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술' 소주 가격이 다시 들썩일 조짐입니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酒精)이 주원료입니다.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으면, 자주 마시는 소주가 됩니다.
대한주정판매는 오늘(18일)부터 주정값을 평균 9.8% 올렸습니다.
대한주정판매는 주정을 독점 유통합니다. 모든 업체에 동일한 영향을 줍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 상표가 뭐든지 간에 원룟값이 일괄 10% 정도 뛴다는 얘기입니다.
■ 2년 연속으로,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일상화된 고물가, 주정값이라고 안 오를 재간은 없겠죠.
초점은 인상 자체가 아닙니다. 인상의 횟수와 폭입니다.
주정은 타피오카를 증기에 쪄서 만듭니다. 원재료인 타피오카도 비싸졌고, 에너지 가격도 올랐습니다.
그 영향으로 주정값도 2년 연속 올랐습니다. 지난해 2월 7.8%, 올해 4월 9.8%가 뛰었습니다.
아래 표는 2000년 이후 주정 가격 추이입니다. 이번 인상은 2002년 이후 최대폭입니다.
지난해 주정값 인상 직후, 주류 업체들은 소주 출고가를 일제히(7.6%↑) 올렸습니다. 그렇게 원가 상승 압력을 해소했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정값 상승도 소줏값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 "당분간 가격 인상 검토 안 한다"
일단 주류 업체들은 선을 그었습니다.
하이트진로도, 롯데칠성도 "당분간 소줏값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 2위 회사가 이런 입장이니, 다른 업체들도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니,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은 반갑습니다.
다만, 의문이 남습니다. 주원료 가격이 급등했는데, 상품 가격은 그대로다?
소주 가격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주류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 그림과 대동소이합니다.
어림잡아 소줏값의 반은 세금, 반은 원가입니다. 원가의 대략 30%~40%가 주정값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소주 가격이 1,000원이면 주정값은 150원 안팎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값이 10% 뛰었다면, 가격 상승 압력은 분명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뛰는 주정값, 나는 소주값
그럼에도 소줏값을 올리지 않는 이유, 업체들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를 의식하는 분위기만 읽힐 뿐입니다.
올 2월에도 주류 업체들은 공병과 병뚜껑 가격 상승을 이유로 소줏값 인상을 검토하다 발을 뺀 적이 있습니다.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규제 산업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불편한 속내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볼 대목은 있습니다.
주정값이 뛰면, 소줏값도 뛰는 것 자체는 당연합니다. 밀가루 값이 오르면 짜장면값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눈에 띄는 건 인상 속도의 차이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주정과 소주 가격의 추이입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뛰는 주정값, 나는 소줏값'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기간에 세금이 달라진 건 아닐까.
그렇지 않았습니다. 2000년 이후 소주에 붙는 세율은 동일했습니다.
소줏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은 그대로인데, 소줏값이 주정값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뭘까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 비용이 늘었을 수도 있고, 인건비나 물류비가 크게 뛰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상의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업체들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세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더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주정값보다 소줏값을 빠르게 올려왔다는 점입니다.
그런 만큼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주류 업체의 출고가 인상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를 따져보자는 검증의 잣대는 더 엄밀하고 날카로워질 여지가 커질 겁니다.
그래픽 : 김서린,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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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 20년만 최대폭 인상, 소줏값 제자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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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18 06:00:06
'서민의 술' 소주 가격이 다시 들썩일 조짐입니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酒精)이 주원료입니다.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으면, 자주 마시는 소주가 됩니다.
대한주정판매는 오늘(18일)부터 주정값을 평균 9.8% 올렸습니다.
대한주정판매는 주정을 독점 유통합니다. 모든 업체에 동일한 영향을 줍니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 상표가 뭐든지 간에 원룟값이 일괄 10% 정도 뛴다는 얘기입니다.
■ 2년 연속으로,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일상화된 고물가, 주정값이라고 안 오를 재간은 없겠죠.
초점은 인상 자체가 아닙니다. 인상의 횟수와 폭입니다.
주정은 타피오카를 증기에 쪄서 만듭니다. 원재료인 타피오카도 비싸졌고, 에너지 가격도 올랐습니다.
그 영향으로 주정값도 2년 연속 올랐습니다. 지난해 2월 7.8%, 올해 4월 9.8%가 뛰었습니다.
아래 표는 2000년 이후 주정 가격 추이입니다. 이번 인상은 2002년 이후 최대폭입니다.
지난해 주정값 인상 직후, 주류 업체들은 소주 출고가를 일제히(7.6%↑) 올렸습니다. 그렇게 원가 상승 압력을 해소했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정값 상승도 소줏값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 "당분간 가격 인상 검토 안 한다"
일단 주류 업체들은 선을 그었습니다.
하이트진로도, 롯데칠성도 "당분간 소줏값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시장 점유율 1위, 2위 회사가 이런 입장이니, 다른 업체들도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니,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은 반갑습니다.
다만, 의문이 남습니다. 주원료 가격이 급등했는데, 상품 가격은 그대로다?
소주 가격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주류 업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 그림과 대동소이합니다.
어림잡아 소줏값의 반은 세금, 반은 원가입니다. 원가의 대략 30%~40%가 주정값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소주 가격이 1,000원이면 주정값은 150원 안팎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이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값이 10% 뛰었다면, 가격 상승 압력은 분명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뛰는 주정값, 나는 소주값
그럼에도 소줏값을 올리지 않는 이유, 업체들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를 의식하는 분위기만 읽힐 뿐입니다.
올 2월에도 주류 업체들은 공병과 병뚜껑 가격 상승을 이유로 소줏값 인상을 검토하다 발을 뺀 적이 있습니다.
한 주류 업체 관계자는 "규제 산업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불편한 속내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볼 대목은 있습니다.
주정값이 뛰면, 소줏값도 뛰는 것 자체는 당연합니다. 밀가루 값이 오르면 짜장면값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눈에 띄는 건 인상 속도의 차이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주정과 소주 가격의 추이입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뛰는 주정값, 나는 소줏값'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기간에 세금이 달라진 건 아닐까.
그렇지 않았습니다. 2000년 이후 소주에 붙는 세율은 동일했습니다.
소줏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은 그대로인데, 소줏값이 주정값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뭘까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마케팅 비용이 늘었을 수도 있고, 인건비나 물류비가 크게 뛰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상의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업체들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세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더 정확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주정값보다 소줏값을 빠르게 올려왔다는 점입니다.
그런 만큼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주류 업체의 출고가 인상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를 따져보자는 검증의 잣대는 더 엄밀하고 날카로워질 여지가 커질 겁니다.
그래픽 : 김서린,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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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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