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귀한 몸된 ‘155mm 포탄’…주목받는 ‘한국’

입력 2023.04.12 (16:19) 수정 2023.04.1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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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155mm 포탄이 때아닌 인기입니다.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행정부의 비밀 문건이 불을 지폈습니다. 문건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155mm 포탄을 요청하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문건에는 33만 발이라는 구체적 숫자도 적혀 있습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포탄 판매 요청은 지난해 10만 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왜 미국은 콕 짚어 155mm 포탄을, 그것도 한국에게 자꾸 요청하는 걸까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곡사포를 쏘고 있는 모습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곡사포를 쏘고 있는 모습

■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에 155mm 재고 부족해진 미국

155mm 포탄은 곡사포 등 각종 재래식 무기에 쓰이는 주요 포탄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K-방산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K-9 자주포도 155mm 포탄을 사용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155mm 포탄에 대한 수요를 크게 늘렸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역에서 포격전이 이어지면서, 미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에서만 하루에 약 3천 발의 155mm 포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1년간 백만 발 이상 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미국은 이미 백만 발 이상의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 무기고에 비축된 포탄의 수도 줄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수요는 계속 되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또 다른 급변사태에 대비하자면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도와주거나 미국 무기고를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유럽연합, EU가 우크라이나에 11억 달러 상당의 탄약 제공을 검토하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024년 회계년도 예산에 미국 내 탄약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한 비용 390억 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미 10만 발 판매...추가 지원량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어제(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내 업체가 이미 미국에 10만 발을 수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원칙과 우크라이나에 보낼 포탄이 필요한 미국의 요구를 적절히 절충시킨 셈입니다. 일종의 '우회지원'인 셈인데,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포탄 일부를 우크라이나 또는 미국에 보내고 국내 업체는 주한미군에 포탄을 판매하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출된 미국 행정부 비밀 문건은 미국이 한국에 추가 요청한 155mm 포탄 양이 33만 발에 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33만발을 한국에서 유럽으로 이송하는 데 72일이 걸린다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돼 있습니다. 오늘 한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최대 50만 발의 155mm 포탄을 미국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수량이 얼마가 됐든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하는 또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방부는 정부의 살상무기 수출 금지 방침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K-9 자주포에 155mm포탄이 실린 모습K-9 자주포에 155mm포탄이 실린 모습

■ "한국 155mm 포탄은 가성비 좋아"

유럽 방산업체들은 그동안 화력이 강한 탄약에 대한 수요가 적어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관련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내 연간 포탄 생산량이 30만 발인데,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155mm 포탄만 계산해도 전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비축해 놓은 포탄 감소 없이 제 때에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포탄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남북이 대치 중인 우리나라는 K-9 비롯해 155mm 포 운용 비중이 높고, 훈련을 통해 포탄을 계속 소비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도 많은 양의 155mm 포탄을 국내에서 생산해 왔습니다. 기본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지속적으로 소비가 이뤄짐에 따라 품질도 꾸준히 관리돼 왔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포탄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백만 발의 포탄을 제공하기로 한 EU가 한국을 포탄 구매 요청 가능 국가로 언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미국은 첨단 무기 쪽으로 국방 정책이 가고 있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와 여기에 소모되는 (155mm) 탄약을 적정 수요만 만족시키면 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단기적인 요인으로 포탄 공장 수를 늘리기보단 우리나라에서 그 수요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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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전쟁에 귀한 몸된 ‘155mm 포탄’…주목받는 ‘한국’
    • 입력 2023-04-12 16:19:03
    • 수정2023-04-12 16:26:57
    취재K

한국산 155mm 포탄이 때아닌 인기입니다.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행정부의 비밀 문건이 불을 지폈습니다. 문건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155mm 포탄을 요청하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문건에는 33만 발이라는 구체적 숫자도 적혀 있습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포탄 판매 요청은 지난해 10만 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왜 미국은 콕 짚어 155mm 포탄을, 그것도 한국에게 자꾸 요청하는 걸까요?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곡사포를 쏘고 있는 모습
■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에 155mm 재고 부족해진 미국

155mm 포탄은 곡사포 등 각종 재래식 무기에 쓰이는 주요 포탄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K-방산의 핵심 무기로 꼽히는 K-9 자주포도 155mm 포탄을 사용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155mm 포탄에 대한 수요를 크게 늘렸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지역에서 포격전이 이어지면서, 미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에서만 하루에 약 3천 발의 155mm 포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1년간 백만 발 이상 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미국은 이미 백만 발 이상의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 무기고에 비축된 포탄의 수도 줄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수요는 계속 되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또 다른 급변사태에 대비하자면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도와주거나 미국 무기고를 채워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유럽연합, EU가 우크라이나에 11억 달러 상당의 탄약 제공을 검토하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024년 회계년도 예산에 미국 내 탄약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한 비용 390억 원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미 10만 발 판매...추가 지원량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어제(12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내 업체가 이미 미국에 10만 발을 수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원칙과 우크라이나에 보낼 포탄이 필요한 미국의 요구를 적절히 절충시킨 셈입니다. 일종의 '우회지원'인 셈인데,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포탄 일부를 우크라이나 또는 미국에 보내고 국내 업체는 주한미군에 포탄을 판매하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출된 미국 행정부 비밀 문건은 미국이 한국에 추가 요청한 155mm 포탄 양이 33만 발에 달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33만발을 한국에서 유럽으로 이송하는 데 72일이 걸린다는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돼 있습니다. 오늘 한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최대 50만 발의 155mm 포탄을 미국에 '대여'하는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수량이 얼마가 됐든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하는 또 다른 방안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방부는 정부의 살상무기 수출 금지 방침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K-9 자주포에 155mm포탄이 실린 모습
■ "한국 155mm 포탄은 가성비 좋아"

유럽 방산업체들은 그동안 화력이 강한 탄약에 대한 수요가 적어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관련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내 연간 포탄 생산량이 30만 발인데,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155mm 포탄만 계산해도 전체 생산량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비축해 놓은 포탄 감소 없이 제 때에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포탄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남북이 대치 중인 우리나라는 K-9 비롯해 155mm 포 운용 비중이 높고, 훈련을 통해 포탄을 계속 소비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도 많은 양의 155mm 포탄을 국내에서 생산해 왔습니다. 기본적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지속적으로 소비가 이뤄짐에 따라 품질도 꾸준히 관리돼 왔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포탄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백만 발의 포탄을 제공하기로 한 EU가 한국을 포탄 구매 요청 가능 국가로 언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미국은 첨단 무기 쪽으로 국방 정책이 가고 있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와 여기에 소모되는 (155mm) 탄약을 적정 수요만 만족시키면 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단기적인 요인으로 포탄 공장 수를 늘리기보단 우리나라에서 그 수요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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