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파병 훈련 때 극단 선택…54년 만에 배상 판결

입력 2023.04.09 (09:33) 수정 2023.04.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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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파병을 준비하던 부대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가혹 행위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의 유족이 54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숨진 A 씨의 형제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1인당 천9백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의 극단적 선택은 신병 관리를 소홀히 한 부대 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휘관들은 훈련 도중 몸이 좋지 않다는 A 씨에게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총기를 소지한 채 복귀하도록 했고, 구타와 가혹 행위가 행해지는 것을 알고도 예방 또는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생존했다면 얻을 수 있던 소득을 5천 2백여만 원으로 보고, 이 중 국가의 책임을 50%로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A 씨 2천만 원, 별세한 어머니 천만 원, 형제 1인당 8백만 원으로 정해 상속분에 따라 원고들에게 배분했습니다.

A 씨는 입대 석 달 만인 1969년 8월 훈련을 받던 중 몸이 불편하다며 지휘관의 허락을 받고 부대에 복귀하다가 실종된 지 하루 만에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A 씨는 베트남전 파병을 위한 훈련 부대에 배치된 지 5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는 김신조 등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듬해로 전군에 대비 태세가 강화된 시기였습니다.

위원회는 지난해 3월 A 씨가 군에 만연했던 구타와 가혹 행위, 신병에 대한 부대 관리 소홀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국방부도 지난해 11월 A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습니다.

유족이 낸 소송에서 정부는 "국가가 A 씨의 사망과 관련해 신병 관리를 소홀히 했다거나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국가가 A 씨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피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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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9 09:33:26
    • 수정2023-04-09 09: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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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파병을 준비하던 부대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가혹 행위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의 유족이 54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숨진 A 씨의 형제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1인당 천9백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의 극단적 선택은 신병 관리를 소홀히 한 부대 관계자들의 관리·감독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휘관들은 훈련 도중 몸이 좋지 않다는 A 씨에게 별다른 보호 조치를 하지 않고 총기를 소지한 채 복귀하도록 했고, 구타와 가혹 행위가 행해지는 것을 알고도 예방 또는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생존했다면 얻을 수 있던 소득을 5천 2백여만 원으로 보고, 이 중 국가의 책임을 50%로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A 씨 2천만 원, 별세한 어머니 천만 원, 형제 1인당 8백만 원으로 정해 상속분에 따라 원고들에게 배분했습니다.

A 씨는 입대 석 달 만인 1969년 8월 훈련을 받던 중 몸이 불편하다며 지휘관의 허락을 받고 부대에 복귀하다가 실종된 지 하루 만에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A 씨는 베트남전 파병을 위한 훈련 부대에 배치된 지 5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는 김신조 등 북한 공작원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듬해로 전군에 대비 태세가 강화된 시기였습니다.

위원회는 지난해 3월 A 씨가 군에 만연했던 구타와 가혹 행위, 신병에 대한 부대 관리 소홀 등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국방부도 지난해 11월 A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습니다.

유족이 낸 소송에서 정부는 "국가가 A 씨의 사망과 관련해 신병 관리를 소홀히 했다거나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국가가 A 씨의 사망을 예견하거나 피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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