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뭘 해도 전례 없는 대통령 트럼프…요동치는 미국 대선판

입력 2023.04.03 (10:50) 수정 2023.04.03 (10: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면서 미국 정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선 행보에 악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할 기회가 될 거란 관측도 많은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 혐의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성 추문을 돈으로 입막음하려고 했다는 건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 배우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감추려고 본인 변호사를 통해 해당 배우에게 13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혐의입니다.

먼저 변호사가 돈을 건네고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 회사가 이 돈을 변호사에게 변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자문 비용'으로 기재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기업 문서 조작이라는 거죠.

[앵커]

문서 조작도 범죄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소하는 혐의로는 좀 힘이 빠지는 느낌인데요?

[기자]

기업 문서 조작 자체로는 큰 범죄는 아니지만,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직전이었다는 데 미국 검찰은 주목해 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바로 그 대선이죠.

돈 거래와 문서 조작이 대선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다면, 단순 성 추문이 아니라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돈을 건넨 건 인정했지만 사적인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자신을 기소한 뉴욕 검찰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박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사적인 돈 거래일 뿐인데, 억지로 선거법 위반과 연결한다, 이런 뜻일까요?

[기자]

그런 뜻도 있겠지만, 미국 사법 절차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뉴욕주는 우리와 달리 검사장급을 선거를 통해 뽑는데, 이 사건을 수사한 앨빈 브래그 검사장은 민주당 당원입니다.

사실상 정치인에 가깝죠.

5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트럼프 '성 추문 입막음 의혹'을 수면 위로 올려 기소까지 끌고 온 것도 브래그 검사장입니다.

검사가 기소를 결정한 뒤엔 일반인으로 구성된 대배심이 과반 찬성해야 최종적으로 기소됩니다.

종합하면 기소할지 말지를 두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구조인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부터 검찰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고 선동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트럼프 기소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할 거란 말이 나오는군요?

[기자]

트럼프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플로리다주 트럼프 자택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기소 사실이 보도되던 30일, 하루 동안 트럼프 대선캠프에 후원금 400만 달러가 모였고요.

선거캠프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사람도 만 6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전 미국 연방검사 : "많은 지지자는 트럼프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이것은 모두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전체 사법 시스템이 불공정하다고 믿을 것입니다."]

이런 눈치를 봐야 하는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가 적절한지를 두고는 당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트럼프 기소 자체를 두고는 검찰 때리기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입니다.

당 안팎으로 트럼프 옹호 세력이 커지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는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앵커]

하지만 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불명예가 트럼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본선 경쟁력에는 악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골수 지지층을 모을 수는 있어도 중도층을 끌어들이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최근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라면 바이든 대통령과 한번 붙어볼 만 하다, 이런 분위기입니다.

[앵커]

선거라는 게 원래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긴 하지만, 다가오는 미국 대선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네요.

[기자]

이제 막 기소만 된 거라 사법 절차가 줄줄이 남아있는데, 사상 초유의 사태다 보니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통상 기소 절차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수갑을 차고 체포가 될지, 자진해 법정에 나올 지도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습니다.

대선까지 남은 1년 반 동안 이를 지켜보는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셈입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민·형사 사건에 휘말려있는데, 이번 기소가 다른 사건에 영향을 끼치면서 대선 판세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 법학 교수 : "법무부는 '1·6 의회 난입'과 관련된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기밀문서 유출 사건도 조사 중이죠. 이번 기소는 (트럼프의) 여러 형사 소송 중 첫 번째가 될 수 있습니다."]

정반대로 법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죄 판결이 나거나, 재판부가 아예 공소를 기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뭘 해도 전례 없는 대통령 트럼프…요동치는 미국 대선판
    • 입력 2023-04-03 10:50:08
    • 수정2023-04-03 10:58:26
    지구촌뉴스
[앵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면서 미국 정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선 행보에 악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할 기회가 될 거란 관측도 많은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 혐의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성 추문을 돈으로 입막음하려고 했다는 건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 배우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감추려고 본인 변호사를 통해 해당 배우에게 13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혐의입니다.

먼저 변호사가 돈을 건네고 나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 회사가 이 돈을 변호사에게 변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 내부 문건에 '법률자문 비용'으로 기재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기업 문서 조작이라는 거죠.

[앵커]

문서 조작도 범죄긴 하지만, 전직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기소하는 혐의로는 좀 힘이 빠지는 느낌인데요?

[기자]

기업 문서 조작 자체로는 큰 범죄는 아니지만,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직전이었다는 데 미국 검찰은 주목해 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바로 그 대선이죠.

돈 거래와 문서 조작이 대선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다면, 단순 성 추문이 아니라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돈을 건넨 건 인정했지만 사적인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자신을 기소한 뉴욕 검찰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박해"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사적인 돈 거래일 뿐인데, 억지로 선거법 위반과 연결한다, 이런 뜻일까요?

[기자]

그런 뜻도 있겠지만, 미국 사법 절차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뉴욕주는 우리와 달리 검사장급을 선거를 통해 뽑는데, 이 사건을 수사한 앨빈 브래그 검사장은 민주당 당원입니다.

사실상 정치인에 가깝죠.

5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트럼프 '성 추문 입막음 의혹'을 수면 위로 올려 기소까지 끌고 온 것도 브래그 검사장입니다.

검사가 기소를 결정한 뒤엔 일반인으로 구성된 대배심이 과반 찬성해야 최종적으로 기소됩니다.

종합하면 기소할지 말지를 두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구조인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부터 검찰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고 선동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트럼프 기소로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할 거란 말이 나오는군요?

[기자]

트럼프 기소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플로리다주 트럼프 자택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기소 사실이 보도되던 30일, 하루 동안 트럼프 대선캠프에 후원금 400만 달러가 모였고요.

선거캠프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사람도 만 6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전 미국 연방검사 : "많은 지지자는 트럼프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이것은 모두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전체 사법 시스템이 불공정하다고 믿을 것입니다."]

이런 눈치를 봐야 하는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공화당 대선 후보로 트럼프가 적절한지를 두고는 당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트럼프 기소 자체를 두고는 검찰 때리기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입니다.

당 안팎으로 트럼프 옹호 세력이 커지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는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앵커]

하지만 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라는 불명예가 트럼프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요?

[기자]

그래서 본선 경쟁력에는 악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골수 지지층을 모을 수는 있어도 중도층을 끌어들이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최근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반면,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라면 바이든 대통령과 한번 붙어볼 만 하다, 이런 분위기입니다.

[앵커]

선거라는 게 원래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긴 하지만, 다가오는 미국 대선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됐네요.

[기자]

이제 막 기소만 된 거라 사법 절차가 줄줄이 남아있는데, 사상 초유의 사태다 보니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통상 기소 절차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수갑을 차고 체포가 될지, 자진해 법정에 나올 지도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습니다.

대선까지 남은 1년 반 동안 이를 지켜보는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 셈입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민·형사 사건에 휘말려있는데, 이번 기소가 다른 사건에 영향을 끼치면서 대선 판세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 법학 교수 : "법무부는 '1·6 의회 난입'과 관련된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기밀문서 유출 사건도 조사 중이죠. 이번 기소는 (트럼프의) 여러 형사 소송 중 첫 번째가 될 수 있습니다."]

정반대로 법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죄 판결이 나거나, 재판부가 아예 공소를 기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