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뿌리를 찾아서?’…바이든이 아일랜드 섬으로 간 이유

입력 2023.04.14 (10:52) 수정 2023.04.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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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 영혼의 일부'라고 표현하는 나라, 아일랜드로 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외가에서 어린 시절 일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뿌리를 찾기 위해 떠난 여정인 셈인데, 웬일인지 현지에선 삼엄한 경비 속 테러 위협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북아일랜드에 도착했었죠.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다른 나라인데, 헷갈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설명해주시죠.

[기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지리적으로 하나의 섬이지만,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에 속하는 영국의 일부로, 둘은 다른 국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착한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니까,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직접 나가 맞이했고요.

바이든 대통령은 북아일랜드에서 하루가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머물고, 바로 아일랜드로 떠났습니다.

이번 방문은 '벨파스트 평화협정' 25주년을 맞아 이뤄졌습니다.

[앵커]

같은 섬에 두 개의 국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황인데요.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이번 방문의 의미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전에 말한 '벨파스트' 평화협정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성금요일' 평화협정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아일랜드섬은 1920년대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친영국파인 개신교도가 많은 북쪽 지역, 지금의 북아일랜드 지역은 독립하지 않고 영국령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북아일랜드 내부에선 또,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독립해야 한다, 아니다 영국령으로 남아야 한다, 두 그룹이 싸우면서 끊임없는 유혈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이 사태를 끝낸 게 1998년 체결된 '성금요일' 평화협정입니다.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이긴 하지만, 양쪽이 연정을 통해 북아일랜드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엔 사람과 물자의 통행도 자유롭게 허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합니다.

이 평화 협정을 맺을 당시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겨우 만들어 낸 평화가 몇년 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요?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2021년 시행되면서부터입니다.

영국 본토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는데,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유럽연합에 남는 상황이 된겁니다.

결국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과 검역 절차가 생기고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무역 장벽이 생긴 거죠.

북아일랜드의 친영국 성향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브렉시트'에 크게 반발하며 1년 넘게 의회를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성금요일 평화협정에 따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한쪽이 보이콧을 하고 있으니 의회 자체가 마비된 상태죠.

정치적 공백이 길어지면서 북아일랜드 사회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데요.

독립을 원하는 무장단체가 경찰에 총격 테러를 하거나,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계열 시위대 : "점령자가 우리 땅을 떠날 때까지 혁명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한 국가 주권을 가질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영국 정보당국은 국가 테러 위협을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앵커]

자칫하면 겨우 이룬 평화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미국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을 하러 간 건가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벨파스트의 한 대학에서 연설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연정 복원을 촉구했습니다.

내정 간섭을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저는 친구로서 성금요일 협정으로 세워진 민주주의가 북아일랜드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주제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일종의 당근책도 제시했는데요.

북아일랜드가 정치적으로 안정되면 미국 주요 기업 수십 곳이 투자하러 오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아일랜드 5개 정당 대표와 차례로 면담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의 이런 노력이 북아일랜드 안정에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현재로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의회를 보이콧 하고 있는 친 영국 성향 민주연합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당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국과 EU가 최근 북아일랜드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브렉시트 협정서를 다시 쓰기도 했는데요.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물품을 '북아일랜드행'과 '아일랜드 등 EU행'으로 나눠 관리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민주연합당은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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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4 10:52:08
    • 수정2023-04-14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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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 영혼의 일부'라고 표현하는 나라, 아일랜드로 향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외가에서 어린 시절 일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뿌리를 찾기 위해 떠난 여정인 셈인데, 웬일인지 현지에선 삼엄한 경비 속 테러 위협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북아일랜드에 도착했었죠.

북아일랜드, 아일랜드 다른 나라인데, 헷갈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설명해주시죠.

[기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지리적으로 하나의 섬이지만,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에 속하는 영국의 일부로, 둘은 다른 국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도착한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니까,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직접 나가 맞이했고요.

바이든 대통령은 북아일랜드에서 하루가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머물고, 바로 아일랜드로 떠났습니다.

이번 방문은 '벨파스트 평화협정' 25주년을 맞아 이뤄졌습니다.

[앵커]

같은 섬에 두 개의 국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황인데요.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이번 방문의 의미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전에 말한 '벨파스트' 평화협정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성금요일' 평화협정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아일랜드섬은 1920년대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친영국파인 개신교도가 많은 북쪽 지역, 지금의 북아일랜드 지역은 독립하지 않고 영국령으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북아일랜드 내부에선 또,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독립해야 한다, 아니다 영국령으로 남아야 한다, 두 그룹이 싸우면서 끊임없는 유혈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이 사태를 끝낸 게 1998년 체결된 '성금요일' 평화협정입니다.

북아일랜드가 영국령이긴 하지만, 양쪽이 연정을 통해 북아일랜드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엔 사람과 물자의 통행도 자유롭게 허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합니다.

이 평화 협정을 맺을 당시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겨우 만들어 낸 평화가 몇년 전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요?

[기자]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2021년 시행되면서부터입니다.

영국 본토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는데,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유럽연합에 남는 상황이 된겁니다.

결국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과 검역 절차가 생기고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무역 장벽이 생긴 거죠.

북아일랜드의 친영국 성향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브렉시트'에 크게 반발하며 1년 넘게 의회를 보이콧하고 있습니다.

성금요일 평화협정에 따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한쪽이 보이콧을 하고 있으니 의회 자체가 마비된 상태죠.

정치적 공백이 길어지면서 북아일랜드 사회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데요.

독립을 원하는 무장단체가 경찰에 총격 테러를 하거나,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계열 시위대 : "점령자가 우리 땅을 떠날 때까지 혁명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한 국가 주권을 가질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영국 정보당국은 국가 테러 위협을 '심각' 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앵커]

자칫하면 겨우 이룬 평화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미국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을 하러 간 건가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벨파스트의 한 대학에서 연설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연정 복원을 촉구했습니다.

내정 간섭을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저는 친구로서 성금요일 협정으로 세워진 민주주의가 북아일랜드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주제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일종의 당근책도 제시했는데요.

북아일랜드가 정치적으로 안정되면 미국 주요 기업 수십 곳이 투자하러 오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아일랜드 5개 정당 대표와 차례로 면담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의 이런 노력이 북아일랜드 안정에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현재로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의회를 보이콧 하고 있는 친 영국 성향 민주연합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당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거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영국과 EU가 최근 북아일랜드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브렉시트 협정서를 다시 쓰기도 했는데요.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가는 물품을 '북아일랜드행'과 '아일랜드 등 EU행'으로 나눠 관리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민주연합당은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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