아니라 출제자와 검토 위원 발목까지 잡았단 겁니다.

주어진 조건대로 문제를 풀다 보면, 동물들의 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김정선/수능 정답 취소 소송 원고 측 변호사
“워낙 고난도 문제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도 사실 전문가도 그 시간 내에 풀 수 있는 전문가도 많지가 않아서 아, 이런 풀이 방법으로 한 가지로 풀면 풀리는구나, 만 검토를 한 것 같고.”

평가원은 상황이 어떻든 문제는 풀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습니다.

<인터뷰> 임준하/수능 정답 취소 소송 참여
“이 문제를 기출 문제로 또 공부할 후배 수험생들한테도 이건 불이익 아닐까 생각을 했고요. 이 수능시험이 가지는 권위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인정을 안 하는 게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소송 참여를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법원은 꼬일 대로 꼬인 이 문제가, 문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정도라고 판결했습니다.

30년 수능 역사 가운데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입니다.

<인터뷰> 김정선/수능 정답 취소 소송 원고측 변호사
“저도 사실 생명과학을 전공을 한 때 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전공자임에도 사실 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고등학생이 풀지?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수능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거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임준하/수능 정답 취소 소송 참여
“1점, 2점 차로 점수가 갈려야 하니까 어려운 문제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 수능, 한번 직접 풀어볼까요. 2023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영역 사회·문화 5번 문제.

가장 짧고 단순한 문제입니다, 잠시 시간을 들여 읽어보시죠.

짧은 지문 안에 등장인물이 다섯 명, 조직이 여섯 개 나옵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어떤 조직에 속했는지, 그 조직의 성격은 뭔지를 일일이 파악해야만 답안 중에 옳은 걸 고를 수 있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줄 거냐고요? 이미 다 쓰셨습니다.

지금까지 못 푸셨다면 이 문제를 틀리거나 이 과목을 망친 겁니다.

<인터뷰> 손주은
“(사회·문화) 20문제인데 30분만에 풀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한 문제에 1분 30초인데 이 정도 문제는 실제 수능에서는 한 1분 이내, 빨리 풀면 한 40초 안에 풀어야 돼요.”

“2년 전에 사회 문화 20문제를 30분 동안 풀어봤어요. 그러다가 손 놨어요. 솔직히 고백하는 거예요. 30분 동안 15번까지를 못 갔어요. 제가, 천하의 손 사탐이.”

“지금 문제에 익숙하게 연습이 돼 있지 않으면 절대 못 풀어요.”

#시사기획창 #수능 #N수 #재수 #수험생 #공부로그 #수능의비밀 #불수능 #킬러문항

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3월 28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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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시간에 쫓기는 수능…전문가가 직접 풀어보니
    • 입력 2023-04-01 09:00:23
    취재K
▲ [시사기획 창 ‘30살 수능, 길을 잃다’ 중에서]

초창기 수능은 어땠는지, 문제를 풀어 봐야 알 것 같은데요.

그래서 이 사람을 소환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 탐구영역 강의로 사교육계의 스타가 됐던 손주은 씨입니다.

<성우 낭독>
"다음 그림은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A의 입지를 나타낸다. 공장 A의 입지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가장 관계가 적은 것은?"
1. 공업용수
2. 집적이익
3. 운송비
4. 노동력
5. 소비지


<인터뷰>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공장 옆에 큰 도시가 있다, 공단이 있다, 도로가 잘 발달돼 있다. 그다음에 항구가 있다. 이걸 가지고 판단하라는 거예요.“

"여러분이 잘 생각해 보면, 바닷물은 염분이 높아서 공업용수로 쓸 수 없죠. 그래서 답이 1번이 됩니다.“

<성우 낭독>
다음 글은 어느 작물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은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식물이다. 원산지는 칠레, 페루 등 남아메리카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로에 대해서는 북방설과 남방설이 있다. 전래된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으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1824년과 1825년 사이에 들어왔다고 되어 있다.

이 작물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1. 영서지방 산간에서는 주식 작물이기도 하였다.
2. 여름이 서늘한 고냉 지대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3. 일본에서 들어온 고구마와 함께 중요한 구황작물이었다.
4. 유럽에서 옥수수와 함께 18세기 식량 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5. 러시아에서는 현재 '제2의 빵'으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작물이다.


<인터뷰> 손주은
"수능다운 사고를 한다면 되게 쉬운 문제일 수 있어.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면, 1번과 2번은 논리적으로 모순이야. 영서지방 산간, 그러면 강원도에서 대관령을 기준으로 해서 서쪽이 영서지방이잖아. 그런데 여름이 서늘한 고냉 지대. 여기서 자라지 못한다라는 얘기는 영서지방 아니다, 라는 이야기잖아. 이 두 가지는 표현이 논리적으로 모순이지. 두 개 중의 하나는 답이 될 수밖에 없어요."

"너희들이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풀 수 있다라는 차원에서 출제했던, 초창기의 수능에서 사고력을 테스트하려는 의도적인 문제였다는 거예요."

"오늘 치러진 제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그동안 봐왔던 시험 평가 문제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쉬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남을 정도로 쉬웠고요."
"전반적으로 뭐 어렵다고 할 수는 없고요."
"보지 않던 문제가 많이 나와요."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모두가 풀 수 있는 그런 바람직한 출제였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도 수능 복수정답 인정>
”소송까지 갈 수도 있고 끝까지 할 수 있어요. 지금 너무 억울해, 그래가지고 애가 막 울고불고 난리 났어”

“복수 정답 인정으로 혜택을 받은 학생들마저 평가원을 더이상 믿을 수 없다며..”

“공부를 잘하는 애들보다 EBS를 더 많이 외운 애들이 더 시험을 잘치는 것 같아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가 문제 풀이와 단순 암기식으로 전락하는 상황입니다.“

”안면과 친분 때문에 제대로 문항 검토를 못 하지 않느냐는 지적, 겸허히 좀 받아들이고요.“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출제 오류와 난이도 논란이 반복되며 잡음이 점차 커졌습니다.

급기야 2022학년도 시험에선 수험생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맞서는 법정 다툼까지 벌어집니다.

<인터뷰> 임준하/수능 정답 취소 소송 참여
“수능도 봤는데 뭐가 무서워 라는 겁 없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집단에 대한 긴 자료를 주고, 이 자료에 대한 보기도 따로 주면서, 자료를 근거로 할 때 보기 중에 옳은 게 뭐냐고 묻는 까다로운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문항이 지나치게 복잡해서 수험생 발목만 잡은 게 아니라 출제자와 검토 위원 발목까지 잡았단 겁니다.

주어진 조건대로 문제를 풀다 보면, 동물들의 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터뷰> 김정선/수능 정답 취소 소송 원고 측 변호사
“워낙 고난도 문제였기 때문에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도 사실 전문가도 그 시간 내에 풀 수 있는 전문가도 많지가 않아서 아, 이런 풀이 방법으로 한 가지로 풀면 풀리는구나, 만 검토를 한 것 같고.”

평가원은 상황이 어떻든 문제는 풀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습니다.

<인터뷰> 임준하/수능 정답 취소 소송 참여
“이 문제를 기출 문제로 또 공부할 후배 수험생들한테도 이건 불이익 아닐까 생각을 했고요. 이 수능시험이 가지는 권위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인정을 안 하는 게 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소송 참여를 결정했던 것 같습니다.”

법원은 꼬일 대로 꼬인 이 문제가, 문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정도라고 판결했습니다.

30년 수능 역사 가운데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입니다.

<인터뷰> 김정선/수능 정답 취소 소송 원고측 변호사
“저도 사실 생명과학을 전공을 한 때 했던 사람으로서 제가 전공자임에도 사실 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고등학생이 풀지?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수능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하는 거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임준하/수능 정답 취소 소송 참여
“1점, 2점 차로 점수가 갈려야 하니까 어려운 문제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 수능, 한번 직접 풀어볼까요. 2023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영역 사회·문화 5번 문제.

가장 짧고 단순한 문제입니다, 잠시 시간을 들여 읽어보시죠.

짧은 지문 안에 등장인물이 다섯 명, 조직이 여섯 개 나옵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어떤 조직에 속했는지, 그 조직의 성격은 뭔지를 일일이 파악해야만 답안 중에 옳은 걸 고를 수 있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줄 거냐고요? 이미 다 쓰셨습니다.

지금까지 못 푸셨다면 이 문제를 틀리거나 이 과목을 망친 겁니다.

<인터뷰> 손주은
“(사회·문화) 20문제인데 30분만에 풀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한 문제에 1분 30초인데 이 정도 문제는 실제 수능에서는 한 1분 이내, 빨리 풀면 한 40초 안에 풀어야 돼요.”

“2년 전에 사회 문화 20문제를 30분 동안 풀어봤어요. 그러다가 손 놨어요. 솔직히 고백하는 거예요. 30분 동안 15번까지를 못 갔어요. 제가, 천하의 손 사탐이.”

“지금 문제에 익숙하게 연습이 돼 있지 않으면 절대 못 풀어요.”

#시사기획창 #수능 #N수 #재수 #수험생 #공부로그 #수능의비밀 #불수능 #킬러문항

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3월 28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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