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와 파리에선 웃을게요!” 클라이밍 간판 서채현의 도전

입력 2023.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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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히어로 스파이더맨을 떠올리게 하는 아슬아슬한 자세. 몸을 잔뜩 기울이고도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편안하게 암벽을 탄다. '클라이밍 신동'에서, 어느덧 만 19세의 '한국 클라이밍의 간판'으로 성장한 서채현이다. 이번 주말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새 시즌을 시작하는 서채현은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의 높은 벽까지 '완등'하겠다는 각오다.

■ 쇼핑보다, 유퀴즈보다, 오직 클라이밍

2003년생, 같은 나이의 친구들은 대학 캠퍼스를 누비거나 갓 성인이 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시기지만 서채현에겐 온 세상이 클라이밍이다. 평소 신발 쇼핑과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 시청을 즐기지만 클라이밍을 이기진 못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 제일 재밌는 것, 심지어는 제일 친한 친구를 묻는 질문에도 서채현은 "클라이밍"이라고 답했다.

수천, 수만 번을 탔을 훈련장 암벽도 서채현에게는 매일 즐겁고 새롭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마지막 훈련에 대한 소감도 그저 "재밌다"였다. 서채현이 이른 나이에 세계 무대에 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데에는 다른 비결보다 클라이밍을 온전히 즐기는 마음이 있었다.

"계속 새로운 루트를 시도하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코스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 덕분에 클라이밍이 재밌는 거 같아요"
- 서채현

■ 삼촌·이모 팬들 울린 도쿄의 눈물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컴바인 종목 결선. 주종목이자 대회 마지막 종목인 리드(15m 높이의 설치된 암벽을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가는 방식)에 출전한 서채현은 메달 획득에 아쉽게 실패한 뒤 인터뷰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종목 최연소 선수로 나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대 이상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기에 아쉬운 마음도 더 컸다.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서채현의 눈물은 한편으론 수많은 올림픽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2년 전, 당시 만 17세에 흘린 눈물은 이제 서채현의 경쟁력이 됐다. 서채현은 담담히 그날의 기억을, 자신의 경험으로 승화했다.

"예선 전에는 올림픽이 엄청 큰 무대니까 좀 긴장을 하긴 했었는데, 예선을 치르고 나서 결선을 하기 전에는 오히려 덜 떨렸어요. 파리 올림픽에서는 예선부터 좀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 서채현

■ 단내나는 지옥의 체력 훈련, 약점 보완에 집중한 겨울

겨울 비시즌 동안 서채현은 약점인 근력과 체력 보강에 집중했다. 보통 오후 1시에 시작해 오후 6시정도까지 4~5시간가량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훈련에 매달렸다. 부족함을 느낀 파워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제는 새 시즌을 앞두고 훈련 강도를 조절하는 단계임에도 턱걸이, 푸쉬업, 스쿼트와 점프를 결합한 하체 운동 등을 거르지 않는다.

"파워하고 스피드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최소 20~30% 정도 근력이 향상돼서, 근력이 뒷받침하는 기술들도 함께 향상된 상태입니다."
- 서종국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

실제로 도쿄 올림픽 이후 서채현의 기량 발전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 작년 월드컵 6개 대회에서 모두 메달 획득에 성공했고, 시즌 말미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 최초로 컴바인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스피드(빨리 암벽을 오르는 방식)종목이 컴바인에서 분리되는 등 바뀐 대회 방식도 서채현에게 웃어준다. 이미 랭킹 최상위권인 리드, 비시즌 열심히 훈련한 볼더링(정해진 시간 내 4~5개의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서채현의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평가다.

■ "항저우와 파리에서는 행복하게 웃을게요."


서채현의 1차 목표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발전 통과. 이후 8월에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올림픽 진출권이 걸린 대회)을 거쳐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아가 내년 파리 올림픽 정복까지 노리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서채현의 등반은 이미 정상을 향한다.

"아직은 뭔가 감히 상상도 안 되는 일인데, 올림픽 메달이라는게 특히나 어려운 일이다보니까 메달을 따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거 같아요."
- 서채현

세계 무대에서 눈물 대신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채현은 암벽을 움켜쥘 준비를 마쳤다. 모든 시합 전마다 되뇌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최선을 다해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서채현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되자! 도쿄에선 울었지만, 항저우와 파리에서는 행복하게 웃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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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저우와 파리에선 웃을게요!” 클라이밍 간판 서채현의 도전
    • 입력 2023-04-07 07:00:16
    스포츠K

영화 속 히어로 스파이더맨을 떠올리게 하는 아슬아슬한 자세. 몸을 잔뜩 기울이고도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편안하게 암벽을 탄다. '클라이밍 신동'에서, 어느덧 만 19세의 '한국 클라이밍의 간판'으로 성장한 서채현이다. 이번 주말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새 시즌을 시작하는 서채현은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의 높은 벽까지 '완등'하겠다는 각오다.

■ 쇼핑보다, 유퀴즈보다, 오직 클라이밍

2003년생, 같은 나이의 친구들은 대학 캠퍼스를 누비거나 갓 성인이 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시기지만 서채현에겐 온 세상이 클라이밍이다. 평소 신발 쇼핑과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 시청을 즐기지만 클라이밍을 이기진 못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 제일 재밌는 것, 심지어는 제일 친한 친구를 묻는 질문에도 서채현은 "클라이밍"이라고 답했다.

수천, 수만 번을 탔을 훈련장 암벽도 서채현에게는 매일 즐겁고 새롭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마지막 훈련에 대한 소감도 그저 "재밌다"였다. 서채현이 이른 나이에 세계 무대에 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데에는 다른 비결보다 클라이밍을 온전히 즐기는 마음이 있었다.

"계속 새로운 루트를 시도하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코스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 덕분에 클라이밍이 재밌는 거 같아요"
- 서채현

■ 삼촌·이모 팬들 울린 도쿄의 눈물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컴바인 종목 결선. 주종목이자 대회 마지막 종목인 리드(15m 높이의 설치된 암벽을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가는 방식)에 출전한 서채현은 메달 획득에 아쉽게 실패한 뒤 인터뷰에서 울음을 참지 못했다. 종목 최연소 선수로 나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대 이상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기에 아쉬운 마음도 더 컸다.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서채현의 눈물은 한편으론 수많은 올림픽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2년 전, 당시 만 17세에 흘린 눈물은 이제 서채현의 경쟁력이 됐다. 서채현은 담담히 그날의 기억을, 자신의 경험으로 승화했다.

"예선 전에는 올림픽이 엄청 큰 무대니까 좀 긴장을 하긴 했었는데, 예선을 치르고 나서 결선을 하기 전에는 오히려 덜 떨렸어요. 파리 올림픽에서는 예선부터 좀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 서채현

■ 단내나는 지옥의 체력 훈련, 약점 보완에 집중한 겨울

겨울 비시즌 동안 서채현은 약점인 근력과 체력 보강에 집중했다. 보통 오후 1시에 시작해 오후 6시정도까지 4~5시간가량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훈련에 매달렸다. 부족함을 느낀 파워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제는 새 시즌을 앞두고 훈련 강도를 조절하는 단계임에도 턱걸이, 푸쉬업, 스쿼트와 점프를 결합한 하체 운동 등을 거르지 않는다.

"파워하고 스피드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최소 20~30% 정도 근력이 향상돼서, 근력이 뒷받침하는 기술들도 함께 향상된 상태입니다."
- 서종국 클라이밍 대표팀 감독

실제로 도쿄 올림픽 이후 서채현의 기량 발전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 작년 월드컵 6개 대회에서 모두 메달 획득에 성공했고, 시즌 말미에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남녀 통틀어 한국 선수 최초로 컴바인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약했던 스피드(빨리 암벽을 오르는 방식)종목이 컴바인에서 분리되는 등 바뀐 대회 방식도 서채현에게 웃어준다. 이미 랭킹 최상위권인 리드, 비시즌 열심히 훈련한 볼더링(정해진 시간 내 4~5개의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서채현의 경쟁력이 올라갔다는 평가다.

■ "항저우와 파리에서는 행복하게 웃을게요."


서채현의 1차 목표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발전 통과. 이후 8월에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올림픽 진출권이 걸린 대회)을 거쳐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아가 내년 파리 올림픽 정복까지 노리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서채현의 등반은 이미 정상을 향한다.

"아직은 뭔가 감히 상상도 안 되는 일인데, 올림픽 메달이라는게 특히나 어려운 일이다보니까 메달을 따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거 같아요."
- 서채현

세계 무대에서 눈물 대신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채현은 암벽을 움켜쥘 준비를 마쳤다. 모든 시합 전마다 되뇌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최선을 다해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서채현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되자! 도쿄에선 울었지만, 항저우와 파리에서는 행복하게 웃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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