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방주의, 한국 경제는 특히 더 걱정

입력 2023.04.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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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기업은 요즘 걱정이 많다

미국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결정해놓고도, 미국의 Chips 법(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면 중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전기차 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일단 미국에서 조립하지 않으면 보조금 대상에서 바로 제외된다. 천만 원 가까운 보조금이 없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당장 1분기 현대·기아차 합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최근 '반도체보다 낫다'는 자동차 수출 호조세가 IRA 때문에 영향 받을까 봐 걱정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조립한다고 보조금 다 주는 것도 아니다. 기준 맞추려고 급히 생산라인 깔고 만든 GV70 전기차도 곧 보조금 대상서 제외된다. 부품이나 광물의 국적을 따지는 기준이 추가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과 광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한국산 전기차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배터리는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국에서 조립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행일까? 당연히 아니다. 상품 안에 들어있는 부품의 국적을 따지는 기준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생긴 기준은 더 엄격해지기 쉽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한다. 당초 7천5백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추가 발표된 세부지침이 더 까다로운 배터리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현대차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한다. 당초 7천5백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추가 발표된 세부지침이 더 까다로운 배터리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미국 정책의 중간 성적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미국 일방주의 부활의 상징과도 같은 Chips와 IRA 법의 중간 성적표가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의 보조금법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제조업 투자 약속이 두 배가 됐다〉 기사에서 지난 8월 보조금 지급 이후 약속된 '친환경 기술과 반도체' 투자가 FT 집계 기준으로 2021년의 두 배에 달한다고 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20배다. 그야말로 투자가 폭발하고 있다.

이 투자의 1/3은 외국기업 몫이다. 대부분 한국, 타이완, 일본 기업이다. 한국의 한화나 LG, 중국의 태양광업체 LONGI는 3월에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다. FT는 그러면서 지난해 8월 법안 통과 이후 이들 분야에서 발표된 1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 75개를 자체분석한 결과, 약 8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신규 투자 계획은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롯데 바이오 계열사도 18일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이 중간성적표를 보면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일자리, 그리고 미국의 이익이다. 바이든의 정치적 위상은 한층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제 트럼프가 아무리 중국이나 아시아에 퍼주지 말고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해야 한다며, 기존 워싱턴 정치 문법을 뒤엎으려 해도 바이든은 걱정이 없다. '미국은 이미 위대해지고 있어'라고 속삭여주면 된다.

■ 대신 동맹이 분열되고 있다

문제는 일방주의가 변화시키는 세계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국을 국빈방문하면서 IRA가 "서방을 분열시킨다"고 적격했다.

미국에서 만들어라, 는 미국 밖에서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유럽은 특히 IRA가 불만이다. 반도체야 어차피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러나 친환경 산업, 배터리, 자동차는 다르다. 기후 변화 대응에 일관되게 앞장섰고, 관련 산업도 선도할 수 있는데 미국이 보조금으로 빼앗아 간다. 가만있을 수 없다. 지난달 발표된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은 원자재와 부품의 국적을 따져 보조금을 준단 측면에서 IRA와 꼭 닮은 쌍둥이 법이다.

아시아도 유사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조용히 확대한 핵심산업 투자세액공제 역시 미국과 유사한 세제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타이완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모두 자기 앞만 보기 바쁘다. 동맹이, 우방이, 이해관계 앞에서 분열되고 있다.


■ 대중국 대응에도 균열이 생겼다

대중국 대응에도 균열이 생긴다. 당장 요즘 각국 정상들은 '중국을 방문하고 당근 얻어오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다녀왔다.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경제적 협력'을 포기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독일은 중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수많은 일자리가 중국과 얽혀있다. 당장 배터리 산업 등 친환경 분야에서 '벌여놓은 합작 사업'이 많다. 다 포기할 수는 없다. 숄츠는 "우리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자국 신문에 기고까지 했다.

프랑스는 한술 더 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그래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논쟁이 국내에서 뜨거운' 독일 대신 마크롱의 프랑스를 유럽 친중 세력의 중심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실제로 미·중 분쟁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이 타이완 사안에서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행동에 적응하는 졸개가 되는 것"은 최악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논란이 됐고, 마크롱은 진화에 나서야 했다.

여튼 중국은 그런 마크롱을 융숭히 대접했다.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등 수십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해외 풍력 프로젝트도 함께 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또 다른 중국의 우방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예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자는 위험한 합의까지 한다.)

어쩌면 각자의 국익이 다르니 당연하다. 다른 한편 유럽은 미국의 이중적 태도가 불만스럽다. 사실 유럽이 보기에 미국은 동맹의 산업은 보조금으로 위협하면서, 중국 내 미국 기업은 전혀 규제하지 않는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또는 애플의 팀 쿡이 중국에 가서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면서 아이폰 파는 데 여념이 없어도, 바이든은 아무 말 않는다. 자국의 큰 기업이 중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내버려 두고, 동맹만 압박할 뿐이다.

이런 불만 속에 모두가 보조금을 주고, 모두가 자국 생각만 하는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남들만큼 보조금 주면 손해는 보지 않게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답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이다.

■ IMF "분절화된 세계, 모두에게 불이익"…"장기적으로 총생산 2% 감소할 것"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에서 바로 이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에 독립된 장을 할애했다. 세계 경제의 지경학적 분리에 대해, 그리고 이 균열이 해외직접투자, FDI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증 분석했다.

일단 실제로 FDI로 본 세계는 이미 분열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특징은 '미국 FDI 증가와 유럽, 중국 FDI 감소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FDI 역시 회복되고는 있지만,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세계 공급망이 '우방을 중심으로 단층선을 형성한다'는 말의 실질적 의미는 '미국이 FDI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는 모두에게 해롭다. IMF는 분석결과 투자 흐름이 지경학적으로 파편화되면, 장기적으로 세계 총생산의 2%가 감소하리라 추정했다. 이 손실은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이 좀 더 영향을 받는다. 일시적 승자는 있겠지만(미국이다.)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다. 다른 나라 경제가 위축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투자가 불확실성에 노출된 세계에서 미국만 영원히 승자로 남을 방법은 없다.

IMF만 이런 분석을 하는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하나만 있으면 되는 효율적인 공급망을 비효율적인 두 개, 세 개의 공급망으로 쪼개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커진다. 공장이 어딘지 부품이 어디서 만들었는지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장사가 된다는 의미인데, 한국엔 특히 더 큰 타격이 된다.


■ "세계화 없이 한국의 경제부문은 존재하지 못한다"

피터 자이한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 한국의 경제는 '세계화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 부문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은 경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완제품을 대량으로 해외에 수출해 삶을 꾸려간다. 자원이 부족하고, 또 소비할 국내 인구도 부족하다. 게다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출산율도 낮다. 그런데 세계화 없이 존재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상호 교류가 줄면 접근이 줄고, 소득이 줄고, 규모의 경제가 축소되고, 노동분업화가 줄고, 그러면 다시 상호교류가 준다. ...(중략)... 한국 같은 나라가 원유와 철광과 식량 수입과 자국 상품 수출에 필요한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때 직면할 난관은 멕시코 같은 나라가 직면할 난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피터 자이한

IMF는 해법으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 실익을 고려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일방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규칙에 기반한 신뢰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다자 대화로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정책에 대한 국제적 통용 범위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국익이 IMF의 조언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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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일방주의, 한국 경제는 특히 더 걱정
    • 입력 2023-04-19 08:04:22
    취재K

■ 한국 기업은 요즘 걱정이 많다

미국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를 결정해놓고도, 미국의 Chips 법(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받으면 중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전기차 부문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일단 미국에서 조립하지 않으면 보조금 대상에서 바로 제외된다. 천만 원 가까운 보조금이 없으면 경쟁에서 도태된다. 당장 1분기 현대·기아차 합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최근 '반도체보다 낫다'는 자동차 수출 호조세가 IRA 때문에 영향 받을까 봐 걱정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조립한다고 보조금 다 주는 것도 아니다. 기준 맞추려고 급히 생산라인 깔고 만든 GV70 전기차도 곧 보조금 대상서 제외된다. 부품이나 광물의 국적을 따지는 기준이 추가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과 광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한국산 전기차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배터리는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국에서 조립해도 괜찮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행일까? 당연히 아니다. 상품 안에 들어있는 부품의 국적을 따지는 기준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생긴 기준은 더 엄격해지기 쉽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한다. 당초 7천5백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추가 발표된 세부지침이 더 까다로운 배터리 요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미국 정책의 중간 성적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미국 일방주의 부활의 상징과도 같은 Chips와 IRA 법의 중간 성적표가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의 보조금법 이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제조업 투자 약속이 두 배가 됐다〉 기사에서 지난 8월 보조금 지급 이후 약속된 '친환경 기술과 반도체' 투자가 FT 집계 기준으로 2021년의 두 배에 달한다고 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20배다. 그야말로 투자가 폭발하고 있다.

이 투자의 1/3은 외국기업 몫이다. 대부분 한국, 타이완, 일본 기업이다. 한국의 한화나 LG, 중국의 태양광업체 LONGI는 3월에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다. FT는 그러면서 지난해 8월 법안 통과 이후 이들 분야에서 발표된 1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 75개를 자체분석한 결과, 약 8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신규 투자 계획은 앞으로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롯데 바이오 계열사도 18일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이 중간성적표를 보면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일자리, 그리고 미국의 이익이다. 바이든의 정치적 위상은 한층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제 트럼프가 아무리 중국이나 아시아에 퍼주지 말고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해야 한다며, 기존 워싱턴 정치 문법을 뒤엎으려 해도 바이든은 걱정이 없다. '미국은 이미 위대해지고 있어'라고 속삭여주면 된다.

■ 대신 동맹이 분열되고 있다

문제는 일방주의가 변화시키는 세계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국을 국빈방문하면서 IRA가 "서방을 분열시킨다"고 적격했다.

미국에서 만들어라, 는 미국 밖에서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유럽은 특히 IRA가 불만이다. 반도체야 어차피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러나 친환경 산업, 배터리, 자동차는 다르다. 기후 변화 대응에 일관되게 앞장섰고, 관련 산업도 선도할 수 있는데 미국이 보조금으로 빼앗아 간다. 가만있을 수 없다. 지난달 발표된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은 원자재와 부품의 국적을 따져 보조금을 준단 측면에서 IRA와 꼭 닮은 쌍둥이 법이다.

아시아도 유사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조용히 확대한 핵심산업 투자세액공제 역시 미국과 유사한 세제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타이완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모두 자기 앞만 보기 바쁘다. 동맹이, 우방이, 이해관계 앞에서 분열되고 있다.


■ 대중국 대응에도 균열이 생겼다

대중국 대응에도 균열이 생긴다. 당장 요즘 각국 정상들은 '중국을 방문하고 당근 얻어오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다녀왔다.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경제적 협력'을 포기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독일은 중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수많은 일자리가 중국과 얽혀있다. 당장 배터리 산업 등 친환경 분야에서 '벌여놓은 합작 사업'이 많다. 다 포기할 수는 없다. 숄츠는 "우리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자국 신문에 기고까지 했다.

프랑스는 한술 더 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이 '그래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논쟁이 국내에서 뜨거운' 독일 대신 마크롱의 프랑스를 유럽 친중 세력의 중심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실제로 미·중 분쟁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갖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이 타이완 사안에서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행동에 적응하는 졸개가 되는 것"은 최악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논란이 됐고, 마크롱은 진화에 나서야 했다.

여튼 중국은 그런 마크롱을 융숭히 대접했다.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등 수십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해외 풍력 프로젝트도 함께 하기로 했다. (브라질은 또 다른 중국의 우방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예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자는 위험한 합의까지 한다.)

어쩌면 각자의 국익이 다르니 당연하다. 다른 한편 유럽은 미국의 이중적 태도가 불만스럽다. 사실 유럽이 보기에 미국은 동맹의 산업은 보조금으로 위협하면서, 중국 내 미국 기업은 전혀 규제하지 않는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또는 애플의 팀 쿡이 중국에 가서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면서 아이폰 파는 데 여념이 없어도, 바이든은 아무 말 않는다. 자국의 큰 기업이 중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내버려 두고, 동맹만 압박할 뿐이다.

이런 불만 속에 모두가 보조금을 주고, 모두가 자국 생각만 하는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남들만큼 보조금 주면 손해는 보지 않게 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답은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이다.

■ IMF "분절화된 세계, 모두에게 불이익"…"장기적으로 총생산 2% 감소할 것"

IMF는 최근 세계경제전망에서 바로 이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에 독립된 장을 할애했다. 세계 경제의 지경학적 분리에 대해, 그리고 이 균열이 해외직접투자, FDI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증 분석했다.

일단 실제로 FDI로 본 세계는 이미 분열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특징은 '미국 FDI 증가와 유럽, 중국 FDI 감소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FDI 역시 회복되고는 있지만, 과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세계 공급망이 '우방을 중심으로 단층선을 형성한다'는 말의 실질적 의미는 '미국이 FDI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는 모두에게 해롭다. IMF는 분석결과 투자 흐름이 지경학적으로 파편화되면, 장기적으로 세계 총생산의 2%가 감소하리라 추정했다. 이 손실은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이 좀 더 영향을 받는다. 일시적 승자는 있겠지만(미국이다.)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다. 다른 나라 경제가 위축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투자가 불확실성에 노출된 세계에서 미국만 영원히 승자로 남을 방법은 없다.

IMF만 이런 분석을 하는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하나만 있으면 되는 효율적인 공급망을 비효율적인 두 개, 세 개의 공급망으로 쪼개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커진다. 공장이 어딘지 부품이 어디서 만들었는지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장사가 된다는 의미인데, 한국엔 특히 더 큰 타격이 된다.


■ "세계화 없이 한국의 경제부문은 존재하지 못한다"

피터 자이한은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 한국의 경제는 '세계화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 부문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은 경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완제품을 대량으로 해외에 수출해 삶을 꾸려간다. 자원이 부족하고, 또 소비할 국내 인구도 부족하다. 게다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출산율도 낮다. 그런데 세계화 없이 존재할 수 있겠냐는 얘기다.

상호 교류가 줄면 접근이 줄고, 소득이 줄고, 규모의 경제가 축소되고, 노동분업화가 줄고, 그러면 다시 상호교류가 준다. ...(중략)... 한국 같은 나라가 원유와 철광과 식량 수입과 자국 상품 수출에 필요한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될 때 직면할 난관은 멕시코 같은 나라가 직면할 난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피터 자이한

IMF는 해법으로 통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 실익을 고려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일방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규칙에 기반한 신뢰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다자 대화로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정책에 대한 국제적 통용 범위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국익이 IMF의 조언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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