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번호 적어 경조사 알린 시장·군수…징계 대상은 아니다?

입력 2023.04.20 (10:23) 수정 2023.04.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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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지역 시장이나 군수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모친상 부고 메시지나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받는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난해 말 모친상 당시, 계좌번호를 적은 부고 메시지를 다수의 태백시민에게 보냈다는 게 지난 2월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성 장흥군수는 지난달 자녀 결혼식을 앞두고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약 1,300명의 장흥군민에게 보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시장과 김 군수 모두 논란이 일자 '송구하다'며 즉각 사과했습니다. 자녀 결혼 전에 문제가 불거진 김 군수는 SNS를 통해 사과하며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문제…직무관련자에겐 경조사 통지 금지

문제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 그 중에서도 '일로 엮인 사람'에게 보냈을 때 더 커집니다.

태백시와 장흥군에서 보조금을 받아 사업하거나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내야 할 축의금이나 부의금이 시장이나 군수에게 잘 보이기 위한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 관련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경조사를 알리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장점검 해보니 이상호 시장·김성 군수 모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해당 지자체를 찾아 현장점검을 한 결과, 이상호 시장과 김성 군수 모두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를 통지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직무관련자 200여 명에게 모친상 부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 중엔 태백시로부터 약 5억 6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인 업체 대표도 있었습니다.

김성 장흥군수 역시 직무관련자 100여 명에게 자녀 결혼 청첩장을 우편과 모바일로 알렸는데, 이 중엔 장흥군과 천4백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를 한 건설업체 대표도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이들이 부고 메시지와 청첩장을 보내는 업무를 비서에게 시키는 등 사적 노무를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문제가 된 두 명의 금융거래 내용도 점검했는데, 김성 군수의 경우 직무관련자 100여 명을 포함한 175명에게서 받은 2천4백만 원을 되돌려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상호 시장은 금융거래 내용을 제출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권익위는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해 상급 지자체인 도청에 이들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위반 통보했지만, 애초에 징계 대상이 아닌 시장·군수

이처럼 위반 사실이 통보됐지만, 이상호 시장과 김성 군수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군수와 같이 선거를 통해 임명됐거나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된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에 따른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관계자는 "징계 대상은 아니지만, 위반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따른 책임이 있을 것이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한 게 확인되면 과태료 처분 등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지만, 위반한 사실만 알려질 뿐 이에 따른 징계는 없다는 겁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수사 중

이상호 시장과 김성 군수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단체 등이 이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강원경찰청과 전남경찰청은 최근 이상호 태백시장과 김성 장흥군수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 경조사비로 5만 원 넘는 돈을 받거나 10만 원 넘는 조화를 받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직무관련자에게는 아예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위반 금액의 2배에서 5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권익위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권익위는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정부 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에 등에 경조사 통지 관련 위반사례와 유의사항을 전파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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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0 10:23:21
    • 수정2023-04-20 13:54:18
    취재K

일면식도 없는 지역 시장이나 군수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모친상 부고 메시지나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받는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난해 말 모친상 당시, 계좌번호를 적은 부고 메시지를 다수의 태백시민에게 보냈다는 게 지난 2월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성 장흥군수는 지난달 자녀 결혼식을 앞두고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약 1,300명의 장흥군민에게 보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시장과 김 군수 모두 논란이 일자 '송구하다'며 즉각 사과했습니다. 자녀 결혼 전에 문제가 불거진 김 군수는 SNS를 통해 사과하며 축의금을 받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문제…직무관련자에겐 경조사 통지 금지

문제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 그 중에서도 '일로 엮인 사람'에게 보냈을 때 더 커집니다.

태백시와 장흥군에서 보조금을 받아 사업하거나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이 내야 할 축의금이나 부의금이 시장이나 군수에게 잘 보이기 위한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 관련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경조사를 알리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장점검 해보니 이상호 시장·김성 군수 모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해당 지자체를 찾아 현장점검을 한 결과, 이상호 시장과 김성 군수 모두 직무관련자에게 경조사를 통지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직무관련자 200여 명에게 모친상 부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 중엔 태백시로부터 약 5억 6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인 업체 대표도 있었습니다.

김성 장흥군수 역시 직무관련자 100여 명에게 자녀 결혼 청첩장을 우편과 모바일로 알렸는데, 이 중엔 장흥군과 천4백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고 공사를 한 건설업체 대표도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이들이 부고 메시지와 청첩장을 보내는 업무를 비서에게 시키는 등 사적 노무를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권익위는 문제가 된 두 명의 금융거래 내용도 점검했는데, 김성 군수의 경우 직무관련자 100여 명을 포함한 175명에게서 받은 2천4백만 원을 되돌려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상호 시장은 금융거래 내용을 제출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권익위는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해 상급 지자체인 도청에 이들의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위반 통보했지만, 애초에 징계 대상이 아닌 시장·군수

이처럼 위반 사실이 통보됐지만, 이상호 시장과 김성 군수에 대한 징계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군수와 같이 선거를 통해 임명됐거나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된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에 따른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관계자는 "징계 대상은 아니지만, 위반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따른 책임이 있을 것이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청탁금지법 위반한 게 확인되면 과태료 처분 등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지만, 위반한 사실만 알려질 뿐 이에 따른 징계는 없다는 겁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수사 중

이상호 시장과 김성 군수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단체 등이 이들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강원경찰청과 전남경찰청은 최근 이상호 태백시장과 김성 장흥군수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 경조사비로 5만 원 넘는 돈을 받거나 10만 원 넘는 조화를 받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직무관련자에게는 아예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기면 위반 금액의 2배에서 5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권익위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권익위는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정부 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공기업에 등에 경조사 통지 관련 위반사례와 유의사항을 전파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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