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동거까지

입력 2023.04.22 (08:31) 수정 2023.04.22 (09: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앞서 보신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북한 당국이 그에 못지않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청년세대의 사랑과 연애, 결혼 문제라고 합니다.

드라마 등 한류의 유입으로 북한에서 남한식 연애나 결혼 문화가 퍼지는 걸 우려하고 있고요.

특히 정식 혼인은 않고 동거를 하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느는 것도 심각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바뀌고 있는 북한 청년세대의 결혼, 연애관엔 외부 문화에 대한 동경과 함께 국가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심리도 담겨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화창하게 맑은 날씨, 차 한 대가 어디론가 향하는데요.

["여기는 평양 화초공원. 최근에 새 가정을 이루는 신랑 신부들이 쌍쌍이 결혼 기념사진을 찍곤 하는 이 공원으로 리춘열 림송미 동무들도 왔습니다."]

["야~ 행복하십시오."]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준비하는 북한 남녀의 모습입니다.

야외 사진은 물론, 가족, 친척, 지인들이 모여 결혼식을 치르고 다 함께 둘러앉아 결혼앨범을 보는 건 우리와 비슷합니다.

이런 결혼식 장면들을 조선중앙TV는 물론 대외선전매체도 종종 전했는데요.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결혼식 통제에 나섰다고 내부 주민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신랑, 신부의 옷차림부터 장신구, 사진을 찍는 자세까지 외국풍을 따르지 말 것을 지시했고, 어려운 시기에 식량과 기름을 낭비한다며 비애국주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는 겁니다.

축하로 가득해야 할 결혼식, 왜 당국은 통제하고 나선 걸까요?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북한은 조직 생활에 방해가 되는 사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고, 청년 세대들의 연애도 마찬가진데요.

[김주성/탈북작가/유튜브 ‘남북의 썰’ : "제가 총각 때는 대부분 중매 결혼이었죠. 연애 자체는 금기시되고 사회적인 풍조에서 연애는 안된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원지에서 데이트하는 남녀. 그런데 여성은 오빠 부부와 마주치자 숨기에 급급합니다.

["동무, 교대 하자요. (엄마 고모야!) 아이참, 난 몰라요."]

심지어 남성의 아버지가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기도 하는데요.

결혼에서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드라마 ‘유원지의 하루’/1985 : "(여보!) 겨우 수습했소. 지금은 옛날 우리가 얼굴도 못 보고 시집 장가들 때와 달라. 우선 동지적으로 결합이 되고 사업을 통해 공고해질 때만."]

남녀의 사랑은 사회주의 이념을 강화하고, 그 가치를 끌어올리는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립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인 북한 사회의 세포로서 가정은 하나의 행정기관 역할을 해요. 조국을 위해서 살고 조국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되는 게 북한의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그런데 연애는 대표적인 사적 활동이고 연애에 빠져서 조직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등한시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요.

청년들의 강력한 지지를 목적으로 각종 유희 시설을 대거 건설했고, 소비문화도 장려했습니다.

또 청년세대의 연애에 대한 간섭과 통제도 크게 완화했습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수영장 사진이나 영상만 보더라도 수영복을 입고 남녀 젊은이들이 같이 노는 모습들 웃으면서 같이 물놀이하는 모습들이 여러 군데 포착이 되죠. 젊은 연인들이 연애하는 풍토가 상당히 달라졌고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이전에 북한이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지켜야 된다고 연애도 (규제를) 엄격하게 했던 것들이 많이 약화되고 희석된 측면이 있습니다."]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 분위기가 조금씩 퍼져나갔다는데요.

[류희진/2016년 탈북 : "과거에 비해서 많이 과감해져서 길거리에서 포옹도 많이 하고 좀 어두워졌을 때는 뽀뽀(하는 모습) 이런 것도 가끔 볼 수 있었거든요. 어른들한테 욕도 많이 먹고 그러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많이 과감해지고 손 많이 잡고 다니고..."]

이성을 사귈 기회도 넓어졌는데, 드라마를 통해서도 이런 변화의 조짐을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귀중히 여기라’/2016 : "동우야. 네가 해군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온다는 소리를 했더니 여기저기서 혼삿말들이 들어오는데 서둘러야겠다."]

군 복무를 마친 아들에게 어머니는 당연하듯 선 얘기를 꺼내지만 아들은 이를 거절하고, 때마침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

["군관 동지! (네) 비가 오는데 이 우산을 쓰십시오. (이거 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쯤 비야 뭘...)"]

과거엔 생각조차 못 한 남녀 사이 밀고당기기 같은 미묘한 심리를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 ‘귀중히 여기라’/2016 : "그래서 우산이나 돌려주자고 찾아온 거 같진 않더라. (네?) 어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마디 남기고 돌아서긴 했는데 직접 만나지 못해서 좀 서운해하는 느낌이더라."]

달라진 연애 문화는 당연히 결혼관에도 영향을 줍니다.

[류희진/2016년 탈북 :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30대 넘어서 결혼 안 하면 ‘왜 결혼을 안 했지?’ 할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도 잘 안 낳고, 결혼 안 하고 또 혼자 잘 살 수 있다 이런 욜로족들도 많이 생겼고 많이 바뀌었죠."]

특히 연애를 통해 제한된 범위지만 자유로운 자아를 경험한 일부 청년들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점은 주목됩니다.

제재와 대결 등 국제정세 속에 당국은 통제 강화와 내부 결속이라는 과거의 수단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런 국가 권력에서 벗어나려는 청년들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혼인신고가 대표적인 옙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혼인신고하면 무조건 어딘가 적을 두고 살아야 되는데 인민반은 자기 가구를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과 다르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여성 같은 경우에는 혼인신고 하면 특히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인민반에서 한 달에 한 서너 번씩은 동원을 나가야 되고 동원을 안 나가면 돈을 내야 되니까.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보니까 국가로부터 요구를 비껴가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그런 의미가 크다고 (탈북민) 증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온갖 조직 생활을 강요하고 있는데요.

역설적으로 그렇다 보니 일부 청년들은 결혼보다 동거를 선택해 인민반 같은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고,주위에서도 이를 눈감아 준다고 합니다.

[류희진/2016년 탈북 : "(동거 남녀) 둘이서 집 하나를 빌릴 순 없고요. 그게 통제가 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방이 3칸이 있는 집에 들어가서 한 방만 빌려서 둘이서 같이 사는 거예요. 인민반에는 이미 그 집에 거주하고 있는 집주인이 등록이 되어 있고요. 이분들(동거 남녀)은 그냥 뭔가 친척 같은 느낌으로 들어와 있는 거죠. 몰래 결혼한 것처럼 둘이 사는 거나 똑같거든요. 일단 결혼(혼인신고)을 안 하면 인민반에 등록할 수는 없어요. 부부가 아니니까."]

이런 흐름엔 가부장적인 부모 세대에 대한 불만도 녹아있다는데요.

[류희진/2016년 탈북 : "부모님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 우리끼리 몰래 너무 사랑하니까 동거를 하자 이렇게 하는 친구들을 봤고요. 부모님 세대 때 상상하지 못했던 동거나 연애 그런 걸로 바뀌었죠. 뭔가 자유를 열망하는 것 같아요. 저희 세대가 좀."]

가정이 세포처럼 조직되어 당과 수령을 받들어왔던 기성세대와는 눈에 띄게 다른 모습입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용하기보다 탄원 등을 통한 사상 무장 강요와 통제에 나섰다는 평갑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들이 가장 인구가 많아요. 약 8백만 명 정도거든요. 20~30대가. 20~30대가 다시 전체주의적이고 집단주의 체제로 오지 않으면 국가의 국력이나 김정은 이후에 4대 세습까지를 바라봤을 때는 불안하죠. 그런 걸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가장 인구도 많고 젊고, 국가의 노동력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게 김정은 정권의 목적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이전과는 다른 사랑과 연애를 통해 개인에 눈뜨기 시작한 북한 청년세대.

장마당 등 시장 경험까지 더해져 결혼관마저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선택이 어떻게 이어질지, 당국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동거까지
    • 입력 2023-04-22 08:31:32
    • 수정2023-04-22 09:47:07
    남북의 창
[앵커]

앞서 보신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북한 당국이 그에 못지않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청년세대의 사랑과 연애, 결혼 문제라고 합니다.

드라마 등 한류의 유입으로 북한에서 남한식 연애나 결혼 문화가 퍼지는 걸 우려하고 있고요.

특히 정식 혼인은 않고 동거를 하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느는 것도 심각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바뀌고 있는 북한 청년세대의 결혼, 연애관엔 외부 문화에 대한 동경과 함께 국가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심리도 담겨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화창하게 맑은 날씨, 차 한 대가 어디론가 향하는데요.

["여기는 평양 화초공원. 최근에 새 가정을 이루는 신랑 신부들이 쌍쌍이 결혼 기념사진을 찍곤 하는 이 공원으로 리춘열 림송미 동무들도 왔습니다."]

["야~ 행복하십시오."]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준비하는 북한 남녀의 모습입니다.

야외 사진은 물론, 가족, 친척, 지인들이 모여 결혼식을 치르고 다 함께 둘러앉아 결혼앨범을 보는 건 우리와 비슷합니다.

이런 결혼식 장면들을 조선중앙TV는 물론 대외선전매체도 종종 전했는데요.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결혼식 통제에 나섰다고 내부 주민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신랑, 신부의 옷차림부터 장신구, 사진을 찍는 자세까지 외국풍을 따르지 말 것을 지시했고, 어려운 시기에 식량과 기름을 낭비한다며 비애국주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는 겁니다.

축하로 가득해야 할 결혼식, 왜 당국은 통제하고 나선 걸까요?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북한은 조직 생활에 방해가 되는 사생활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고, 청년 세대들의 연애도 마찬가진데요.

[김주성/탈북작가/유튜브 ‘남북의 썰’ : "제가 총각 때는 대부분 중매 결혼이었죠. 연애 자체는 금기시되고 사회적인 풍조에서 연애는 안된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원지에서 데이트하는 남녀. 그런데 여성은 오빠 부부와 마주치자 숨기에 급급합니다.

["동무, 교대 하자요. (엄마 고모야!) 아이참, 난 몰라요."]

심지어 남성의 아버지가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기도 하는데요.

결혼에서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드라마 ‘유원지의 하루’/1985 : "(여보!) 겨우 수습했소. 지금은 옛날 우리가 얼굴도 못 보고 시집 장가들 때와 달라. 우선 동지적으로 결합이 되고 사업을 통해 공고해질 때만."]

남녀의 사랑은 사회주의 이념을 강화하고, 그 가치를 끌어올리는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립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회주의인 북한 사회의 세포로서 가정은 하나의 행정기관 역할을 해요. 조국을 위해서 살고 조국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되는 게 북한의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그런데 연애는 대표적인 사적 활동이고 연애에 빠져서 조직 생활이나 사회생활을 등한시할 수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요.

청년들의 강력한 지지를 목적으로 각종 유희 시설을 대거 건설했고, 소비문화도 장려했습니다.

또 청년세대의 연애에 대한 간섭과 통제도 크게 완화했습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수영장 사진이나 영상만 보더라도 수영복을 입고 남녀 젊은이들이 같이 노는 모습들 웃으면서 같이 물놀이하는 모습들이 여러 군데 포착이 되죠. 젊은 연인들이 연애하는 풍토가 상당히 달라졌고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이전에 북한이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지켜야 된다고 연애도 (규제를) 엄격하게 했던 것들이 많이 약화되고 희석된 측면이 있습니다."]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 분위기가 조금씩 퍼져나갔다는데요.

[류희진/2016년 탈북 : "과거에 비해서 많이 과감해져서 길거리에서 포옹도 많이 하고 좀 어두워졌을 때는 뽀뽀(하는 모습) 이런 것도 가끔 볼 수 있었거든요. 어른들한테 욕도 많이 먹고 그러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많이 과감해지고 손 많이 잡고 다니고..."]

이성을 사귈 기회도 넓어졌는데, 드라마를 통해서도 이런 변화의 조짐을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귀중히 여기라’/2016 : "동우야. 네가 해군대학을 졸업하고 집에 온다는 소리를 했더니 여기저기서 혼삿말들이 들어오는데 서둘러야겠다."]

군 복무를 마친 아들에게 어머니는 당연하듯 선 얘기를 꺼내지만 아들은 이를 거절하고, 때마침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

["군관 동지! (네) 비가 오는데 이 우산을 쓰십시오. (이거 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쯤 비야 뭘...)"]

과거엔 생각조차 못 한 남녀 사이 밀고당기기 같은 미묘한 심리를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 ‘귀중히 여기라’/2016 : "그래서 우산이나 돌려주자고 찾아온 거 같진 않더라. (네?) 어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마디 남기고 돌아서긴 했는데 직접 만나지 못해서 좀 서운해하는 느낌이더라."]

달라진 연애 문화는 당연히 결혼관에도 영향을 줍니다.

[류희진/2016년 탈북 :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 이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30대 넘어서 결혼 안 하면 ‘왜 결혼을 안 했지?’ 할 정도로 신기한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도 잘 안 낳고, 결혼 안 하고 또 혼자 잘 살 수 있다 이런 욜로족들도 많이 생겼고 많이 바뀌었죠."]

특히 연애를 통해 제한된 범위지만 자유로운 자아를 경험한 일부 청년들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점은 주목됩니다.

제재와 대결 등 국제정세 속에 당국은 통제 강화와 내부 결속이라는 과거의 수단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그런 국가 권력에서 벗어나려는 청년들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혼인신고가 대표적인 옙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혼인신고하면 무조건 어딘가 적을 두고 살아야 되는데 인민반은 자기 가구를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과 다르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여성 같은 경우에는 혼인신고 하면 특히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인민반에서 한 달에 한 서너 번씩은 동원을 나가야 되고 동원을 안 나가면 돈을 내야 되니까.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보니까 국가로부터 요구를 비껴가기 위해서 혼인신고를 안 하는 그런 의미가 크다고 (탈북민) 증언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온갖 조직 생활을 강요하고 있는데요.

역설적으로 그렇다 보니 일부 청년들은 결혼보다 동거를 선택해 인민반 같은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고,주위에서도 이를 눈감아 준다고 합니다.

[류희진/2016년 탈북 : "(동거 남녀) 둘이서 집 하나를 빌릴 순 없고요. 그게 통제가 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방이 3칸이 있는 집에 들어가서 한 방만 빌려서 둘이서 같이 사는 거예요. 인민반에는 이미 그 집에 거주하고 있는 집주인이 등록이 되어 있고요. 이분들(동거 남녀)은 그냥 뭔가 친척 같은 느낌으로 들어와 있는 거죠. 몰래 결혼한 것처럼 둘이 사는 거나 똑같거든요. 일단 결혼(혼인신고)을 안 하면 인민반에 등록할 수는 없어요. 부부가 아니니까."]

이런 흐름엔 가부장적인 부모 세대에 대한 불만도 녹아있다는데요.

[류희진/2016년 탈북 : "부모님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 우리끼리 몰래 너무 사랑하니까 동거를 하자 이렇게 하는 친구들을 봤고요. 부모님 세대 때 상상하지 못했던 동거나 연애 그런 걸로 바뀌었죠. 뭔가 자유를 열망하는 것 같아요. 저희 세대가 좀."]

가정이 세포처럼 조직되어 당과 수령을 받들어왔던 기성세대와는 눈에 띄게 다른 모습입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용하기보다 탄원 등을 통한 사상 무장 강요와 통제에 나섰다는 평갑니다.

[박영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이들이 가장 인구가 많아요. 약 8백만 명 정도거든요. 20~30대가. 20~30대가 다시 전체주의적이고 집단주의 체제로 오지 않으면 국가의 국력이나 김정은 이후에 4대 세습까지를 바라봤을 때는 불안하죠. 그런 걸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 가장 인구도 많고 젊고, 국가의 노동력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게 김정은 정권의 목적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이전과는 다른 사랑과 연애를 통해 개인에 눈뜨기 시작한 북한 청년세대.

장마당 등 시장 경험까지 더해져 결혼관마저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선택이 어떻게 이어질지, 당국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