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4·3 아픔 위로…서청단 집회 시도, 강한 반발에 무산

입력 2023.04.03 (19:29) 수정 2023.04.03 (20: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특히 올해 4·3 추념식은 코로나19로 참석이 힘들었던 생존 희생자와 유족을 최우선으로 해 본 행사와 문화제가 연이어 마련됐는데요.

서북청년단을 표방하는 단체가 사전 예고대로 집회를 추진해 자칫 추념식이 얼룩질 뻔했지만 유족과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저지로 철수했습니다.

임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일흔을 훌쩍 넘긴 남매가 예비검속 희생자 묘역을 찾았습니다.

4·3 당시 겨우 세 살이었던 딸과 어머니 배 속에 있던 아들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행방불명돼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진정숙/4·3 유족 : "면(사무소)에서 오라는 독촉장이 왔대. 누가 안 가도 된다고 해도 (아버지는) 잘못한 일 없으니까 가보겠다 하고 가니까. 그걸로 끝. 행불(이 됐지.)"]

4·3으로 부모, 형제를 잃고 70여 년간 슬픔을 삼키며 버텨온 유족들.

국가폭력으로 생이별한 가족의 비석에 음식을 올리며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뒤 열 번째 봉행된 4·3 추념식.

아픈 역사를 몸짓으로 풀어낸 도립무용단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에 많은 유족들이 참석한 만큼 올해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문화제가 마련돼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습니다.

한편, 추념식에 앞서 서북청년단 추종 단체 소속 서너 명이 사전 예고대로 집회를 시도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성난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들이 탄 승합차를 에워싸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여기서 사죄하고 너희들은 처벌을 받고 영원히 벌 받을 것이다. 당장 떠나지 못해."]

이들은 유족회의 만류와 반발에 부딪혀 집회 시도 한 시간 여 만에 철수했지만 왜곡 현수막부터 집회 시도까지 75주년을 맞은 4·3에 큰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한창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75년 4·3 아픔 위로…서청단 집회 시도, 강한 반발에 무산
    • 입력 2023-04-03 19:29:54
    • 수정2023-04-03 20:23:58
    뉴스7(제주)
[앵커]

특히 올해 4·3 추념식은 코로나19로 참석이 힘들었던 생존 희생자와 유족을 최우선으로 해 본 행사와 문화제가 연이어 마련됐는데요.

서북청년단을 표방하는 단체가 사전 예고대로 집회를 추진해 자칫 추념식이 얼룩질 뻔했지만 유족과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저지로 철수했습니다.

임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일흔을 훌쩍 넘긴 남매가 예비검속 희생자 묘역을 찾았습니다.

4·3 당시 겨우 세 살이었던 딸과 어머니 배 속에 있던 아들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는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행방불명돼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진정숙/4·3 유족 : "면(사무소)에서 오라는 독촉장이 왔대. 누가 안 가도 된다고 해도 (아버지는) 잘못한 일 없으니까 가보겠다 하고 가니까. 그걸로 끝. 행불(이 됐지.)"]

4·3으로 부모, 형제를 잃고 70여 년간 슬픔을 삼키며 버텨온 유족들.

국가폭력으로 생이별한 가족의 비석에 음식을 올리며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뒤 열 번째 봉행된 4·3 추념식.

아픈 역사를 몸짓으로 풀어낸 도립무용단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에 많은 유족들이 참석한 만큼 올해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문화제가 마련돼 희생자들의 넋을 달랬습니다.

한편, 추념식에 앞서 서북청년단 추종 단체 소속 서너 명이 사전 예고대로 집회를 시도해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성난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들이 탄 승합차를 에워싸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여기서 사죄하고 너희들은 처벌을 받고 영원히 벌 받을 것이다. 당장 떠나지 못해."]

이들은 유족회의 만류와 반발에 부딪혀 집회 시도 한 시간 여 만에 철수했지만 왜곡 현수막부터 집회 시도까지 75주년을 맞은 4·3에 큰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한창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