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순간 일상을 잃었다”…마약 후유증의 늪

입력 2023.04.17 (21:18) 수정 2023.04.1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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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치 시신처럼 관절이 꺽인 채 서성이거나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른바 '좀비랜드'라고 불리는 거리인데 '좀비 마약'으로 통하는 '펜타닐'에 취한 중독자들이 많습니다.

마약이 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 앞서 전해드렸듯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나돌고, 얼마 전에는 마약에 취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숨기고, 덮을 일이 아니라고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입니다.

원동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캠핑장을 활보하는 한 청년. 옷을 벗은 채 자기 뺨을 때립니다.

["(약을 하긴 했어요?) 한거 같아요..."]

길 가던 노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

모두 마약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마약으로 잃은 건 '이성'만이 아니었습니다.

5년간 필로폰에 중독됐던 이 28살 남성은 일자리는 물론 일상을 잃었습니다.

[A 씨/마약 중독 경험 : "70kg 가까이 됐었는데 한 달 만에 이제 56kg 정도로 이제 체중이 빠졌었고. (회사에서) 정신없는 상태에서 고객을 보다 보니깐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라요. 회사에서 여기까지만 계약하자…."]

이 20대 여성은 10대 때 처방받은 마약류로 시작해 엑스터시, 필로폰까지 손을 댔습니다.

[B 씨/마약 중독 경험 :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내 얘기 하는 거 같고. 화장실에 있는데 막 노래가 들리고. 칼을 들고 있다가, 빌었다가... 이런 식으로 정신병 증상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해서도 마약을 샀다고 했습니다.

[B 씨/마약 중독 경험 : "바로 텔레그램을 다시 깔고 약을 구해서 그 근처 바로 가서 픽업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 안에 가지고 들어오고."]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었던 이유는 SNS에 접속하면 너무나 손쉽게 마약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SNS 마약방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참가자만 2,500명, 마약 종류와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입금 뒤 10초 만에 '던져 놓을' 마약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A 씨/마약 중독 경험 : "(실외기) 안쪽이라든지 이런 쪽에 테이프로 고정을 많이 해놓는 거죠."]

담배만큼 구하기가 쉬워진 마약,

쉬쉬하며 숨길 게 아니라 이제는 마약의 부작용을 널리 알리는 '예방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호/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 "엄벌주의에 입각한 단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가가 명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인식개선을 위한 예방 홍보 노력이 좀 더 필요…."]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만 8천여 명.

국내 마약 중독자들은 약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조창훈 정준희/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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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대는 순간 일상을 잃었다”…마약 후유증의 늪
    • 입력 2023-04-17 21:18:20
    • 수정2023-04-17 22:17:16
    뉴스 9
[앵커]

마치 시신처럼 관절이 꺽인 채 서성이거나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른바 '좀비랜드'라고 불리는 거리인데 '좀비 마약'으로 통하는 '펜타닐'에 취한 중독자들이 많습니다.

마약이 더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 앞서 전해드렸듯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나돌고, 얼마 전에는 마약에 취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숨기고, 덮을 일이 아니라고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입니다.

원동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캠핑장을 활보하는 한 청년. 옷을 벗은 채 자기 뺨을 때립니다.

["(약을 하긴 했어요?) 한거 같아요..."]

길 가던 노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

모두 마약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마약으로 잃은 건 '이성'만이 아니었습니다.

5년간 필로폰에 중독됐던 이 28살 남성은 일자리는 물론 일상을 잃었습니다.

[A 씨/마약 중독 경험 : "70kg 가까이 됐었는데 한 달 만에 이제 56kg 정도로 이제 체중이 빠졌었고. (회사에서) 정신없는 상태에서 고객을 보다 보니깐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라요. 회사에서 여기까지만 계약하자…."]

이 20대 여성은 10대 때 처방받은 마약류로 시작해 엑스터시, 필로폰까지 손을 댔습니다.

[B 씨/마약 중독 경험 :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다 내 얘기 하는 거 같고. 화장실에 있는데 막 노래가 들리고. 칼을 들고 있다가, 빌었다가... 이런 식으로 정신병 증상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입원해서도 마약을 샀다고 했습니다.

[B 씨/마약 중독 경험 : "바로 텔레그램을 다시 깔고 약을 구해서 그 근처 바로 가서 픽업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병원 안에 가지고 들어오고."]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었던 이유는 SNS에 접속하면 너무나 손쉽게 마약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SNS 마약방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참가자만 2,500명, 마약 종류와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입금 뒤 10초 만에 '던져 놓을' 마약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A 씨/마약 중독 경험 : "(실외기) 안쪽이라든지 이런 쪽에 테이프로 고정을 많이 해놓는 거죠."]

담배만큼 구하기가 쉬워진 마약,

쉬쉬하며 숨길 게 아니라 이제는 마약의 부작용을 널리 알리는 '예방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호/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 "엄벌주의에 입각한 단속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가가 명확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인식개선을 위한 예방 홍보 노력이 좀 더 필요…."]

지난해 검거된 마약 사범은 만 8천여 명.

국내 마약 중독자들은 약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조창훈 정준희/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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