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추념식 불참 놓고도…“시급한 민생 현안 많아” “야구장은 가더니…”

입력 2023.04.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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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75주년인 오늘(3일), 여야의 아침 풍경은 비슷한 듯 조금 달랐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장에 들어왔습니다. 가슴엔 4·3 정신을 상징하는 '붉은 동백꽃' 배지를 달았습니다.

김 대표는 "제주 4·3 사건 진행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묵념으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어 제주 추념식 현장엔 가지 못했지만, 추모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없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시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국회가 아닌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제주 4·3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현장 회의를 개최했고, 회의 직후엔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리는 희생자 추념식에도 직접 들렀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주요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4·3 추념식에 불참한 건, 제주 도민을 외면한 것이라는 당 논평도 나왔습니다.

■ 與 "여러 현안 있어 역할 나눴을 뿐"…민생 일정 소화

여당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김병민 최고위원과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일부 지도부가 4·3 희생자 추념식에 직접 참석했고,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는 시급한 민생 현안을 챙기느라 불가피하게 참석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당 대표 권한대행 시절에도 4·3 평화공원을 참배한 적 있었다"며 " 우리 당이 갖고 있는 4·3 사건의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이 있어서, 당의 지도부가 역할을 나눠서 각자 일을 하고 있다"며 "오늘도 당장 민생 현안 관련해서 회의도 하고 중요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고, 그 외에도 중소기업 관련 주요 민생 현안이 있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당력을 쏟아야 한다"고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곧바로 당내 민생 회의에 참석했고, 이후엔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간담회와 국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을 면담하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오늘(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 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오늘(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 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 '4·3 왜곡 논란' 태영호 "어떤 점 사과해야 하나"

하지만 민생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당 대표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도 관련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발언에 대해 사과 의향이 있는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답한 겁니다.

태 최고위원은 “제가 지난번에 한 발언, 제주도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던 것과 관련해 어떤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하거나 폄훼한 일은 없었다”며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발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과해야 한다면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며 "4월 3일에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당 결정이다. 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4·3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남로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3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역사적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3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역사적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野 "정부·여당 극우 행태가 4·3 정신 모독 …추념식조차 외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한 것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여당에서 나오는 4·3 왜곡 발언을 놓고도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오늘 제주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정부·여당의 극우적인 행태가 4·3정신을 모독하고 있다"며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 사과 한마디 아직 하지 않는다",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고 비판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년에는 총선을 두고 표를 의식해 (추념식에) 얼굴을 비칠 것"이라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성곤 제주도당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대표들까지 오늘 추념식에 줄줄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선거 때마다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해놓고, 정작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는 모습이 기가 막힌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늘(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늘(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 野 "야구장 갈 시간은 있고,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나"

하루 전인 어제(2일)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4.3 불참을 지난 1일 대구 방문에 빗대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추념식 불참의 이유로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들었는데요.

박 대변인은 "야구장 방문할 시간은 있어도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느냐"며 " 윤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 대구는 괜찮고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라며 "후보 시절 제주의 아픔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제주 도민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또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맡고,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한 사람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됐다"며 "제주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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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추념식 불참 놓고도…“시급한 민생 현안 많아” “야구장은 가더니…”
    • 입력 2023-04-03 15:10:46
    취재K

제주 4·3 사건 75주년인 오늘(3일), 여야의 아침 풍경은 비슷한 듯 조금 달랐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장에 들어왔습니다. 가슴엔 4·3 정신을 상징하는 '붉은 동백꽃' 배지를 달았습니다.

김 대표는 "제주 4·3 사건 진행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묵념으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시급한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어 제주 추념식 현장엔 가지 못했지만, 추모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없다고도 했습니다.

같은 시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국회가 아닌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제주 4·3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현장 회의를 개최했고, 회의 직후엔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리는 희생자 추념식에도 직접 들렀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주요 지도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4·3 추념식에 불참한 건, 제주 도민을 외면한 것이라는 당 논평도 나왔습니다.

■ 與 "여러 현안 있어 역할 나눴을 뿐"…민생 일정 소화

여당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김병민 최고위원과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일부 지도부가 4·3 희생자 추념식에 직접 참석했고,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는 시급한 민생 현안을 챙기느라 불가피하게 참석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당 대표 권한대행 시절에도 4·3 평화공원을 참배한 적 있었다"며 " 우리 당이 갖고 있는 4·3 사건의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이 있어서, 당의 지도부가 역할을 나눠서 각자 일을 하고 있다"며 "오늘도 당장 민생 현안 관련해서 회의도 하고 중요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고, 그 외에도 중소기업 관련 주요 민생 현안이 있고, 부산 엑스포 유치에 당력을 쏟아야 한다"고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곧바로 당내 민생 회의에 참석했고, 이후엔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간담회와 국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을 면담하는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오늘(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생 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 '4·3 왜곡 논란' 태영호 "어떤 점 사과해야 하나"

하지만 민생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당 대표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도 관련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발언에 대해 사과 의향이 있는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답한 겁니다.

태 최고위원은 “제가 지난번에 한 발언, 제주도민들에게 용서를 빌었던 것과 관련해 어떤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하거나 폄훼한 일은 없었다”며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발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사과해야 한다면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가 먼저 규명돼야 한다”며 "4월 3일에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당 결정이다. 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4·3 사건은 남로당의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남로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낸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3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역사적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野 "정부·여당 극우 행태가 4·3 정신 모독 …추념식조차 외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한 것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여당에서 나오는 4·3 왜곡 발언을 놓고도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오늘 제주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정부·여당의 극우적인 행태가 4·3정신을 모독하고 있다"며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망언을 한 여당 지도부, 사과 한마디 아직 하지 않는다",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던 대통령의 약속은 부도났다"고 비판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내년에는 총선을 두고 표를 의식해 (추념식에) 얼굴을 비칠 것"이라며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성곤 제주도당위원장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대표들까지 오늘 추념식에 줄줄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선거 때마다 마르고 닳도록 제주의 아픔을 닦아드리고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해놓고, 정작 추념식 참석조차 외면하는 모습이 기가 막힌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오늘(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 野 "야구장 갈 시간은 있고,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나"

하루 전인 어제(2일)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4.3 불참을 지난 1일 대구 방문에 빗대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추념식 불참의 이유로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들었는데요.

박 대변인은 "야구장 방문할 시간은 있어도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느냐"며 " 윤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 대구는 괜찮고 제주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 시절 제주도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라며 "후보 시절 제주의 아픔을 강조하던 대통령이 이제 와서 제주 도민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또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제주 4·3을 공산주의 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맡고, 김일성의 지시라고 주장한 사람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됐다"며 "제주의 아픔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지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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