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엔] 맥도날드 “집에서 해고 기다려라”…경기 먹구름?
입력 2023.04.08 (08:02)
수정 2023.04.1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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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파블로의 맥도날드 매장. (출처:AFP)
맥도날드가 지난 3~5일(현지 시각) 미국 내 사무실을 일시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재택 근무'를 명령했습니다. 비대면으로 해고 통보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해고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 보도를 보면 구조조정 칼바람은 매서운 듯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맥도날드에 20년 근무한 보험 관련 부서 부사장급 임원도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 "보릿고개 대비하자"…'인원 감축' 확산
미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건 '뉴스'는 아닙니다. 지난해 말부터 메타, 트위터, 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들어갔죠. 차이점은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가 매출이 쪼그라든 이들 기업과는 다르게 맥도날드는 여전히 '호황'이라는 겁니다. 맥도날드의 매출은 상승세이고, 이에 힘입어 주가는 지난 4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미국 경기 침체에 대비해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는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크리스 켐진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투자자들에게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수순이라는 거죠.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분야 기업에서 시작된 인원 감축이 소매·제조 업체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SVB발 금융 위기 공포 '여전'
2023년 3월 13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지점 밖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SVB는 10일 예금 인출과 주가 폭락으로 파산했다. (출처:AP)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금융 위기' 공포도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는 등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불신의 눈초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죠.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와 다른 은행들의 상황이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들이 1년 전에 한 투자는 대부분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은행권 전반의 재무 구조가 취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투자에 실패하며 파산했죠.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미국 기준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면서 국채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이게 투자 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SVB는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한 고객들의 대량인출 사태가 이어지면서 파산했는데요. 유례없는 연준(Fed)의 긴축 정책과 '킹 달러' 기조 속에서 버텨낼 자산이 거의 없는 겁니다.
■ 물가 다 잡은 줄 알았는데…석유 감산 '날벼락'
사실 노동 시장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 이로 인한 어느 정도의 경기 침체 우려는 연준(Fed)의 작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한 거죠.
최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표들을 보면 이 작전은 슬슬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세는 전년 대비 5.0%로 크게 줄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개인이 일정 기간 지출한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인데,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크게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연준이 좋아하는 또 다른 지표,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월 기준 3.6%로,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의 급한 불은 껐고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불안감은 커진 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 시계가 드디어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는데, 최근 들어서는 인상할 확률보다 현재 수준(4.75%~5%)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출처: 로이터
그런데 꺼져가는 인플레에 기름을 붓는 일이 터집니다. 2일(현지 시각) 주요 산유국들(OPEC+)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116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 선언이었죠. 지난해 10월 OPEC+가 대규모 감산(하루 200만 배럴 규모)을 이미 결정한 상태라서, 당분간은 공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OPEC+는 "시장 안정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공급 축소 소식에 유가는 바로 뛰었습니다. 발표 당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년 새 장 중 최고인 8%나 뛰면서 리터당 81 달러(약 10만 원)를 웃돌았습니다. 연말까지 최고 100 달러(약 13만 천 원) 수준으로 오를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 다시 도는 금리 인상 시계?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출처:AFP)
당장 연준 내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통하는 인사들이 인플레 재점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석유 감산에 놀랐다"며, "유가는 변동이 심해 따라잡기 힘들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도 같은 날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압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유가 걱정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연준이 보는 물가 지표는 근원 물가(변동성이 많은 유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라는 이유입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표인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미국의 기준 금리는 5.1%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가 급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이기고, 연준은 이 예상치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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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08 08:02:24
- 수정2023-04-14 14:07:19
맥도날드가 지난 3~5일(현지 시각) 미국 내 사무실을 일시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재택 근무'를 명령했습니다. 비대면으로 해고 통보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해고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 보도를 보면 구조조정 칼바람은 매서운 듯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맥도날드에 20년 근무한 보험 관련 부서 부사장급 임원도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 "보릿고개 대비하자"…'인원 감축' 확산
미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한 건 '뉴스'는 아닙니다. 지난해 말부터 메타, 트위터, 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인원 감축에 들어갔죠. 차이점은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가 매출이 쪼그라든 이들 기업과는 다르게 맥도날드는 여전히 '호황'이라는 겁니다. 맥도날드의 매출은 상승세이고, 이에 힘입어 주가는 지난 4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미국 경기 침체에 대비해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는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크리스 켐진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투자자들에게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수순이라는 거죠.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분야 기업에서 시작된 인원 감축이 소매·제조 업체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SVB발 금융 위기 공포 '여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불거진 '금융 위기' 공포도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이는 등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불신의 눈초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죠.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와 다른 은행들의 상황이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들이 1년 전에 한 투자는 대부분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은행권 전반의 재무 구조가 취약해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투자에 실패하며 파산했죠.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미국 기준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면서 국채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이게 투자 손실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SVB는 불안 심리가 극에 달한 고객들의 대량인출 사태가 이어지면서 파산했는데요. 유례없는 연준(Fed)의 긴축 정책과 '킹 달러' 기조 속에서 버텨낼 자산이 거의 없는 겁니다.
■ 물가 다 잡은 줄 알았는데…석유 감산 '날벼락'
사실 노동 시장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 이로 인한 어느 정도의 경기 침체 우려는 연준(Fed)의 작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한 거죠.
최근 발표된 미국의 물가 지표들을 보면 이 작전은 슬슬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세는 전년 대비 5.0%로 크게 줄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개인이 일정 기간 지출한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인데,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크게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연준이 좋아하는 또 다른 지표,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월 기준 3.6%로,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시장에서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의 급한 불은 껐고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불안감은 커진 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 시계가 드디어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는데, 최근 들어서는 인상할 확률보다 현재 수준(4.75%~5%)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꺼져가는 인플레에 기름을 붓는 일이 터집니다. 2일(현지 시각) 주요 산유국들(OPEC+)이 원유 생산량을 하루 116만 배럴씩 줄이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시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 선언이었죠. 지난해 10월 OPEC+가 대규모 감산(하루 200만 배럴 규모)을 이미 결정한 상태라서, 당분간은 공급이 안정적일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OPEC+는 "시장 안정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공급 축소 소식에 유가는 바로 뛰었습니다. 발표 당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년 새 장 중 최고인 8%나 뛰면서 리터당 81 달러(약 10만 원)를 웃돌았습니다. 연말까지 최고 100 달러(약 13만 천 원) 수준으로 오를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 다시 도는 금리 인상 시계?
당장 연준 내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통하는 인사들이 인플레 재점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석유 감산에 놀랐다"며, "유가는 변동이 심해 따라잡기 힘들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리사 쿡 연준 이사도 같은 날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압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유가 걱정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연준이 보는 물가 지표는 근원 물가(변동성이 많은 유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라는 이유입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표인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미국의 기준 금리는 5.1%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가 급등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이기고, 연준은 이 예상치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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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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