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감옥’ 확인돼도 불기소…‘촉법소년’에는 속수무책

[앵커]

학교폭력을 당한 뒤 숨진 고 박주원 양의 유족은 어제(6일) KBS와 만나 새로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변호사가 재판에 나가지 않아 패소한 것도 억울하지만 소송으로 가기 전 가해 학생들을 고발했는데도 아무도 법정에 서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이버 공간의 학교 폭력을 인정받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이화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박주원 양은 중학생이던 2012년, 동급생 4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습니다.

이들은 밤 9시부터 2시간 동안 박 양을 향해 욕설 등을 쏟아부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다른 동급생은 페이스북에 박 양을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기철/故박주원 양 어머니 : "사이버 테러를 했던 아이들이 거기서 계속 주원이한테 정말 처참한 언어로 얘기를 했던 게…꼴같잖은 게 재수없다고."]

박 양이 세상을 떠난 뒤 유족은 가해 학생들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해 달라며 고발했습니다.

하지만 한 명도 법정에 세우지 못했습니다.

2012년과 2015년에 걸쳐 주원 양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는 A 양의 검찰 불기소 처분서.

주요 근거는 피의자가 범행 당시, 12세의 형사 미성년자라는 점이었습니다.

욕설을 직접 들은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주원 양이 숨진 상황에서 유족이 증거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사이버 폭력 수위가 높았던 다른 가해 학생 두 명은 소년 보호 처분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나현경/변호사/학교 폭력 전문 : "언어 폭력의 경우에도 특히 청소년기의 아동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져야겠고요."]

학교 폭력은 대부분의 가해자가 형사 미성년자이고 사이버 폭력은 더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현실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유용규/영상편집:황보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