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당신의 전셋집은 안전합니까?

입력 2023.04.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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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의 꿈, '내 집 마련' … 현실은 '캥거루족'
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국무조정실에서 만19~34세의 청년 1만4,966명을 상대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91%가 '자가 주택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10명 가운데 6명이 부모 집 등에서 아직 독립하지 못한 '가구원'이었습니다. 정부의 주거 정책 중 가장 필요한 건 '구입 자금 대출'(41%)이라고 답했습니다. 집을 사서 독립하고 싶지만, 집을 살 돈이 없어서 독립을 미루고 있는 겁니다. 어쩌면 청년들은 가장 원하는 걸 잠시 미루며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 '전세의 배신'…"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보면 전세는 참 고마운 제도입니다. 목돈이 모일 때까지, 그래서 '내 집'을 살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거든요. 그런데 이 전세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깡통전세', '빌라왕' 등 불안한 전세시장을 일컫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못 받고 쫓겨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대부분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이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A씨
"정말 갈 데 올 데 없어요. 보증금 떼이고 나서, 새로 이사갈 집 전세금을 저희 팔순 노부모님이 적금을 해약해서 마련해 주셨어요. 부모님한테 죄송하죠.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죽을 수는 없는 거니까..."

전세 사기 피해자 B씨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마음 먹은 게, 앞으로 제 인생에 전세는 없어요. 죽을때까지 월세를 살더라도 전세는 안 살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슈퍼카를 살래요. 뺏지는 않잖아요."

자책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전세 제도를 뜯어보니,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취재진이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피해를 막을 방도는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현 제도 안에서 대책은 없습니다. 전세에 살지 말라고 권합니다."

당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고, 당신은 '아직 운이 좋을 뿐'입니다.


■ 인천 미추홀구에 '나홀로 아파트'가 많은 이유
취재진은 두 달 동안 인천의 한 피해지역을 밀도있게 취재했습니다. 전세 사기, 복잡한 것 같지만 구조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320여 명인데, 이들이 살던 집의 건축주는 한 사람입니다.

건축주 남 모씨는 주로 '나홀로 아파트'와 낮은 빌라를 지었습니다. 빨리 완공되기 때문입니다. 이 집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를 들여 전세보증금도 챙겼습니다. 이렇게 생긴 돈으로 또 집을 지었습니다. 모두 2,700채입니다. 겉으론 성공한 사업가 같았지만, 그의 민낯은 사실 은행·세입자의 돈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투기꾼에 불과했습니다. 계약할 때 바지임대업자를 내세웠고, 특정 공인중개소가 계약을 주도하고, 특정 관리회사가 집을 관리했습니다.

■ 기울어진 운동장, 임대인과 임차인
우리나라에서 집은 적은 노력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집주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다 바쳐도 얻기 힘든 그 집을, 누군가는 서류 몇 장 조작하는 것으로 쉽게 얻습니다. 어떤 이는 평생 무주택자로 살다 죽는데, 어떤 이는 기존 제도만 잘 활용하면 수 백, 수천 채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집값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에도 집주인의 의도가 개입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주택자는 40%에 달합니다. 전세는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임차 형태입니다.

집을 살지 말지 편안히 선택할 수 있고, 집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보다 안전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는 정말 없는 걸까요?

우리가, 부동산의 이면에 숨은 투기 세력의 실체를 고발합니다.

내일(11일) 밤 10시, KBS1TV 〈시사기획 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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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당신의 전셋집은 안전합니까?
    • 입력 2023-04-10 07:00:36
    취재K

■ 청년의 꿈, '내 집 마련' … 현실은 '캥거루족'
얼마 전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국무조정실에서 만19~34세의 청년 1만4,966명을 상대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91%가 '자가 주택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10명 가운데 6명이 부모 집 등에서 아직 독립하지 못한 '가구원'이었습니다. 정부의 주거 정책 중 가장 필요한 건 '구입 자금 대출'(41%)이라고 답했습니다. 집을 사서 독립하고 싶지만, 집을 살 돈이 없어서 독립을 미루고 있는 겁니다. 어쩌면 청년들은 가장 원하는 걸 잠시 미루며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 '전세의 배신'…"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보면 전세는 참 고마운 제도입니다. 목돈이 모일 때까지, 그래서 '내 집'을 살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거든요. 그런데 이 전세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깡통전세', '빌라왕' 등 불안한 전세시장을 일컫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못 받고 쫓겨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대부분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이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A씨
"정말 갈 데 올 데 없어요. 보증금 떼이고 나서, 새로 이사갈 집 전세금을 저희 팔순 노부모님이 적금을 해약해서 마련해 주셨어요. 부모님한테 죄송하죠.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죽을 수는 없는 거니까..."

전세 사기 피해자 B씨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마음 먹은 게, 앞으로 제 인생에 전세는 없어요. 죽을때까지 월세를 살더라도 전세는 안 살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슈퍼카를 살래요. 뺏지는 않잖아요."

자책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전세 제도를 뜯어보니,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취재진이 한 부동산 전문가에게 피해를 막을 방도는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현 제도 안에서 대책은 없습니다. 전세에 살지 말라고 권합니다."

당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고, 당신은 '아직 운이 좋을 뿐'입니다.


■ 인천 미추홀구에 '나홀로 아파트'가 많은 이유
취재진은 두 달 동안 인천의 한 피해지역을 밀도있게 취재했습니다. 전세 사기, 복잡한 것 같지만 구조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320여 명인데, 이들이 살던 집의 건축주는 한 사람입니다.

건축주 남 모씨는 주로 '나홀로 아파트'와 낮은 빌라를 지었습니다. 빨리 완공되기 때문입니다. 이 집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를 들여 전세보증금도 챙겼습니다. 이렇게 생긴 돈으로 또 집을 지었습니다. 모두 2,700채입니다. 겉으론 성공한 사업가 같았지만, 그의 민낯은 사실 은행·세입자의 돈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투기꾼에 불과했습니다. 계약할 때 바지임대업자를 내세웠고, 특정 공인중개소가 계약을 주도하고, 특정 관리회사가 집을 관리했습니다.

■ 기울어진 운동장, 임대인과 임차인
우리나라에서 집은 적은 노력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은 집주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을 다 바쳐도 얻기 힘든 그 집을, 누군가는 서류 몇 장 조작하는 것으로 쉽게 얻습니다. 어떤 이는 평생 무주택자로 살다 죽는데, 어떤 이는 기존 제도만 잘 활용하면 수 백, 수천 채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집값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에도 집주인의 의도가 개입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주택자는 40%에 달합니다. 전세는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임차 형태입니다.

집을 살지 말지 편안히 선택할 수 있고, 집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보다 안전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는 정말 없는 걸까요?

우리가, 부동산의 이면에 숨은 투기 세력의 실체를 고발합니다.

내일(11일) 밤 10시, KBS1TV 〈시사기획 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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