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 김재원, 불참한 태영호, 그리고 윤주경의 ‘나의 소원’

입력 2023.04.20 (17:41) 수정 2023.04.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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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유족 앞에 두 손 공손히 모은 김재원

'제주 4·3 추념일은 격이 낮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4·3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20일) 오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4·3 유족회와 간담회를 갖고 " 잘못된 발언으로 상처 입은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두 손을 모은 채 "(해당 발언은) 저의 실수"라며 "4·3 유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특별히 4·3 기념일을 폄훼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 나름대로 신문기사를 참고해 그대로 읽은 것인데 방송을 하고 난 다음에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이 아닌 개인 차원의 사과인 점을 강조하면서 "어쨌거나 제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라며 "사과를 하는 것은 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협의가 됐지만, 당의 입장을 갖고 와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4·3 유족과 관계자들은 " 김 최고위원의 사과는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일 뿐"이라고 즉각 평가절하했습니다.

유족과 관계자들은 "개인적 실수나 일탈로 치부하기엔 국민의힘 내부에서 왜곡과 폄훼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김 최고위원의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4·3 관련 입장을 밝히고, 왜곡·폄훼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3 추념일에 불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4·3 추념일은 3·1절과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고, 4월 초부터 한 달여간 자숙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의 의미로 지난 14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최고위 불참한 태영호…'비공개 면담' 후 묵묵부답

한편 김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연이은 설화로 논란을 빚어 온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2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자숙의 의미로 한 달간 최고위에 불참하기로 한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2명이 당 회의에 동시에 불참한 겁니다.

태 최고위원의 오늘 최고위 불참은 김기현 대표가 지난 18일 태 최고위원을 만나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언급하며 '경고'를 보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태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최고위 불출석을 통보한 뒤, 원내대표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회의를 마친 윤재옥 원내대표와 7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면담을 마친 태 최고위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면서도, "최고위원회의에 나오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냐"는 질문엔 "아닙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면담에서 태 최고위원에게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이) 면담하러 왔기 때문에 본인 입장을 좀 들었고, 제가 최근의 상황과 관련해 태 최고위원에게 몇 가지 답변을 해 드렸다"며 "이슈 대응을 할 때 기본적인 스탠스라든지 그런 걸 얘기했고, (자진 사퇴)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어떤 선의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를 수 있으니) 국민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이런 것들을 깊이 생각해서 입장을 가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공개된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발언해 또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이에 앞서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선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당 안팎에서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 - 내가 원하는 나라 中>

"'통일 대한민국' 놓지 않은 백범 헤아려야"

태영호 최고위원이 '김구 선생'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다음 날,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 일부를 발췌해 올렸습니다.

윤 의원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독립기념관장을 지냈습니다.

윤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 태 최고위원의 처음 발언을 듣고 너무 우울했다"면서 "왜 이런 말씀을 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오랜 세월 주어진대로 맞는다고 배웠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일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겪게 될 역사 갈등을 미리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편으로는 이 갈등도 백범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긴 것이고, 그의 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백범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남겼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백범 선생이 <나의 소원>을 쓸 무렵 겪었던 이데올로기 갈등이 지금도 재연되고 있고, 글 속에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백범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의원은 또, 이번 발언에 대해 "결국 태 최고위원은 김일성의 시각에서 말씀한 것"이라며 " 백범이 어떤 마음으로 반대를 무릅쓰고 회담을 하러 갔는지 헤아리지 않고, 드러난 결과가 별거 없다는 것만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백범이 마지막까지도 통일 대한민국을 놓지 않으려 한 모습을 우리는 기억해야 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 역사에 대해 부끄러움을 강요하는 행위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윤 의원은 "태 최고위원을 내 생각대로 재단해 죄송하다"면서도 "앞으로는 공당 최고위원으로서 말씀하실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국민께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를 고려해 말씀을 정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당부했습니다.

윤 의원은 통화를 마치면서 울림이 있는 두 마디를 남겼습니다.

"백범은 <나의 소원>에서 우리가 싸우지 말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했는데, 그 건 편을 가르는게 아니라 이어받아야 할 자랑스러운 생각이에요. 백범이 열어가려고 했던 나라를 우리가 알고 기억하는 것, 그 생각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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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0 17:41:20
    • 수정2023-04-20 18:34:38
    취재K
■ 4·3 유족 앞에 두 손 공손히 모은 김재원

'제주 4·3 추념일은 격이 낮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4·3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20일) 오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4·3 유족회와 간담회를 갖고 " 잘못된 발언으로 상처 입은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두 손을 모은 채 "(해당 발언은) 저의 실수"라며 "4·3 유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소 특별히 4·3 기념일을 폄훼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 나름대로 신문기사를 참고해 그대로 읽은 것인데 방송을 하고 난 다음에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당이 아닌 개인 차원의 사과인 점을 강조하면서 "어쨌거나 제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라며 "사과를 하는 것은 당 지도부에 보고하고 협의가 됐지만, 당의 입장을 갖고 와서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4·3 유족과 관계자들은 " 김 최고위원의 사과는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일 뿐"이라고 즉각 평가절하했습니다.

유족과 관계자들은 "개인적 실수나 일탈로 치부하기엔 국민의힘 내부에서 왜곡과 폄훼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김 최고위원의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4·3 관련 입장을 밝히고, 왜곡·폄훼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4·3 추념일에 불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4·3 추념일은 3·1절과 광복절보다 조금 격이 낮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고, 4월 초부터 한 달여간 자숙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사과의 의미로 지난 14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최고위 불참한 태영호…'비공개 면담' 후 묵묵부답

한편 김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연이은 설화로 논란을 빚어 온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오늘(20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자숙의 의미로 한 달간 최고위에 불참하기로 한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중 2명이 당 회의에 동시에 불참한 겁니다.

태 최고위원의 오늘 최고위 불참은 김기현 대표가 지난 18일 태 최고위원을 만나 언론 인터뷰 등 대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언급하며 '경고'를 보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태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최고위 불출석을 통보한 뒤, 원내대표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회의를 마친 윤재옥 원내대표와 7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면담을 마친 태 최고위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면서도, "최고위원회의에 나오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냐"는 질문엔 "아닙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면담에서 태 최고위원에게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태 최고위원이) 면담하러 왔기 때문에 본인 입장을 좀 들었고, 제가 최근의 상황과 관련해 태 최고위원에게 몇 가지 답변을 해 드렸다"며 "이슈 대응을 할 때 기본적인 스탠스라든지 그런 걸 얘기했고, (자진 사퇴)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태 최고위원이 생각하는 어떤 선의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를 수 있으니) 국민들의 기본적인 입장이나 이런 것들을 깊이 생각해서 입장을 가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공개된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발언해 또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이에 앞서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선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해 당 안팎에서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 - 내가 원하는 나라 中>

"'통일 대한민국' 놓지 않은 백범 헤아려야"

태영호 최고위원이 '김구 선생'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다음 날,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중 일부를 발췌해 올렸습니다.

윤 의원은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손녀로, 독립기념관장을 지냈습니다.

윤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 태 최고위원의 처음 발언을 듣고 너무 우울했다"면서 "왜 이런 말씀을 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오랜 세월 주어진대로 맞는다고 배웠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통일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겪게 될 역사 갈등을 미리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편으로는 이 갈등도 백범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긴 것이고, 그의 글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백범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남겼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백범 선생이 <나의 소원>을 쓸 무렵 겪었던 이데올로기 갈등이 지금도 재연되고 있고, 글 속에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다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백범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의원은 또, 이번 발언에 대해 "결국 태 최고위원은 김일성의 시각에서 말씀한 것"이라며 " 백범이 어떤 마음으로 반대를 무릅쓰고 회담을 하러 갔는지 헤아리지 않고, 드러난 결과가 별거 없다는 것만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백범이 마지막까지도 통일 대한민국을 놓지 않으려 한 모습을 우리는 기억해야 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 역사에 대해 부끄러움을 강요하는 행위는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윤 의원은 "태 최고위원을 내 생각대로 재단해 죄송하다"면서도 "앞으로는 공당 최고위원으로서 말씀하실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국민께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를 고려해 말씀을 정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당부했습니다.

윤 의원은 통화를 마치면서 울림이 있는 두 마디를 남겼습니다.

"백범은 <나의 소원>에서 우리가 싸우지 말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했는데, 그 건 편을 가르는게 아니라 이어받아야 할 자랑스러운 생각이에요. 백범이 열어가려고 했던 나라를 우리가 알고 기억하는 것, 그 생각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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