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틀어박힌 청년 수십만 명”…치료·생활 돕는다

입력 2023.04.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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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① A씨는 청소년 때부터 학교 수업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는 자체가 불편하고 힘들었음. 집에 와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중학교 때는 자해까지 했음.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적응이 힘들어 제적까지 당해.
<취약계층 청년 범위 및 지원에 관한 연구_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을 중심으로, 2021>

▲ 사례 ② B씨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학교도 가지 않겠다고 함. 여러 차례 심리 상담에도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B씨에게 부모는 등교를 강요했으나 오히려 반발만 더 커져.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가족 지원을 위한 입법과제, 2021>

위 사례는 이른바 '은둔형 청소년'에 관한 대표적 사례들을 소개한 것입니다. '은둔형 청소년'은 집에서 나가지 않거나 학업 등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로 학교폭력 경험이나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좌절, 가정 내 갈등 등이 요인으로 꼽히는데 위기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 청소년을 포함한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숫자는 전체의 3.1% 수준인 33만8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은둔형 청소년이 성장을 멈춰 은둔형 청년이 되지 않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고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들을 새로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 생활지원부터 심리상담까지

여성가족부는 오늘(11일) 은둔형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대상'에 포함하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위기청소년 특별지원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 9세 이상 만 24세 이하 청소년에게 생활비 지원은 물론, 심리상담과 학업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비행·일탈 예방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거나 보호자의 실질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 또는 '학교 밖 청소년' 등으로 대상이 국한됐는데 여기에 은둔형 청소년을 포함시키겠다는 겁니다. 은둔형 청소년의 경우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영양 섭취 등으로 신체적 성장이 더딜 수 있고, 사회적으로 뚜렷한 역할이 없다보니 우울증 등을 겪을 확률도 더 높습니다.

지원 내용에는 구체적으로 의식주 등 기초생계비와 치료·재활 비용(입원 치료 포함), 본인과 가족의 심리치료를 위한 상담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또 입학금과 수업료, 학원비(검정고시 포함) 등 학업 지원과 졸업 후 자립을 위한 기술 습득과 취업 알선 등도 대상입니다. 여기에 대상 청소년이 원하는 문화활동과 심지어는 수치심을 해소하기 위한 흉터 교정 등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모두 은둔형 청소년이 문 밖으로 나왔을 때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지원 기간은 기본 1년에 추가로 1년 연장이 가능한데, 학업과 자립을 위한 지원은 최대 3년까지 가능합니다. 또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대상자 선정 기준도 중위소득 기준 기존의 65%에서 100% 이하까지 확대됐는데, 이는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 '은둔형 청소년' 실태 파악은 내년부터…발굴 어려움은 과제

여가부는 내년부터 은둔형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부 기관에서 관련 연구를 통해 은둔형 청소년의 실태에 접근한 적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은둔형 청소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실태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발굴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은둔형 청소년의 경우 학교를 쉬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상담소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지 않아 부모의 의뢰 등을 통해 일부 사례만 단편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은둔형 청소년은 매년 수백 명 수준이어서 전체에 비하면 극소수 수준입니다.

정부가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청소년 본인과 보호자는 물론,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알고 있는 상담사와 사회복지사, 교원 등이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호자가 없거나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선정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은둔형 청소년은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오면 돕겠다'는 것만으로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는 건데 위기청소년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청소년 동반자'의 경우 전국적으로 현재 천4백 명 가량만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별로 추가 채용에 나서고 있는 건 긍정적인 내용이지만 대부분 시간제 근로 등 처우가 열악한 상황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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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 안에 틀어박힌 청년 수십만 명”…치료·생활 돕는다
    • 입력 2023-04-11 10:00:45
    취재K

▲ 사례 ① A씨는 청소년 때부터 학교 수업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는 자체가 불편하고 힘들었음. 집에 와서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중학교 때는 자해까지 했음.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적응이 힘들어 제적까지 당해.
<취약계층 청년 범위 및 지원에 관한 연구_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을 중심으로, 2021>

▲ 사례 ② B씨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학교도 가지 않겠다고 함. 여러 차례 심리 상담에도 교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하는 B씨에게 부모는 등교를 강요했으나 오히려 반발만 더 커져.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가족 지원을 위한 입법과제, 2021>

위 사례는 이른바 '은둔형 청소년'에 관한 대표적 사례들을 소개한 것입니다. '은둔형 청소년'은 집에서 나가지 않거나 학업 등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로 학교폭력 경험이나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좌절, 가정 내 갈등 등이 요인으로 꼽히는데 위기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하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 청소년을 포함한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숫자는 전체의 3.1% 수준인 33만8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은둔형 청소년이 성장을 멈춰 은둔형 청년이 되지 않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고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들을 새로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 생활지원부터 심리상담까지

여성가족부는 오늘(11일) 은둔형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지원대상'에 포함하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위기청소년 특별지원은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 9세 이상 만 24세 이하 청소년에게 생활비 지원은 물론, 심리상담과 학업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비행·일탈 예방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거나 보호자의 실질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 또는 '학교 밖 청소년' 등으로 대상이 국한됐는데 여기에 은둔형 청소년을 포함시키겠다는 겁니다. 은둔형 청소년의 경우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영양 섭취 등으로 신체적 성장이 더딜 수 있고, 사회적으로 뚜렷한 역할이 없다보니 우울증 등을 겪을 확률도 더 높습니다.

지원 내용에는 구체적으로 의식주 등 기초생계비와 치료·재활 비용(입원 치료 포함), 본인과 가족의 심리치료를 위한 상담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또 입학금과 수업료, 학원비(검정고시 포함) 등 학업 지원과 졸업 후 자립을 위한 기술 습득과 취업 알선 등도 대상입니다. 여기에 대상 청소년이 원하는 문화활동과 심지어는 수치심을 해소하기 위한 흉터 교정 등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모두 은둔형 청소년이 문 밖으로 나왔을 때 필요한 내용들입니다.

지원 기간은 기본 1년에 추가로 1년 연장이 가능한데, 학업과 자립을 위한 지원은 최대 3년까지 가능합니다. 또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대상자 선정 기준도 중위소득 기준 기존의 65%에서 100% 이하까지 확대됐는데, 이는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 '은둔형 청소년' 실태 파악은 내년부터…발굴 어려움은 과제

여가부는 내년부터 은둔형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부 기관에서 관련 연구를 통해 은둔형 청소년의 실태에 접근한 적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은둔형 청소년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실태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발굴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은둔형 청소년의 경우 학교를 쉬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상담소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지 않아 부모의 의뢰 등을 통해 일부 사례만 단편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은둔형 청소년은 매년 수백 명 수준이어서 전체에 비하면 극소수 수준입니다.

정부가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청소년 본인과 보호자는 물론, 지원이 필요한 대상을 알고 있는 상담사와 사회복지사, 교원 등이 행정복지센터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호자가 없거나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선정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은둔형 청소년은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오면 돕겠다'는 것만으로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는 건데 위기청소년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청소년 동반자'의 경우 전국적으로 현재 천4백 명 가량만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별로 추가 채용에 나서고 있는 건 긍정적인 내용이지만 대부분 시간제 근로 등 처우가 열악한 상황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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