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확인된’ 고체 ICBM…北 위협 새 국면

입력 2023.04.14 (11:44) 수정 2023.04.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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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 화염 넓게 퍼진 '화성 18형'…고체 ICBM 첫 시험

어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위 사진)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이라고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우리 군당국은 어제, "새로운 방식의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 그러니까 고체연료를 사용한 탄도미사일 시험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북한 발표로 확인된 셈입니다.

합동참모본부가 '고체 ICBM' 가능성에 무게를 둔 가장 큰 이유는 엔진에서 나오는 화염이었습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흰색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고, 액체연료 미사일은 붉은색 화염이 촛불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런 점을 한미 정보당국이 포착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세 장의 사진 모두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들입니다. 왼쪽 첫 번째 사진이 어제 발사했다는 '화성 18형'이고, 가운데 사진은 북한의 대표적 고체연료 미사일 'KN-24'(일명 북한판 에이태킴스)입니다. 두 미사일 모두 분사구에서 나오는 흰색 화염이 넓게 퍼지는 모습입니다.

세 번째 사진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17형'인데, 흰색 연기가 거의 없는 촛불 모양의 화염이 앞의 두 사진과 확연히 다릅니다. 북한이 어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것이 사진으로 확인되는데, 북한이 장거리 이상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1단은 정상 발사, 2·3단은 고각 발사


북한은 추진체의 단 분리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계단은 표준탄도비행방식으로 2,3 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1단은 정상적인 탄도미사일처럼 최대 추력으로 상승하도록 하고 분리한 뒤, 2단과 3단은 고각발사 방식으로 점화됐다는 겁니다.

또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으로 속도를 제한했다'라고 했는데, 이는 시차를 두고 추력을 조절해 미사일의 최대 속도를 제어했다는 뜻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첫 시험발사라는 점에서 무리하게 최대한의 출력으로 시험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계통의 성능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수정보완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단 분리 과정에서 다음 단의 점화를 늦추어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화성 17형을 고각 발사했을 때 최대 고도 6,248km로 1,090 km를 날았는데, 어제 화성 18형은 고도 3,000km 미만으로 1,000km 정도를 비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력을 조절했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오늘 발표에서 최대정점고도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출력을 조절하고, 또 단 분리 등 성능시험을 하기 위해 고각 발사를 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앞으로 수 차례의 추가 발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액체연료 기반인 화성 12,13,14,15,17형 등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들을 모두 기습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으로 재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북한 위협 새 국면…신속성·은밀성 높아져

고체연료 미사일은 마치 건전지를 갈아 끼우듯 연료를 장착하기 때문에,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훨씬 더 빨리 발사할 수 있습니다. 대략 액체연료의 1/3~1/4 정도까지 발사시간이 단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이는 사전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 등 대응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선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걸리는 시간만큼 미사일이 노출되기 때문에 한미 정보자산이 탐지, 유사시 선제타격할 수 있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격납고에서 꺼내 짧은 시간 안에 쏠 수 있기 때문에 대응능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북한이 공개한 사진 중에서도, 터널 같은 격납고 안에서 이동발사차량(TEL)에 실린 미사일을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선제타격 개념이 담긴 '킬체인(Kill Chain)' 등 '3축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다만 국방부는 기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축 체계는 과거의 최초 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협 변화 추세에 따라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표적탐지와 분석능력, 지해공 기반의 초정밀 신속타격 능력, 복합 다층 미사일 요격 능력뿐만 아니라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을 계속 진화·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엄밀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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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으로 확인된’ 고체 ICBM…北 위협 새 국면
    • 입력 2023-04-14 11:44:23
    • 수정2023-04-14 14:33:16
    취재K

■ 흰색 화염 넓게 퍼진 '화성 18형'…고체 ICBM 첫 시험

어제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위 사진)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8형'이라고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우리 군당국은 어제, "새로운 방식의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 그러니까 고체연료를 사용한 탄도미사일 시험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북한 발표로 확인된 셈입니다.

합동참모본부가 '고체 ICBM' 가능성에 무게를 둔 가장 큰 이유는 엔진에서 나오는 화염이었습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흰색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고, 액체연료 미사일은 붉은색 화염이 촛불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런 점을 한미 정보당국이 포착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세 장의 사진 모두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들입니다. 왼쪽 첫 번째 사진이 어제 발사했다는 '화성 18형'이고, 가운데 사진은 북한의 대표적 고체연료 미사일 'KN-24'(일명 북한판 에이태킴스)입니다. 두 미사일 모두 분사구에서 나오는 흰색 화염이 넓게 퍼지는 모습입니다.

세 번째 사진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17형'인데, 흰색 연기가 거의 없는 촛불 모양의 화염이 앞의 두 사진과 확연히 다릅니다. 북한이 어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는 것이 사진으로 확인되는데, 북한이 장거리 이상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1단은 정상 발사, 2·3단은 고각 발사


북한은 추진체의 단 분리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계단은 표준탄도비행방식으로 2,3 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즉, 1단은 정상적인 탄도미사일처럼 최대 추력으로 상승하도록 하고 분리한 뒤, 2단과 3단은 고각발사 방식으로 점화됐다는 겁니다.

또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으로 속도를 제한했다'라고 했는데, 이는 시차를 두고 추력을 조절해 미사일의 최대 속도를 제어했다는 뜻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첫 시험발사라는 점에서 무리하게 최대한의 출력으로 시험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계통의 성능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수정보완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단 분리 과정에서 다음 단의 점화를 늦추어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화성 17형을 고각 발사했을 때 최대 고도 6,248km로 1,090 km를 날았는데, 어제 화성 18형은 고도 3,000km 미만으로 1,000km 정도를 비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력을 조절했다는 뜻입니다.

북한은 오늘 발표에서 최대정점고도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출력을 조절하고, 또 단 분리 등 성능시험을 하기 위해 고각 발사를 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앞으로 수 차례의 추가 발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액체연료 기반인 화성 12,13,14,15,17형 등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들을 모두 기습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으로 재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북한 위협 새 국면…신속성·은밀성 높아져

고체연료 미사일은 마치 건전지를 갈아 끼우듯 연료를 장착하기 때문에,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훨씬 더 빨리 발사할 수 있습니다. 대략 액체연료의 1/3~1/4 정도까지 발사시간이 단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이는 사전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 등 대응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에선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걸리는 시간만큼 미사일이 노출되기 때문에 한미 정보자산이 탐지, 유사시 선제타격할 수 있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격납고에서 꺼내 짧은 시간 안에 쏠 수 있기 때문에 대응능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북한이 공개한 사진 중에서도, 터널 같은 격납고 안에서 이동발사차량(TEL)에 실린 미사일을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선제타격 개념이 담긴 '킬체인(Kill Chain)' 등 '3축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다만 국방부는 기우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축 체계는 과거의 최초 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위협 변화 추세에 따라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표적탐지와 분석능력, 지해공 기반의 초정밀 신속타격 능력, 복합 다층 미사일 요격 능력뿐만 아니라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을 계속 진화·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엄밀한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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