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위스키도 와인도, 잔으로 팔면 불법이었다고? 진심?
입력 2023.04.16 (07:00)
수정 2023.04.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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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술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누군가는 가난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낭만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 한 편 읽어보시죠
눈으로 음미하다 보면 달빛을 벗 삼아 잔술 한 잔을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잔술 한 잔으로 고단한 삶의 애환을 위로하는 절절한 심정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 시에 언급되는 '잔술'처럼 우리나라에서 잔술이 불러 일으키는 원래 이미지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의 삶',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시는 위로'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잔술로 마시는 술은 주로 소주였습니다.
종로 탑골공원 등지에서 노인분들이 주로 찾는 주점에서 소주 잔술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던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죠? 언제부턴가 소주 잔술보단 위스키 샷이나 글래스 와인이 점점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도 위스키 바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위스키 샷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행하면서 지난해(2022년) 위스키류 수입액은 2020년보다 2배나 증가했습니다.
파스타나 피자를 먹으면서 글래스 와인을 곁들이는 모습도 흔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위스키나 와인 등 술을 잔으로 판매하는 것이 그동안 불법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주세법 "병에 담긴 술을 잔에 나눠서 판매하면 불법"
우리나라에서 술을 팔기 위해선 면허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한 법이 주세법인데요. 바로 이 주세법 기본통칙에 ' 술 판매업자가 술 종류나 규격에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는 주류의 가공 또는 조작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술 판매업자는 술 제조장에서 병이나 캔 형태로 사 온 그대로 팔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주류에 탄산이나 다른 주류를 섞는 행위나 맥주를 빈 용기에 담는 행위는 예외 규정으로 뒀습니다. 칵테일이나 생맥주는 괜찮다는 말입니다.
이 규정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규정 그대로 해석하면 무면허 주류 제조 행위로, 벌금이 부과되거나 판매업 면허가 취소되는 처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동안 위스키를 샷으로 팔거나 글래스 와인을 팔았던 업주들이 전부 처벌 대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주세법 기본통칙이 지난해 연말에 개정됐습니다. 주세법 개정 통칙 개정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기획재정부의 검토와 승인으로 이뤄집니다. 그동안 '맥주'만 빈 용기에 담는 행위가 허락됐었는데 이 '맥주'라는 단어가 '주류', 그러니까 모든 술로 변경됐습니다. 2022년 12월 말이 되어서야 위스키 샷이나 글래스 와인을 파는 게 더 이상 불법이 아니게 된 겁니다.
■주세법이 갑자기, 뒤늦게 바뀐 이유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제서야 주세법 기본통칙이 개정된 이유는 뭘까요?
시간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갑니다. 당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국세청장에게 전통주 잔술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기조로 질의했는데, 이게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처음에는 양기대 의원실에서도 위스키 샷이나 글래스 와인이 불법일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고 합니다. 전통주 잔술 판매를 질의하기 위해서 관련 규정을 찾아보다가 맥주만 허용된 상태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 한국 와인의 경우에 관광객이나 소비자들이 한 번도 보거나 마셔본 적이 없어서 현장에서 보면 덜컥 사기 꺼려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국세청이 영세한 소규모 한국산 와인, 전통주 업체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필요하면 국세청의 권한을 사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김창기 국세청장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국세청 관계자는 "당시에도 주세법 기본통칙 조항을 80개 정도 전면 개정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면서도 "그 부분(잔술 관련 규정)은 양기대 의원실에서 건의해줘서 고친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현장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을 깨닫고 명확히 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규정상 불법이었던 잔술 판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의 실제 주류 생활과 괴리가 많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고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낭만과 추억의 몫으로 남겨놓겠다는 대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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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엔] 위스키도 와인도, 잔으로 팔면 불법이었다고?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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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16 07:00:18
- 수정2023-04-16 10:07:43
잔술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누군가는 가난을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낭만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 한 편 읽어보시죠
눈으로 음미하다 보면 달빛을 벗 삼아 잔술 한 잔을 마시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잔술 한 잔으로 고단한 삶의 애환을 위로하는 절절한 심정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 시에 언급되는 '잔술'처럼 우리나라에서 잔술이 불러 일으키는 원래 이미지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서민들의 삶',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시는 위로'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잔술로 마시는 술은 주로 소주였습니다.
종로 탑골공원 등지에서 노인분들이 주로 찾는 주점에서 소주 잔술을 많이 팔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던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죠? 언제부턴가 소주 잔술보단 위스키 샷이나 글래스 와인이 점점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도 위스키 바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위스키 샷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유행하면서 지난해(2022년) 위스키류 수입액은 2020년보다 2배나 증가했습니다.
파스타나 피자를 먹으면서 글래스 와인을 곁들이는 모습도 흔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위스키나 와인 등 술을 잔으로 판매하는 것이 그동안 불법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주세법 "병에 담긴 술을 잔에 나눠서 판매하면 불법"
우리나라에서 술을 팔기 위해선 면허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한 법이 주세법인데요. 바로 이 주세법 기본통칙에 ' 술 판매업자가 술 종류나 규격에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는 주류의 가공 또는 조작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술 판매업자는 술 제조장에서 병이나 캔 형태로 사 온 그대로 팔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주류에 탄산이나 다른 주류를 섞는 행위나 맥주를 빈 용기에 담는 행위는 예외 규정으로 뒀습니다. 칵테일이나 생맥주는 괜찮다는 말입니다.
이 규정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규정 그대로 해석하면 무면허 주류 제조 행위로, 벌금이 부과되거나 판매업 면허가 취소되는 처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동안 위스키를 샷으로 팔거나 글래스 와인을 팔았던 업주들이 전부 처벌 대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주세법 기본통칙이 지난해 연말에 개정됐습니다. 주세법 개정 통칙 개정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기획재정부의 검토와 승인으로 이뤄집니다. 그동안 '맥주'만 빈 용기에 담는 행위가 허락됐었는데 이 '맥주'라는 단어가 '주류', 그러니까 모든 술로 변경됐습니다. 2022년 12월 말이 되어서야 위스키 샷이나 글래스 와인을 파는 게 더 이상 불법이 아니게 된 겁니다.
■주세법이 갑자기, 뒤늦게 바뀐 이유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제서야 주세법 기본통칙이 개정된 이유는 뭘까요?
시간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갑니다. 당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국세청장에게 전통주 잔술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기조로 질의했는데, 이게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처음에는 양기대 의원실에서도 위스키 샷이나 글래스 와인이 불법일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고 합니다. 전통주 잔술 판매를 질의하기 위해서 관련 규정을 찾아보다가 맥주만 허용된 상태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 : 한국 와인의 경우에 관광객이나 소비자들이 한 번도 보거나 마셔본 적이 없어서 현장에서 보면 덜컥 사기 꺼려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국세청이 영세한 소규모 한국산 와인, 전통주 업체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필요하면 국세청의 권한을 사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김창기 국세청장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국세청 관계자는 "당시에도 주세법 기본통칙 조항을 80개 정도 전면 개정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면서도 "그 부분(잔술 관련 규정)은 양기대 의원실에서 건의해줘서 고친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현장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점을 깨닫고 명확히 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규정상 불법이었던 잔술 판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의 실제 주류 생활과 괴리가 많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고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낭만과 추억의 몫으로 남겨놓겠다는 대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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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기자 hjni1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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