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견인 중 사고 났는데…보험사 “하청업체라 배상 못 해”

입력 2023.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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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잘 달리던 보험회사 견인차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 '쿵!'

견인되고 있던 차량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견인차 뒷부분을 들이받아 버린다.

견인 기사가 바퀴를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아 차량이 미끄러진 것이다.

명백한 견인 기사의 과실.

수리비 견적만 1,200만 원 넘게 나올 정도로 차가 심하게 파손됐다.

그런데 피해 차량 주인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내 일 아니라는 보험회사 … 고객은 억울하다.

A 씨의 차량. 견인 기사 실수로 앞부분이 파손됐었다.A 씨의 차량. 견인 기사 실수로 앞부분이 파손됐었다.

지난 1월, 대구에 사는 30대 A 씨는 차량 타이어가 구멍 난 사실을 발견했다.

A 씨는 자신이 가입한 DB손해보험에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했다.

"타이어가 펑크 나서 운행이 안 되는데, 견인 서비스 좀 부탁드려요."

얼마 뒤 견인 기사가 도착했고, A 씨에게 서비스센터에 먼저 가 있으라 했다.

견인 기사가 건낸 명함에는 <DB손해보험> 로고가 적혀 있었다.

견인 기사의 명함. DB손해보험 로고가 박혀 있다.견인 기사의 명함. DB손해보험 로고가 박혀 있다.

그런데 견인 기사가 그만, 동영상 속 상황처럼 사고를 낸 것이다.

앞바퀴에 T자형 견인 장비를 달면서, 장비를 바퀴 한쪽에만 고정시킨 게 원인이었다.

출고한 지 1년도 안된 새 차가 심하게 파손됐다.

전방 레이터 부품이 전부 망가지는 큰 사고였다.전방 레이터 부품이 전부 망가지는 큰 사고였다.

견인 기사는 사과의 말 대신, 자기가 가입한 보험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했다.

"이거 적재물 배상책임 보험금으로 수리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A 씨는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DB손해보험에서 잘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A 씨는 세 가지를 요구했다.

① 차량 수리비 ② 렌트비 ③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비


그런데 이틀 뒤, 견인 기사가 가입한 적재물 배상책임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견인 기사에게 과실이 있어서 보험금 지급이 안 됩니다."

견인기사 과실 탓에 보험금 지급이 거부된 것이다.

그러자 상황이 바뀌었다. 견인 기사가 "자기는 돈이 없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A 씨는 DB손해보험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견인 업체는 하청 업체예요. 그래서 저희는 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긴급출동 서비스는 하청 업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 씨는 DB손해보험 브랜드를 믿고 보험에 가입했고, DB손해보험에 전화해 긴급출동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당연히 DB에서 책임지고 사고를 수습해줄지 알았죠. 소비자가 하청인지 아닌지 그런 걸 어떻게 아나요?"

결국, A 씨는 견인 기사와 수리비 지급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경찰에 물적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서야 견인 기사 개인에게 겨우 수리비와 렌트비를 받을 수 있었다.

수리비 1,250만 원에 렌트비가 100만 원이었다.

그러나 A 씨는 여전히 수백만 원의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비는 받지 못하고 있다.

■ 같은 피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봐 아껴타던 차였다.

A 씨 본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으면 억울하지도 않았다.

수차례 DB손해보험에 시세 하락 보상비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간접 피해 보상비는 지급할 규정이 없습니다. 민사 소송을 거십시오."

일반 소비자가 대기업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당장 변호사 비용부터 만만찮다.

A 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차량. A 씨는 사고 이력 때문에 중고차 판매 시 시세가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사고가 발생한 차량. A 씨는 사고 이력 때문에 중고차 판매 시 시세가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말 시세하락 보상비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고, 보험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알리고 싶어요."

KBS는 DB손해보험 측에 다시 한 번 질문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보상을 해줄 수 없는지.

DB손해보험 측은 이렇게 대답했다.

1. DB손해보험은 긴급출동 업체와 하청 관계를 맺고 있다.

2. DB손해보험은 긴급출동 업무 처리를 직접 시행하고 있지만, 견인 기사 관리는 해당 업체가 직접 하고 있다.

3. 따라서 견인 중 발생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및 관련 분쟁은 DB손해보험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4. '시세 하락 피해'는 간접 손해이며, 이는 민사 소송에 의한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


즉, 차량 견인 중 발생한 사고는 하청 업체의 일이라 해당 업체가 책임질 일이며, 시세 하락 보상비를 따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 DB손해보험의 다른 가입자가 견인 서비스를 받던 중 견인 기사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DB손해보험은 고객들에게 회사가 긴급출동 서비스 업체와 하청 계약을 맺은 점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A 씨는 이번 일 이후에 자동차 보험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보험회사가 고객을 유치할 때의 모습과 너무 다른 태도에 화가 나요."

A 씨는 오늘도 차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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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량 견인 중 사고 났는데…보험사 “하청업체라 배상 못 해”
    • 입력 2023-04-18 07:00:17
    취재K

도로를 잘 달리던 보험회사 견인차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 '쿵!'

견인되고 있던 차량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견인차 뒷부분을 들이받아 버린다.

견인 기사가 바퀴를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아 차량이 미끄러진 것이다.

명백한 견인 기사의 과실.

수리비 견적만 1,200만 원 넘게 나올 정도로 차가 심하게 파손됐다.

그런데 피해 차량 주인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내 일 아니라는 보험회사 … 고객은 억울하다.

A 씨의 차량. 견인 기사 실수로 앞부분이 파손됐었다.
지난 1월, 대구에 사는 30대 A 씨는 차량 타이어가 구멍 난 사실을 발견했다.

A 씨는 자신이 가입한 DB손해보험에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했다.

"타이어가 펑크 나서 운행이 안 되는데, 견인 서비스 좀 부탁드려요."

얼마 뒤 견인 기사가 도착했고, A 씨에게 서비스센터에 먼저 가 있으라 했다.

견인 기사가 건낸 명함에는 <DB손해보험> 로고가 적혀 있었다.

견인 기사의 명함. DB손해보험 로고가 박혀 있다.
그런데 견인 기사가 그만, 동영상 속 상황처럼 사고를 낸 것이다.

앞바퀴에 T자형 견인 장비를 달면서, 장비를 바퀴 한쪽에만 고정시킨 게 원인이었다.

출고한 지 1년도 안된 새 차가 심하게 파손됐다.

전방 레이터 부품이 전부 망가지는 큰 사고였다.
견인 기사는 사과의 말 대신, 자기가 가입한 보험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했다.

"이거 적재물 배상책임 보험금으로 수리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A 씨는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DB손해보험에서 잘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A 씨는 세 가지를 요구했다.

① 차량 수리비 ② 렌트비 ③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비


그런데 이틀 뒤, 견인 기사가 가입한 적재물 배상책임 보험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견인 기사에게 과실이 있어서 보험금 지급이 안 됩니다."

견인기사 과실 탓에 보험금 지급이 거부된 것이다.

그러자 상황이 바뀌었다. 견인 기사가 "자기는 돈이 없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다.

A 씨는 DB손해보험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견인 업체는 하청 업체예요. 그래서 저희는 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긴급출동 서비스는 하청 업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 씨는 DB손해보험 브랜드를 믿고 보험에 가입했고, DB손해보험에 전화해 긴급출동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당연히 DB에서 책임지고 사고를 수습해줄지 알았죠. 소비자가 하청인지 아닌지 그런 걸 어떻게 아나요?"

결국, A 씨는 견인 기사와 수리비 지급문제로 갈등을 겪었고, 경찰에 물적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서야 견인 기사 개인에게 겨우 수리비와 렌트비를 받을 수 있었다.

수리비 1,250만 원에 렌트비가 100만 원이었다.

그러나 A 씨는 여전히 수백만 원의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비는 받지 못하고 있다.

■ 같은 피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

작은 흠집이라도 날까 봐 아껴타던 차였다.

A 씨 본인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으면 억울하지도 않았다.

수차례 DB손해보험에 시세 하락 보상비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간접 피해 보상비는 지급할 규정이 없습니다. 민사 소송을 거십시오."

일반 소비자가 대기업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당장 변호사 비용부터 만만찮다.

A 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차량. A 씨는 사고 이력 때문에 중고차 판매 시 시세가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말 시세하락 보상비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고, 보험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알리고 싶어요."

KBS는 DB손해보험 측에 다시 한 번 질문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보상을 해줄 수 없는지.

DB손해보험 측은 이렇게 대답했다.

1. DB손해보험은 긴급출동 업체와 하청 관계를 맺고 있다.

2. DB손해보험은 긴급출동 업무 처리를 직접 시행하고 있지만, 견인 기사 관리는 해당 업체가 직접 하고 있다.

3. 따라서 견인 중 발생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및 관련 분쟁은 DB손해보험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

4. '시세 하락 피해'는 간접 손해이며, 이는 민사 소송에 의한 법원 판단이 필요하다.


즉, 차량 견인 중 발생한 사고는 하청 업체의 일이라 해당 업체가 책임질 일이며, 시세 하락 보상비를 따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 DB손해보험의 다른 가입자가 견인 서비스를 받던 중 견인 기사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DB손해보험은 고객들에게 회사가 긴급출동 서비스 업체와 하청 계약을 맺은 점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A 씨는 이번 일 이후에 자동차 보험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보험회사가 고객을 유치할 때의 모습과 너무 다른 태도에 화가 나요."

A 씨는 오늘도 차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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