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3개월 넘게 ‘이 자리’ 비워뒀다…대체 왜?

입력 2023.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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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KBS 디지털뉴스부  김재은제작: KBS 디지털뉴스부 김재은

또다시 '풍선'이 화제입니다. 중국은 한사코 부인하고, 미국은 맞다고 주장하는 '정찰용 풍선'입니다.

1월 28일 미 영공을 처음 침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 풍선은 2월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민간인에 의해 목격됐습니다. 그 뒤 미 당국은 2월 4일 동부 해안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하고 잔해를 수거해 분석해 왔는데요.

지난 2월 미국 당국이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지난 2월 미국 당국이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풍선의 여파, 상당합니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입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당시 중국 방문 계획을 출발 직전에 전격 취소했습니다. 양국의 설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풍선이 그냥 '풍선'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풍선이 날고 있던 몬태나주에는 미국의 3개 핵미사일 격납고 중 한 곳인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있습니다. 풍선이 정보 수집 목적으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제기돼 왔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현지시각 3일, 사실상 풍선의 정체가 '정찰용'이라고 쐐기를 박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중국 측이 원격으로 제어하던 고고도 정찰풍선은 8자 형태를 그리며 선회하는 방식으로 군 기지 상공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오갔습니다.

NBC 방송은 또 전·현직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 풍선이 사진 등 시각 이미지보다는 무기 시스템에서 발신되거나 부대 근무 인원들이 주고받는 전자 신호를 탈취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 풍선이 중국산이 맞다면서도 기상 관측용 풍선이라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타이완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 중인 양국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석 달 동안 '주미 대사 자리' 공석…여러 추측 난무

그런데 이런 상황에 주미국 중국 대사가 없습니다. 공석이 된 지 3개월이 넘었습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가장 오래 자리를 비워두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1995년 6월 당시 리다오위 주미 중국대사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2개월 정도 자리를 비운 것이 최장기간 공석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리덩후이 타이완 총통의 미국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리다오위 주미 대사를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올해 1월 중국 명절 춘절을 맞아 미국 NBA 경기장에 영상 축하 메시지를 공개했다. (출처: 바이두)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올해 1월 중국 명절 춘절을 맞아 미국 NBA 경기장에 영상 축하 메시지를 공개했다. (출처: 바이두)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주미국 중국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임 대사인 친강이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계속 대사 자리를 비워두고 있습니다.

■"미국 향한 중국 불만 표출"…큰 폭 개각도 영향 있는 듯

당연히 '왜'라는 궁금증과 함께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먼저 주미 대사 자리를 3개월 넘게 비워두고 있다는 것은 "미국을 향한 중국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임 주미 대사가 부임하면 양국 관계에 개선 조짐이 있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돌파구를 만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고민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여러 전문가를 인용해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나섰지만 이런 노력이 "무시되거나 거부당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긴장 완화에 대해 합의하고 장관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풍선 사태'로 전격 취소되면서 교류 시작부터 꼬인 겁니다.

"공이 미국 코트안에 있는데 미국이 네트 너머로 공을 받아치는 대신 공을 박살낸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 중국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로리 대니얼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미국 싱크탱크) , 사우스모닝포스트지 인터뷰

브라운대 방문학자인 찰스 프리먼 역시 SCMP에 "중국은 외교 관계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면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전면 검토 중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개각도 주미 대사 임명이 늦어지는 한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공식화된 뒤 공산당과 중국 정부 고위 관리의 승진이 한 번에 진행되면서 주미 대사 임명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후임 누가 될까?…"지뢰밭 들어가게 될 것"

하지만 중국이 언제까지 주미 대사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겠죠. 이미 친강 전 주미 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도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신임 주미 대사는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입니다. 대미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정가에서는 친강 전 주미 대사가 떠난 직후 셰펑이 바로 신임 대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습니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중국 관영 CGTN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셰펑 부부장의 신임 주미 대사 임명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출처: CGTN)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중국 관영 CGTN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셰펑 부부장의 신임 주미 대사 임명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출처: CGTN)

문제는 두 나라 사이가 지금도 썩 좋지 않은데, 현지시각 5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회동하는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로리 대니얼스는 SCMP에 "셰펑은 워싱턴DC에 기반을 두고 '지뢰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신임 주미 대사의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계가 나빠서 대사를 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또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사를 조속히 파견해야 하는 상황, 중국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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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3개월 넘게 ‘이 자리’ 비워뒀다…대체 왜?
    • 입력 2023-04-05 06:00:12
    특파원 리포트
제작: KBS 디지털뉴스부  김재은
또다시 '풍선'이 화제입니다. 중국은 한사코 부인하고, 미국은 맞다고 주장하는 '정찰용 풍선'입니다.

1월 28일 미 영공을 처음 침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 풍선은 2월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민간인에 의해 목격됐습니다. 그 뒤 미 당국은 2월 4일 동부 해안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하고 잔해를 수거해 분석해 왔는데요.

지난 2월 미국 당국이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풍선의 여파, 상당합니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입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당시 중국 방문 계획을 출발 직전에 전격 취소했습니다. 양국의 설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풍선이 그냥 '풍선'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풍선이 날고 있던 몬태나주에는 미국의 3개 핵미사일 격납고 중 한 곳인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있습니다. 풍선이 정보 수집 목적으로 비행했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제기돼 왔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현지시각 3일, 사실상 풍선의 정체가 '정찰용'이라고 쐐기를 박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중국 측이 원격으로 제어하던 고고도 정찰풍선은 8자 형태를 그리며 선회하는 방식으로 군 기지 상공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오갔습니다.

NBC 방송은 또 전·현직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 풍선이 사진 등 시각 이미지보다는 무기 시스템에서 발신되거나 부대 근무 인원들이 주고받는 전자 신호를 탈취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 풍선이 중국산이 맞다면서도 기상 관측용 풍선이라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타이완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 중인 양국의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석 달 동안 '주미 대사 자리' 공석…여러 추측 난무

그런데 이런 상황에 주미국 중국 대사가 없습니다. 공석이 된 지 3개월이 넘었습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가장 오래 자리를 비워두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1995년 6월 당시 리다오위 주미 중국대사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2개월 정도 자리를 비운 것이 최장기간 공석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은 리덩후이 타이완 총통의 미국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리다오위 주미 대사를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올해 1월 중국 명절 춘절을 맞아 미국 NBA 경기장에 영상 축하 메시지를 공개했다. (출처: 바이두)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주미국 중국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임 대사인 친강이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계속 대사 자리를 비워두고 있습니다.

■"미국 향한 중국 불만 표출"…큰 폭 개각도 영향 있는 듯

당연히 '왜'라는 궁금증과 함께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먼저 주미 대사 자리를 3개월 넘게 비워두고 있다는 것은 "미국을 향한 중국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임 주미 대사가 부임하면 양국 관계에 개선 조짐이 있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돌파구를 만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고민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여러 전문가를 인용해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과의 긴장을 줄이기 위해 나섰지만 이런 노력이 "무시되거나 거부당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긴장 완화에 대해 합의하고 장관급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풍선 사태'로 전격 취소되면서 교류 시작부터 꼬인 겁니다.

"공이 미국 코트안에 있는데 미국이 네트 너머로 공을 받아치는 대신 공을 박살낸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 중국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로리 대니얼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미국 싱크탱크) , 사우스모닝포스트지 인터뷰

브라운대 방문학자인 찰스 프리먼 역시 SCMP에 "중국은 외교 관계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면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전면 검토 중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개각도 주미 대사 임명이 늦어지는 한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공식화된 뒤 공산당과 중국 정부 고위 관리의 승진이 한 번에 진행되면서 주미 대사 임명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후임 누가 될까?…"지뢰밭 들어가게 될 것"

하지만 중국이 언제까지 주미 대사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겠죠. 이미 친강 전 주미 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도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신임 주미 대사는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입니다. 대미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정가에서는 친강 전 주미 대사가 떠난 직후 셰펑이 바로 신임 대사로 임명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습니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중국 관영 CGTN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셰펑 부부장의 신임 주미 대사 임명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출처: CGTN)
문제는 두 나라 사이가 지금도 썩 좋지 않은데, 현지시각 5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회동하는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로리 대니얼스는 SCMP에 "셰펑은 워싱턴DC에 기반을 두고 '지뢰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신임 주미 대사의 길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계가 나빠서 대사를 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또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대사를 조속히 파견해야 하는 상황, 중국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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