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다 외교’의 두 얼굴

입력 2023.04.01 (21:54) 수정 2023.04.01 (22: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엔 중국으로 가봅니다.

국제 외교 무대에 곧잘 등장하는 동물이 있죠.

바로 중국의 판다인데. 그래서인지 판다 외교란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판다를 보내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걸 의미하죠.

그런데 최근 중국이 이 판다 외교를 인권탄압 비판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판다 외교의 실상을 조성원 특파원이 판다의 고장, 중국 쓰촨성에서부터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소설 삼국지 촉나라의 땅,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입니다.

성도 청두의 판다 연구 기지는 판다 보호와 관찰의 중심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면서 이 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판다가 재롱을 부릴 때마다 탄성이 터집니다.

[관광객 : "진짜 작다. 아이고 너무 귀여워. 너무 작아."]

판다가 먹이를 먹을 때면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판다 기지 가이드 : "(판다가 대나무만 먹나요?) 먹이의 99%가 대나무입니다. 대나무의 세 부분을 먹는데, 대나무 잎, 죽순, 그리고 줄기를 먹습니다."]

사육사가 주는 사과를 받아 별식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관광객 : "판다는 우리 중국의 국보입니다.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중국 당국은 한때 멸종 위기에 놓였던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번식과 함께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사업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야생 판다만 1.800 마리가 넘습니다.

[후룽/청두 판다연구기지 부주임 : "판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 공식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자연 보호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합니다."]

판다에 대한 관심은 중국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한다는 국내외 정책 홍보에 유용합니다.

판다의 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는 나아가 공공외교에도 적극 활용됩니다.

마치 아이돌 스타를 대하듯 사진을 찍더니...

눈물을 훔칩니다.

일본의 '국민 판다' 샹샹이 중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러온 도쿄 시민들입니다.

[관광객 : "샹샹과 우에노(동물원)에서 마지막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샹샹이 중일 관계의 호재가 되자 샹샹의 부모 판다를 일본에 보냈던 중국 정부는 반색했습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 "샹샹은 일본에 사는 다른 판다 가족과 함께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 증진에 독특한 기여를 했습니다."]

긍정적 양자 관계를 위해 판다를 보내는 이같은 판다 외교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선물한 판다 두 마리는 양국의 우호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을 정도로 판다는 여전히 미중 관계에 의미가 큽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당시 주미대사 : "판다는 우정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판다를 마스코트로 활용했고...

자국 축구팀이 본선에도 못오른 카타르 월드컵 때도 카타르에 판다 전시관을 열어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판다는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공공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판다 외교의 이면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 해외에 보내는데 한마리 당 한해 최대 13억원 가량을 받습니다.

번식 연구 기금 명목입니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도 중국이 5억원 가량을 받고 새끼 판다가 서너 살이 되면 중국에 보내야합니다.

샹샹이 그런 경우입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족과 유대 관계가 돈독한 판다를 마구 주고 받아선 안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정치적 논란도 적잖습니다.

신장-위구르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희석시키는데 판다의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돈벌이와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게 아니냔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새끼 판다 반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습니다.

[낸시 메이스/미 하원의원 :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깁니다. 우리는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지라며 중국을 비난했을 때, 중국에선 판다를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습니다.

반세기 동안 환영받던 판다 외교가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되는 현실은 미중 긴장 관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쓰촨성에서 조성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중국 ‘판다 외교’의 두 얼굴
    • 입력 2023-04-01 21:54:16
    • 수정2023-04-01 22:05:22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이번엔 중국으로 가봅니다.

국제 외교 무대에 곧잘 등장하는 동물이 있죠.

바로 중국의 판다인데. 그래서인지 판다 외교란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판다를 보내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걸 의미하죠.

그런데 최근 중국이 이 판다 외교를 인권탄압 비판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판다 외교의 실상을 조성원 특파원이 판다의 고장, 중국 쓰촨성에서부터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소설 삼국지 촉나라의 땅,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입니다.

성도 청두의 판다 연구 기지는 판다 보호와 관찰의 중심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면서 이 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판다가 재롱을 부릴 때마다 탄성이 터집니다.

[관광객 : "진짜 작다. 아이고 너무 귀여워. 너무 작아."]

판다가 먹이를 먹을 때면 관람객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판다 기지 가이드 : "(판다가 대나무만 먹나요?) 먹이의 99%가 대나무입니다. 대나무의 세 부분을 먹는데, 대나무 잎, 죽순, 그리고 줄기를 먹습니다."]

사육사가 주는 사과를 받아 별식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관광객 : "판다는 우리 중국의 국보입니다.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중국 당국은 한때 멸종 위기에 놓였던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번식과 함께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사업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야생 판다만 1.800 마리가 넘습니다.

[후룽/청두 판다연구기지 부주임 : "판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 공식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자연 보호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합니다."]

판다에 대한 관심은 중국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한다는 국내외 정책 홍보에 유용합니다.

판다의 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는 나아가 공공외교에도 적극 활용됩니다.

마치 아이돌 스타를 대하듯 사진을 찍더니...

눈물을 훔칩니다.

일본의 '국민 판다' 샹샹이 중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러온 도쿄 시민들입니다.

[관광객 : "샹샹과 우에노(동물원)에서 마지막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샹샹이 중일 관계의 호재가 되자 샹샹의 부모 판다를 일본에 보냈던 중국 정부는 반색했습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 "샹샹은 일본에 사는 다른 판다 가족과 함께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 증진에 독특한 기여를 했습니다."]

긍정적 양자 관계를 위해 판다를 보내는 이같은 판다 외교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선물한 판다 두 마리는 양국의 우호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을 정도로 판다는 여전히 미중 관계에 의미가 큽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당시 주미대사 : "판다는 우정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판다를 마스코트로 활용했고...

자국 축구팀이 본선에도 못오른 카타르 월드컵 때도 카타르에 판다 전시관을 열어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판다는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공공외교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판다 외교의 이면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 해외에 보내는데 한마리 당 한해 최대 13억원 가량을 받습니다.

번식 연구 기금 명목입니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도 중국이 5억원 가량을 받고 새끼 판다가 서너 살이 되면 중국에 보내야합니다.

샹샹이 그런 경우입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족과 유대 관계가 돈독한 판다를 마구 주고 받아선 안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정치적 논란도 적잖습니다.

신장-위구르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희석시키는데 판다의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돈벌이와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게 아니냔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새끼 판다 반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습니다.

[낸시 메이스/미 하원의원 :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깁니다. 우리는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지라며 중국을 비난했을 때, 중국에선 판다를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습니다.

반세기 동안 환영받던 판다 외교가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되는 현실은 미중 긴장 관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쓰촨성에서 조성원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