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주류 무역수지 적자 1조 3천억 원
국세청 'K-술' 수출 진흥 협의체 출범
소주·막걸리·맥주 통합 브랜드 추진
업계 "세 부담 완화" 국세청 '신중'
'SAKE' 하면 일본, 'VODKA'는 러시아, 'TEQUILA'는 멕시코가 떠오른다. 세계 주류 판매점, 공항 면세점 등을 가 보면 각 나라 술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뚜렷하다는 걸 알게된다. 그럼 한국 술은? 'SOJU'는 발음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11일 전통주 수출지원협의회를 만든 국세청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 수입 술에 한참 밀리는 우리 술
라면과 김 등 잘 나가는 K-Food 라지만, 우리 술 수출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수출액(3,979억 원)은 2019년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반면 위스키 등 외국 술 수입은 크게 늘면서 주류 무역 수지는 지난해 1조 3,240억 원으로 적자폭이 1년 만에 30% 가까이 뛰었다. 국세청이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 1,006명에게 물었더니 83.4%가 "주류 수출을 희망하지만 수출 활로 개척에 한계를 느낀다"라고 답했다.
지난 11일 열린 국세청 K-Liquor 수출지원협의회에 김창기 청장과 백종원 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세청]
국세청 전략은 일단 '연합군'이다. 소주와 막걸리 등 전통주를 비롯해 위스키, 맥주 등 국내에서 제조되는 모든 술의 통합 브랜드를 하나 만들자는 것. 협의회 첫 회의에선 'K-LIQUAR', 'K-SUUL' 등 구체적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국세청은 보도자료에서 'K-콘텐츠'의 인지도와 위력을 강조하면서 수출 제품의 K-브랜드 라벨 사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관훈클럽 포럼에 참석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촬영기자 강승혁]
■ K 꼭 붙여야 할까
다만, K-브랜드 사용에 신중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가 정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 구축이 먼저란 얘기다. 다른 분야 사례이긴 하지만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지난달 관훈클럽 포럼에서 'K-POP 위기론'에 대해 "K라는 단어가 희석돼야 미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통합 브랜드에 'K'를 붙이는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구체적 브랜딩은 공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업계 "세금 때문에 경쟁력 떨어져"
주류 경쟁력은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과 직결된다. 물론 수출 주류는 면세다. (다만, 수입 국가의 주세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국내 세금은 수출 경쟁력과 별개 문제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선 세제 혜택을 늘 요구한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 술을 이길만한 '기초 체력'을 키워야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논리다. 그러려면 세법을 바꿔 소비자와 기업 부담을 줄여 달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최근 불붙은 건 '위스키 종가세' 논란이다. 올해 초 편의점 등에서 MZ세대 '오픈런' 현상을 일으켰던 '김창수 위스키' 창업자 김창수 씨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서 대표할 만한 술이 하나 없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라고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위스키·소주 같은 증류주의 경우 술의 가격에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종가세)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숙성하거나 비싼 재료를 써야 하는 고급술은 만드는 게 불리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와 용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종량세)로 바꿔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 서민 부담·무역 분쟁…국세청의 주세 고민
국세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위스키와 소주는 증류주로 묶여 같은 방식으로 징수해야 하는데, 종량세로 전환한다면 둘 중 어떤 술의 알코올 함량과 용량을 기준으로 할지 문제가 생긴다. 중간 정도를 기준으로 잡는 절충안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적용해도, 결과적으로 위스키 가격만 크게 줄거나 소주 가격이 크게 올라 소주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더구나 '서민 술' 소주 가격은 출고 가격이 몇백 원 오르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저항이 매우 크다. 종가세를 유지하면서 위스키와 소주에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는 1990년대까지 위스키엔 최고 150%, 소주엔 30% 수준의 세율을 적용했었지만, WTO에서 문제를 제기해 현행 체계로 바꿨다.
■ 연예인 소주는 전통주, 막걸리는 아니라고?
다만 전통주의 개념을 완화하는 건 과세당국과 업계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 주세법과 전통주산업법은 전통주 개념을 ① 무형문화재 보유자·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 ② 농어업 경영체와 생산자 단체 직접 생산 ③ 주류 제조장 인접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 등으로 정의한다. 전통주가 되면 세율 50% 감경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다.
이런 전통주 개념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꾸준히 있었다. 박재범 '원소주'(강원 원주산 쌀로 제조)는 전통주이지만, 서울 50여 개 제조장이 함께 설립한 서울탁주제조협회에서 만드는 '장수생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라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백종원 대표는 협의회 첫 회의에서 "김치도 국산 재료를 100% 써야 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핵심 재료만 쓰면 국산으로 인정해준다"며 "지역특산주 농산물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올해 하반기쯤 주류산업 진흥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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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엔] K 붙일까 말까…국세청의 ‘우리술 수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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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15 10:01:10
주류 무역수지 적자 1조 3천억 원<br />국세청 'K-술' 수출 진흥 협의체 출범<br />소주·막걸리·맥주 통합 브랜드 추진<br />업계 "세 부담 완화" 국세청 '신중'
'SAKE' 하면 일본, 'VODKA'는 러시아, 'TEQUILA'는 멕시코가 떠오른다. 세계 주류 판매점, 공항 면세점 등을 가 보면 각 나라 술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뚜렷하다는 걸 알게된다. 그럼 한국 술은? 'SOJU'는 발음이 비교적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11일 전통주 수출지원협의회를 만든 국세청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 수입 술에 한참 밀리는 우리 술
라면과 김 등 잘 나가는 K-Food 라지만, 우리 술 수출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해 수출액(3,979억 원)은 2019년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반면 위스키 등 외국 술 수입은 크게 늘면서 주류 무역 수지는 지난해 1조 3,240억 원으로 적자폭이 1년 만에 30% 가까이 뛰었다. 국세청이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 1,006명에게 물었더니 83.4%가 "주류 수출을 희망하지만 수출 활로 개척에 한계를 느낀다"라고 답했다.
국세청 전략은 일단 '연합군'이다. 소주와 막걸리 등 전통주를 비롯해 위스키, 맥주 등 국내에서 제조되는 모든 술의 통합 브랜드를 하나 만들자는 것. 협의회 첫 회의에선 'K-LIQUAR', 'K-SUUL' 등 구체적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국세청은 보도자료에서 'K-콘텐츠'의 인지도와 위력을 강조하면서 수출 제품의 K-브랜드 라벨 사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K 꼭 붙여야 할까
다만, K-브랜드 사용에 신중하자는 의견도 있다. 국가 정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 구축이 먼저란 얘기다. 다른 분야 사례이긴 하지만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지난달 관훈클럽 포럼에서 'K-POP 위기론'에 대해 "K라는 단어가 희석돼야 미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통합 브랜드에 'K'를 붙이는 것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구체적 브랜딩은 공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업계 "세금 때문에 경쟁력 떨어져"
주류 경쟁력은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과 직결된다. 물론 수출 주류는 면세다. (다만, 수입 국가의 주세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국내 세금은 수출 경쟁력과 별개 문제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선 세제 혜택을 늘 요구한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 술을 이길만한 '기초 체력'을 키워야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논리다. 그러려면 세법을 바꿔 소비자와 기업 부담을 줄여 달라고, 업계는 주장한다.
최근 불붙은 건 '위스키 종가세' 논란이다. 올해 초 편의점 등에서 MZ세대 '오픈런' 현상을 일으켰던 '김창수 위스키' 창업자 김창수 씨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서 대표할 만한 술이 하나 없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라고 다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위스키·소주 같은 증류주의 경우 술의 가격에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종가세)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숙성하거나 비싼 재료를 써야 하는 고급술은 만드는 게 불리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와 용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종량세)로 바꿔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 서민 부담·무역 분쟁…국세청의 주세 고민
국세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위스키와 소주는 증류주로 묶여 같은 방식으로 징수해야 하는데, 종량세로 전환한다면 둘 중 어떤 술의 알코올 함량과 용량을 기준으로 할지 문제가 생긴다. 중간 정도를 기준으로 잡는 절충안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적용해도, 결과적으로 위스키 가격만 크게 줄거나 소주 가격이 크게 올라 소주업계 반발이 예상된다. 더구나 '서민 술' 소주 가격은 출고 가격이 몇백 원 오르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저항이 매우 크다. 종가세를 유지하면서 위스키와 소주에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는 1990년대까지 위스키엔 최고 150%, 소주엔 30% 수준의 세율을 적용했었지만, WTO에서 문제를 제기해 현행 체계로 바꿨다.
■ 연예인 소주는 전통주, 막걸리는 아니라고?
다만 전통주의 개념을 완화하는 건 과세당국과 업계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 주세법과 전통주산업법은 전통주 개념을 ① 무형문화재 보유자·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 ② 농어업 경영체와 생산자 단체 직접 생산 ③ 주류 제조장 인접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 등으로 정의한다. 전통주가 되면 세율 50% 감경 등 세제 혜택을 받고,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다.
이런 전통주 개념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꾸준히 있었다. 박재범 '원소주'(강원 원주산 쌀로 제조)는 전통주이지만, 서울 50여 개 제조장이 함께 설립한 서울탁주제조협회에서 만드는 '장수생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니라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백종원 대표는 협의회 첫 회의에서 "김치도 국산 재료를 100% 써야 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핵심 재료만 쓰면 국산으로 인정해준다"며 "지역특산주 농산물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올해 하반기쯤 주류산업 진흥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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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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