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량 회수·폐기한다더니…식당에서 나온 ‘주키니 호박’, 왜?

입력 2023.04.02 (08:01) 수정 2023.04.0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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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니 호박'이 논란입니다.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에서 생산된 주키니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로 판정됐다며 출하를 잠정 중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및 유통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주키니 호박은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4월 2일(오늘)까지 전량 수거·매입해 폐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기업이 신규 개발하며 출원한 주키니 호박 종자가 LMO로 판정된 건데, 해외에서 종자를 수입한 뒤 국내 검역 절차를 밟지 않고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LMO 주키니 호박이 유통되기 시작한 건 최근이 아니라 2015년부터였습니다. 뒤늦게 조치가 내려진겁니다.

■ 비빔밥에서 발견된 '주키니 호박'…"애호박이다" 거짓 해명

정부는 국내에 유통 중인 모든 주키니 호박을 수거, 폐기하고 보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조리한 상태여도 반품이 가능하고도 안내했습니다.

교육부도 학교 급식으로 국내산 주키니 호박을 제공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공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침이 내려진 후 실제 현장에서 사용 중단, 수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KBS로 들어온 제보입니다. 10여 년 넘는 조리사 경력을 갖고 있는 A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 이마트 안에 있는 푸드코트를 찾았습니다.

일행과 비빔밥을 주문해 나눠 먹던 중 주키니 호박이 포함된 것을 보고 일단 골라내고 먹었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뒤 고객센터를 통해 회수 조치가 내려진 주키니 호박이 식재료로 들어간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던 이마트 측은 해당 입점 업체의 설명을 들어 "주키니 호박이 아니라 애호박이 맞다"고 설명했다고 하는데요. 해당 식당이 손질해 놓은 애호박 사진도 확인시켜줬다며 고객이 잘못 본 거란 취지로 이야기한 겁니다.

사진을 찍어두지는 않았지만 조리 관련 업무에 종사했었다는 신분을 밝힌 뒤 분명히 주키니 호박임을 확인했다고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 서야 입점 업체는 "사실은 애호박이 아니라 주키니 호박을 썼다"고 시인했고 마트 측도 이를 확인해 고객에게 사과했습니다.

■ 주키니 호박·애호박 어떻게 다른가

(좌) 주키니 호박  (우) 애호박(좌) 주키니 호박 (우) 애호박

주키니 호박은 애호박보다 크고 통통해 일명 '돼지 호박'으로도 불립니다. 보통 애호박보다는 단맛이 떨어져서 전이나 볶음보다는 찌개나 국에 넣어 먹고, 중국 요리 재료로도 쓰입니다. 애호박보다 크기도 커서 대량 식재료로 선호됩니다.

눈으로 봐도 주키니 호박과 애호박은 크기와 색깔에서 확실히 구분됩니다. 하지만 껍질을 잘라내고 식재료에 넣으면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A씨는 "대형마트 내 푸드코트에서조차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일반 식당은 어떻겠냐, 규모가 더 작은 일부 식당에서는 이미 구매한 주키니 호박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 이마트 "사용 금지 안내는 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어"

이마트 측은 농식품부의 주키니호박 판매 중단 결정에 따라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를 하고 있지 않으며 푸드코트 등 입점 업체에도 이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점 업체기 때문에 이같은 내용을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입점된 푸드코트 매장에서 주키니 호박을 사용한 점, 고객 문의 시 매장에서 사용을 부정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답변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 정부, '뒷북·반쪽 지침' 비판…'유전자 변형식품' 안전성 우려도

대형마트의 관리 책임 문제도 있지만 회수, 폐기 조치만 내리고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정부의 문제도 있습니다.

유통단계 판매 중단은 식약처가, 폐기는 해당 업체가 하고 사후 정산은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나눠서 하게 돼 있는 절차도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갑작스러운 회수, 폐기 조치에 주키니 호박을 재배하던 농가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다음 달 3일부터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나오지 않은 호박에 대해선 출하를 허가할 예정이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큽니다.

농가는 자칫 이 같은 불안감이 주키니 호박에 대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전면적인 회수, 폐기 조치를 내리면서도 LMO 농산품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짧은 설명만 덧붙인 것도 문제입니다.

농식품부 보도자료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동식물검역국(APHIS) 및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등은 해당 LMO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왜 판매된 주키니 호박을 왜 전량 회수, 폐기 조치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8년 동안 적발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뒤늦게 발견된 데 대해서도 그동안 모니터링 과정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시민단체는 유전자변형 주키니 호박의 국내 유통과 관련해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GMO반대전국행동,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국먹거리연대 등은 "어떤 경로를 거쳐 유전자 변형 종자가 들어왔고 어떤 회사가 수입했으며 그 과정에 정부는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또 2015년부터 얼마만큼의 양이 시중에 유통됐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정부가 GMO 관리 관행과 체계를 전면 쇄신해 걱정 없는 농사 환경을 마련하고, 국민이 GMO 우려 없는 밥상을 차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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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량 회수·폐기한다더니…식당에서 나온 ‘주키니 호박’, 왜?
    • 입력 2023-04-02 08:01:02
    • 수정2023-04-02 09:32:11
    취재K

'주키니 호박'이 논란입니다.

지난달 2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에서 생산된 주키니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로 판정됐다며 출하를 잠정 중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및 유통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주키니 호박은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4월 2일(오늘)까지 전량 수거·매입해 폐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기업이 신규 개발하며 출원한 주키니 호박 종자가 LMO로 판정된 건데, 해외에서 종자를 수입한 뒤 국내 검역 절차를 밟지 않고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LMO 주키니 호박이 유통되기 시작한 건 최근이 아니라 2015년부터였습니다. 뒤늦게 조치가 내려진겁니다.

■ 비빔밥에서 발견된 '주키니 호박'…"애호박이다" 거짓 해명

정부는 국내에 유통 중인 모든 주키니 호박을 수거, 폐기하고 보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조리한 상태여도 반품이 가능하고도 안내했습니다.

교육부도 학교 급식으로 국내산 주키니 호박을 제공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공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지침이 내려진 후 실제 현장에서 사용 중단, 수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요.

KBS로 들어온 제보입니다. 10여 년 넘는 조리사 경력을 갖고 있는 A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 이마트 안에 있는 푸드코트를 찾았습니다.

일행과 비빔밥을 주문해 나눠 먹던 중 주키니 호박이 포함된 것을 보고 일단 골라내고 먹었다고 합니다.

식사를 마친 뒤 고객센터를 통해 회수 조치가 내려진 주키니 호박이 식재료로 들어간 데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던 이마트 측은 해당 입점 업체의 설명을 들어 "주키니 호박이 아니라 애호박이 맞다"고 설명했다고 하는데요. 해당 식당이 손질해 놓은 애호박 사진도 확인시켜줬다며 고객이 잘못 본 거란 취지로 이야기한 겁니다.

사진을 찍어두지는 않았지만 조리 관련 업무에 종사했었다는 신분을 밝힌 뒤 분명히 주키니 호박임을 확인했다고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 서야 입점 업체는 "사실은 애호박이 아니라 주키니 호박을 썼다"고 시인했고 마트 측도 이를 확인해 고객에게 사과했습니다.

■ 주키니 호박·애호박 어떻게 다른가

(좌) 주키니 호박  (우) 애호박
주키니 호박은 애호박보다 크고 통통해 일명 '돼지 호박'으로도 불립니다. 보통 애호박보다는 단맛이 떨어져서 전이나 볶음보다는 찌개나 국에 넣어 먹고, 중국 요리 재료로도 쓰입니다. 애호박보다 크기도 커서 대량 식재료로 선호됩니다.

눈으로 봐도 주키니 호박과 애호박은 크기와 색깔에서 확실히 구분됩니다. 하지만 껍질을 잘라내고 식재료에 넣으면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A씨는 "대형마트 내 푸드코트에서조차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일반 식당은 어떻겠냐, 규모가 더 작은 일부 식당에서는 이미 구매한 주키니 호박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 이마트 "사용 금지 안내는 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어"

이마트 측은 농식품부의 주키니호박 판매 중단 결정에 따라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를 하고 있지 않으며 푸드코트 등 입점 업체에도 이에 대한 안내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점 업체기 때문에 이같은 내용을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강제성을 가질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입점된 푸드코트 매장에서 주키니 호박을 사용한 점, 고객 문의 시 매장에서 사용을 부정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답변을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 정부, '뒷북·반쪽 지침' 비판…'유전자 변형식품' 안전성 우려도

대형마트의 관리 책임 문제도 있지만 회수, 폐기 조치만 내리고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정부의 문제도 있습니다.

유통단계 판매 중단은 식약처가, 폐기는 해당 업체가 하고 사후 정산은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나눠서 하게 돼 있는 절차도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갑작스러운 회수, 폐기 조치에 주키니 호박을 재배하던 농가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다음 달 3일부터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 나오지 않은 호박에 대해선 출하를 허가할 예정이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큽니다.

농가는 자칫 이 같은 불안감이 주키니 호박에 대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전면적인 회수, 폐기 조치를 내리면서도 LMO 농산품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짧은 설명만 덧붙인 것도 문제입니다.

농식품부 보도자료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동식물검역국(APHIS) 및 캐나다 보건부(Health Canada) 등은 해당 LMO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왜 판매된 주키니 호박을 왜 전량 회수, 폐기 조치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8년 동안 적발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뒤늦게 발견된 데 대해서도 그동안 모니터링 과정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시민단체는 유전자변형 주키니 호박의 국내 유통과 관련해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GMO반대전국행동,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전국먹거리연대 등은 "어떤 경로를 거쳐 유전자 변형 종자가 들어왔고 어떤 회사가 수입했으며 그 과정에 정부는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또 2015년부터 얼마만큼의 양이 시중에 유통됐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정부가 GMO 관리 관행과 체계를 전면 쇄신해 걱정 없는 농사 환경을 마련하고, 국민이 GMO 우려 없는 밥상을 차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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