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아마존 파괴’ 공범이 ‘메이드 인 코리아’?

입력 2023.04.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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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에서 포착된 'MADE IN KOREA'

쉴 새 없이 땅을 파는 중장비. 그 옆에서는 뿌리 뽑힌 아름드리 나무가 누워있습니다.

보이십니까? 노란 굴착기. 그리고 거기 또렷하게 적혀있는 '현대(HYUNDAI)' 말입니다.

네, HD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가 아마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그냥 공사장이 아닙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입니다.

HD현대가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굴착기가 지구 반대편 아마존에서 땅을 파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 한국에서 절규한 '아마존 원주민'

▲ 어제(12일) 그린피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도토 타칵 이레(아마존 원주민 지도자)▲ 어제(12일) 그린피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도토 타칵 이레(아마존 원주민 지도자)

아마존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67배. 3,900억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지구에 산소 20%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마존은 그래서 '생명의 땅'입니다.

바로 어제(12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 아마존 원주민이 섰습니다. 이름은 도토 타칵 이레. 아마존 원주민 지도자입니다.

"내가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된 이유는 HD현대 중장비가 집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금 채굴로 인해 주 식량인 물고기와 숲이 수은으로 오염됐고, 여성은 유산하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낳고 있습니다."

- 도토 타칵 이레 (원주민 지도자) 기자회견 중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와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고 절규하는 아마존 원주민. 그가 지목한 건 우리 기업 'HD현대'였습니다.

■ "'아마존 파괴' 공범은 '현대 중장비"

▲ 그린피스 〈현대 중장비 동원 중단 촉구〉 기자회견(4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그린피스 〈현대 중장비 동원 중단 촉구〉 기자회견(4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맨 앞에서 보신 영상은 국제 기후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촬영한 영상입니다. 3년에 걸쳐 '생명의 땅' 아마존을 파괴하는 불법 금 채굴 현장을 추적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어제(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금 채굴을 고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 촬영을 통해 불법 채굴 현장을 조사한 결과, 불법 금 채굴에 동원된 176대의 굴착기 중 HD현대건설기계 제품이 75대로 가장 많았다고 공개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가 만든 중장비를 파는 현지 BMG이라는 업체가 경쟁사보다 불법 채굴 현장과 가까운 곳에 대리점을 공격적으로 세우고,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금 채취 과정에서 수은이 흘러나와 숲과 강을 오염시켜 원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런 파괴에 현대 중장비가 사용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정리하면, 현대가 만든 중장비가 원주민 보호구역까지 침범해 자행되는 불법 금 채굴을 돕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그린피스는 왜, 불법 금 채굴 업체나 현지 판매업체가 아닌 '현대'를 지목한 걸까요? HD현대는 합법적으로 중장비를 수출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 응답하라! '현대'를 지목한 진짜 이유

▲ 아마존 불법 금 채굴 현장 (사진 제공: 그린피스)▲ 아마존 불법 금 채굴 현장 (사진 제공: 그린피스)

"현대는 불법 금 채굴을 돕지 말고, 아마존 문제의 해결사로 거듭나 주십시오."

답은 그린피스 기자회견의 마지막 부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HD현대건설기계가 그동안 홍보해온 환경·윤리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있죠. (하지만) 기업의 판매·생산 행위에서 간접적으로 환경파괴를 했을 땐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인터뷰 中

네, 사실 그린피스의 기자회견은 '고발'이라기 보다 '호소'에 가깝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그린피스의 요구사항을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 장비가 원주민보호구역이나 생태계 구역에서 작동할 수 없도록 위치정보시스템(GPS) 연동 장치를 도입할 것
▲ 원주민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설 것

KBS는 HD현대건설기계에 입장을 물었고, HD현대는 답했습니다.

"장비의 비윤리적 사용에 대해 엄격히 규제를 두고 있지만, 딜러를 통해 판매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까지 우리 회사가 제재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HD현대건설기계 측 입장

HD현대 측은 그러면서도 "비윤리적, 불법적 사용에 대한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딜러 계약 해지 등 강력한 대응을 통해 이러한 일(아마존 불법 금 채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원주민 보호 구역에서의 불법 채굴에 장비 제조업체까지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한가지는 분명하게 각인됐습니다.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 원주민 보호 구역입니다.

'지구의 허파', '생명의 땅'. 아마존을 수식하는 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아마존을 파괴하는 행위지구의 허파를 망가뜨리고, 생명의 땅을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쉬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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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K] ‘아마존 파괴’ 공범이 ‘메이드 인 코리아’?
    • 입력 2023-04-13 08:00:17
    취재K

■ 아마존에서 포착된 'MADE IN KOREA'

쉴 새 없이 땅을 파는 중장비. 그 옆에서는 뿌리 뽑힌 아름드리 나무가 누워있습니다.

보이십니까? 노란 굴착기. 그리고 거기 또렷하게 적혀있는 '현대(HYUNDAI)' 말입니다.

네, HD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가 아마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그냥 공사장이 아닙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입니다.

HD현대가 만든 '메이드 인 코리아' 굴착기가 지구 반대편 아마존에서 땅을 파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 한국에서 절규한 '아마존 원주민'

▲ 어제(12일) 그린피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도토 타칵 이레(아마존 원주민 지도자)
아마존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67배. 3,900억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지구에 산소 20%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마존은 그래서 '생명의 땅'입니다.

바로 어제(12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 아마존 원주민이 섰습니다. 이름은 도토 타칵 이레. 아마존 원주민 지도자입니다.

"내가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된 이유는 HD현대 중장비가 집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금 채굴로 인해 주 식량인 물고기와 숲이 수은으로 오염됐고, 여성은 유산하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낳고 있습니다."

- 도토 타칵 이레 (원주민 지도자) 기자회견 중

지구 반대편까지 찾아와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고 절규하는 아마존 원주민. 그가 지목한 건 우리 기업 'HD현대'였습니다.

■ "'아마존 파괴' 공범은 '현대 중장비"

▲ 그린피스 〈현대 중장비 동원 중단 촉구〉 기자회견(4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맨 앞에서 보신 영상은 국제 기후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촬영한 영상입니다. 3년에 걸쳐 '생명의 땅' 아마존을 파괴하는 불법 금 채굴 현장을 추적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어제(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불법 금 채굴을 고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 촬영을 통해 불법 채굴 현장을 조사한 결과, 불법 금 채굴에 동원된 176대의 굴착기 중 HD현대건설기계 제품이 75대로 가장 많았다고 공개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가 만든 중장비를 파는 현지 BMG이라는 업체가 경쟁사보다 불법 채굴 현장과 가까운 곳에 대리점을 공격적으로 세우고,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금 채취 과정에서 수은이 흘러나와 숲과 강을 오염시켜 원주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런 파괴에 현대 중장비가 사용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정리하면, 현대가 만든 중장비가 원주민 보호구역까지 침범해 자행되는 불법 금 채굴을 돕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그린피스는 왜, 불법 금 채굴 업체나 현지 판매업체가 아닌 '현대'를 지목한 걸까요? HD현대는 합법적으로 중장비를 수출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 응답하라! '현대'를 지목한 진짜 이유

▲ 아마존 불법 금 채굴 현장 (사진 제공: 그린피스)
"현대는 불법 금 채굴을 돕지 말고, 아마존 문제의 해결사로 거듭나 주십시오."

답은 그린피스 기자회견의 마지막 부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HD현대건설기계가 그동안 홍보해온 환경·윤리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일차적인 책임은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있죠. (하지만) 기업의 판매·생산 행위에서 간접적으로 환경파괴를 했을 땐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인터뷰 中

네, 사실 그린피스의 기자회견은 '고발'이라기 보다 '호소'에 가깝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에 대한 그린피스의 요구사항을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 장비가 원주민보호구역이나 생태계 구역에서 작동할 수 없도록 위치정보시스템(GPS) 연동 장치를 도입할 것
▲ 원주민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설 것

KBS는 HD현대건설기계에 입장을 물었고, HD현대는 답했습니다.

"장비의 비윤리적 사용에 대해 엄격히 규제를 두고 있지만, 딜러를 통해 판매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까지 우리 회사가 제재를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HD현대건설기계 측 입장

HD현대 측은 그러면서도 "비윤리적, 불법적 사용에 대한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딜러 계약 해지 등 강력한 대응을 통해 이러한 일(아마존 불법 금 채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원주민 보호 구역에서의 불법 채굴에 장비 제조업체까지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한가지는 분명하게 각인됐습니다.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 원주민 보호 구역입니다.

'지구의 허파', '생명의 땅'. 아마존을 수식하는 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아마존을 파괴하는 행위지구의 허파를 망가뜨리고, 생명의 땅을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쉬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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