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인터뷰] 현금이 사라져가는 요즘…동전 문화를 보존하려 애쓰는 수집가 한창주

입력 2023.04.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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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동전이나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카드나 모바일 등 비현금 지급 수단을 주로 사용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동전이 사라져 가는 요즘에도 동전을 수집하고 우리 주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창주 동전 수집가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우리나라 주화는 참 예뻐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만든 도안이 있잖아요."

"수량으로 약 70만 개, 1톤 차량으로 두 대 분량"


한창주 수집가는 고려·조선 시대 화폐부터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 주화까지, 43년 동안 우리나라의 화폐를 모아왔습니다. 수량으로는 약 70만 개 정도이고, 부피로는 1톤 차량으로 두 대 정도이니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벼이삭, 이순신, 다보탑 등 가장 한국적인 상징물이 그려진 우리 동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라 말합니다.


그의 동전 사랑은 1966년 발행된 1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금같이 반짝반짝 빛나던 무궁화 동전이 너무나 예뻐서 꼭 갖고 싶었던 중학생은 어른이 되면 꼭 동전을 모으리라 다짐합니다. 심지어 신혼여행 갈 때 써야 할 결혼 비용 이십팔만 원도 수집에 사용하여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고 하니 못 말릴 열정이었습니다.

동전계의 고려청자, 프루프 주화


"(프루프 주화를) 살 때마다 고려청자 같은 것을 사는 느낌이에요"

한 씨가 가진 최고의 희귀품은 1982년 발행된 프루프 주화 6종(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입니다. 프루프 주화란, 증정용으로 특별히 무광택 처리를 한 고급 주화입니다. 2,000개 묶음이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300개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가장 귀한 동전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도 외환위기로 8,000개만 생산된 1998년 500원, 1만 개만 발행된 1999년 5원도 그의 주요 소장품입니다.


■ 아듀, 동전…

"(사람들이) 다 카드 쓰고 호주머니에 동전을 안 가지고 다니거든요."

한 씨는 해가 갈수록 동전 유통량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합니다. 실제 한국은행에서 유통하는 금액도 줄었고, 수집가로서 헌 동전을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었다고 합니다. 이럴 때마다 큰 아쉬움이 든다고 합니다. 동전 유통이 줄면 수집품으로써 동전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동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영영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전 자체, 일 원짜리 자체를 몰라요. 땅에 떨어져도 안 줍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또한, 동전을 사용할 때의 감촉과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는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아쉽고 씁쓸합니다. 미래 세대는 시내버스, 공중전화, 자판기 등에서 동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교과서에서나 배울지 모릅니다.


'현금 없는 사회'가 불러올 미래

현금 없는 사회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이자 현실입니다. 은행권 및 주화의 제조 비용이 절감되고, 현금 분실이나 도난 관련 강력 범죄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편합니다. 다만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비현금 지급수단의 이용이 어려운 계층은 거래의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 재해 등으로 인해 정전 사태 등이 발생하면 경제활동 자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현금의 유통량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은 우리 곁에 필요합니다.

■ 동전은 나의 분신

"내일부터 당장 동전을 안 쓴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씨는 동전은 자신의 분신이라고 얘기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했던 동전 따먹기, 동전 때문에 지인과 싸운 사연, 풀빵이나 오징어를 사 먹은 추억까지 동전 하나를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동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시중에서 보기 힘든 1원과 5원처럼 10원, 50원, 그리고 모든 주화가 결국 우리 곁에서 사라질까요? 아니면 주화만이 줄 수 있는 추억과 접근성을 발판 삼아 다시 전성시대를 열 수 있을까요? '현금 없는 사회'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동전의 운명은 던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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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1 10:00:34
    취재K

'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동전이나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카드나 모바일 등 비현금 지급 수단을 주로 사용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동전이 사라져 가는 요즘에도 동전을 수집하고 우리 주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창주 동전 수집가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우리나라 주화는 참 예뻐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만든 도안이 있잖아요."

"수량으로 약 70만 개, 1톤 차량으로 두 대 분량"


한창주 수집가는 고려·조선 시대 화폐부터 현재 통용되는 한국은행 주화까지, 43년 동안 우리나라의 화폐를 모아왔습니다. 수량으로는 약 70만 개 정도이고, 부피로는 1톤 차량으로 두 대 정도이니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벼이삭, 이순신, 다보탑 등 가장 한국적인 상징물이 그려진 우리 동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라 말합니다.


그의 동전 사랑은 1966년 발행된 1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금같이 반짝반짝 빛나던 무궁화 동전이 너무나 예뻐서 꼭 갖고 싶었던 중학생은 어른이 되면 꼭 동전을 모으리라 다짐합니다. 심지어 신혼여행 갈 때 써야 할 결혼 비용 이십팔만 원도 수집에 사용하여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고 하니 못 말릴 열정이었습니다.

동전계의 고려청자, 프루프 주화


"(프루프 주화를) 살 때마다 고려청자 같은 것을 사는 느낌이에요"

한 씨가 가진 최고의 희귀품은 1982년 발행된 프루프 주화 6종(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입니다. 프루프 주화란, 증정용으로 특별히 무광택 처리를 한 고급 주화입니다. 2,000개 묶음이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300개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가장 귀한 동전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도 외환위기로 8,000개만 생산된 1998년 500원, 1만 개만 발행된 1999년 5원도 그의 주요 소장품입니다.


■ 아듀, 동전…

"(사람들이) 다 카드 쓰고 호주머니에 동전을 안 가지고 다니거든요."

한 씨는 해가 갈수록 동전 유통량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합니다. 실제 한국은행에서 유통하는 금액도 줄었고, 수집가로서 헌 동전을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었다고 합니다. 이럴 때마다 큰 아쉬움이 든다고 합니다. 동전 유통이 줄면 수집품으로써 동전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동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영영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전 자체, 일 원짜리 자체를 몰라요. 땅에 떨어져도 안 줍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또한, 동전을 사용할 때의 감촉과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는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아쉽고 씁쓸합니다. 미래 세대는 시내버스, 공중전화, 자판기 등에서 동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교과서에서나 배울지 모릅니다.


'현금 없는 사회'가 불러올 미래

현금 없는 사회는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이자 현실입니다. 은행권 및 주화의 제조 비용이 절감되고, 현금 분실이나 도난 관련 강력 범죄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편합니다. 다만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비현금 지급수단의 이용이 어려운 계층은 거래의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연 재해 등으로 인해 정전 사태 등이 발생하면 경제활동 자체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현금의 유통량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금은 우리 곁에 필요합니다.

■ 동전은 나의 분신

"내일부터 당장 동전을 안 쓴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씨는 동전은 자신의 분신이라고 얘기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했던 동전 따먹기, 동전 때문에 지인과 싸운 사연, 풀빵이나 오징어를 사 먹은 추억까지 동전 하나를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동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시중에서 보기 힘든 1원과 5원처럼 10원, 50원, 그리고 모든 주화가 결국 우리 곁에서 사라질까요? 아니면 주화만이 줄 수 있는 추억과 접근성을 발판 삼아 다시 전성시대를 열 수 있을까요? '현금 없는 사회'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동전의 운명은 던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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