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전광훈 목사를 어이할꼬…김기현의 선택은?

입력 2023.04.04 (07:00) 수정 2023.04.04 (07: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결선을 생략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

당 대표 선출 뒤 한 달 가까이가 지나갔지만 당초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 등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많습니다.

정상외교와 69시간 근로제 등 요인도 있겠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전광훈 목사와의 설전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선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관련 발언입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반대다”라고 했던 이 발언, 바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나왔습니다.

당에서 공개 경고가 나오면서 잠시 잠잠해지는가했던 전광훈 목사와의 인연은 이번엔 홍준표 시장과의 설전으로 다시 부각됐습니다.

이 설전도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현지에서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 발언 후 지난달 28일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전광훈 목사가 직접 나섰습니다.

이튿날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시장을 "이 자식"이라고 호칭하며 "대구시민 여러분, 홍준표 저거 탄핵하세요", "저놈들은 내년 4월 10일 선거에서 공천주지마, 다 잘라버려라"라고 직격한 겁니다.


■ 김재원 징계 않자 뿔난 홍준표, "정당이 일개 목회자에 좌우되나?"

최고 득표로 당선된 수석 최고위원, 그리고 당의 대권 주자가 엮인 설전이 이어지는데도 당 지도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3년간 이어졌던 당의 호남 정책에 재를 뿌린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서 김기현 지도부는 징계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습니다.

지난달 30일 "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구두로 사과했다"며 "차후 또다시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김 최고위원의 공개 사과로 일단은 징계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계획을 시사한 것입니다.

당 지도부가 꿈쩍하지 않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엔 총구를 당 지도부를 향해 돌렸습니다.

지난 1일 SNS에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에게서 버림받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어제(3일) 아침에는 SNS에 글을 올려 '당 비대위'까지 언급했습니다.

홍 시장은 "통상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이 급등하는데 우리 당은 거꾸로 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지 분석하고는 있느냐"면서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비판했는데, 현 지도부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한 셈입니다.


■ 김기현, 결론은 '양비론'? …洪 "이사야 같은 선지자 밑에서 잘해보세요"

갈등이 격화하자 드디어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어제(3일) 당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홍 시장의 설전에 대해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 될 일"이라며 자중을 촉구한 건데요.

그런데 홍 시장을 향해서는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대해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전 목사에 대해서는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서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광훈 목사는 우리 당 지도부도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을 우리 당도 들을 건 듣고 참고할 건 참고하겠지만, 또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거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전 목사 그분은 그분 역할을 하는 거고, 우리 당은 우리 당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시장과 전광훈 목사 누구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양쪽 다 자중하라는 일종의 양비론을 구사한겁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최근 여당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김 대표로서는 중도층 등을 향한 '외연 확장'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극우 성향 지지층'과의 확실한 결별도 원하지는 않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문제는 이 해법이 통할지 여부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홍준표 시장, 곧바로 김 대표 발언에 반박을 이어갔습니다.

홍 시장은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하고 오히려 니는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며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치켜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해 보세요"라고 SNS에 적었습니다.

김 대표가 지난 2019년 '문재인 퇴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성서 속) 패악한 정권, 독재 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말을 그대로 소환해 돌려준 겁니다.

이어 "자유 통일당으로 당명 개정도 검토해 보시던가"라며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당의 어른이다.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당내 비주류인사들은 이런 상황 자체에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비윤계인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양반(전 목사) 우리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습니다.

당권 주자였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전광훈 목사처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인물들이 다시 우스워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을 내세웠던 김기현 대표. 하지만 잇따른 설화와 내분 속에 김 대표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여심야심] 전광훈 목사를 어이할꼬…김기현의 선택은?
    • 입력 2023-04-04 07:00:41
    • 수정2023-04-04 07:07:20
    여심야심

압도적인 지지율로 결선을 생략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

당 대표 선출 뒤 한 달 가까이가 지나갔지만 당초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 등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많습니다.

정상외교와 69시간 근로제 등 요인도 있겠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전광훈 목사와의 설전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선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관련 발언입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반대다”라고 했던 이 발언, 바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예배에서 나왔습니다.

당에서 공개 경고가 나오면서 잠시 잠잠해지는가했던 전광훈 목사와의 인연은 이번엔 홍준표 시장과의 설전으로 다시 부각됐습니다.

이 설전도 김재원 최고위원의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현지에서 김 최고위원이 전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 발언 후 지난달 28일 홍 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자 전광훈 목사가 직접 나섰습니다.

이튿날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 시장을 "이 자식"이라고 호칭하며 "대구시민 여러분, 홍준표 저거 탄핵하세요", "저놈들은 내년 4월 10일 선거에서 공천주지마, 다 잘라버려라"라고 직격한 겁니다.


■ 김재원 징계 않자 뿔난 홍준표, "정당이 일개 목회자에 좌우되나?"

최고 득표로 당선된 수석 최고위원, 그리고 당의 대권 주자가 엮인 설전이 이어지는데도 당 지도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3년간 이어졌던 당의 호남 정책에 재를 뿌린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에 대해서 김기현 지도부는 징계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습니다.

지난달 30일 "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구두로 사과했다"며 "차후 또다시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김 최고위원의 공개 사과로 일단은 징계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는 계획을 시사한 것입니다.

당 지도부가 꿈쩍하지 않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엔 총구를 당 지도부를 향해 돌렸습니다.

지난 1일 SNS에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에게서 버림받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어제(3일) 아침에는 SNS에 글을 올려 '당 비대위'까지 언급했습니다.

홍 시장은 "통상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컨벤션 효과로 당 지지율이 급등하는데 우리 당은 거꾸로 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지 분석하고는 있느냐"면서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비판했는데, 현 지도부 붕괴 가능성까지 거론한 셈입니다.


■ 김기현, 결론은 '양비론'? …洪 "이사야 같은 선지자 밑에서 잘해보세요"

갈등이 격화하자 드디어 김기현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어제(3일) 당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홍 시장의 설전에 대해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 될 일"이라며 자중을 촉구한 건데요.

그런데 홍 시장을 향해서는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대해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전 목사에 대해서는 "우리 당 공천권을 가지고서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라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광훈 목사는 우리 당 지도부도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을 우리 당도 들을 건 듣고 참고할 건 참고하겠지만, 또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거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전 목사 그분은 그분 역할을 하는 거고, 우리 당은 우리 당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시장과 전광훈 목사 누구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양쪽 다 자중하라는 일종의 양비론을 구사한겁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최근 여당 지지율 하락세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김 대표로서는 중도층 등을 향한 '외연 확장'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극우 성향 지지층'과의 확실한 결별도 원하지는 않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문제는 이 해법이 통할지 여부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홍준표 시장, 곧바로 김 대표 발언에 반박을 이어갔습니다.

홍 시장은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하고 오히려 니는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며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치켜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해 보세요"라고 SNS에 적었습니다.

김 대표가 지난 2019년 '문재인 퇴진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성서 속) 패악한 정권, 독재 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말을 그대로 소환해 돌려준 겁니다.

이어 "자유 통일당으로 당명 개정도 검토해 보시던가"라며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당의 어른이다.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당내 비주류인사들은 이런 상황 자체에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비윤계인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양반(전 목사) 우리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며 강력한 대처를 요구했습니다.

당권 주자였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전광훈 목사처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인물들이 다시 우스워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을 내세웠던 김기현 대표. 하지만 잇따른 설화와 내분 속에 김 대표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