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은 시집 사과한다’더니…3개월 만에 “언론이 공격·억압”

입력 2023.04.23 (13:22) 수정 2023.04.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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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신작을 소개하고 있는 실천문학사 홈페이지 갈무리.고은 시인의 신작을 소개하고 있는 실천문학사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들은 고은 시인의 '5년만의 신간 시집 출간'을 두고 '고은 사과 없이 5년만에 문단 복귀'란 제목을 붙여 마치 실권자가 복권된 것처럼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워 기사화했다."

"언론과 여론이 순수 문학 도서를 적법하게 출판한 출판사의 출판의 자유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선생님은 정당하다고 보느냐."

"고 김성동 작가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모 시가 본사 문예지에 실렸다고 '뉴스페이퍼'등으로부터 공격당해 주간과 편집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그 결과 잠시 휴간하게 됐다."

성추행 폭로로 활동을 멈춘 고은 시인의 신작을 출간해 사과했던 실천문학사가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던 지난 1월 입장문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입니다.

실천문학사(대표 윤한룡)가 지난 21부터 온라인 설문에 부친 조사 문항과 설명글을 보면, 고은 시인의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이너 인터넷 신문'이 '고의적'으로 비판 여론을 주도했고, 여러 언론이 '자극적 프레임'으로 '공격'해 '출판 자유를 억압'한 사건이라는 게 실천문학사의 규정입니다.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제목을 붙인 해당 조사에서, 실천문학사는 먼저 설명글을 통해 지난 1월 응답자의 99.2%가 고 시인의 문단 복귀를 반대했다는 뉴스페이퍼 기사가 부정적 여론의 '핵뇌관'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월 19일 동 매체의 이승하 교수의 왜곡 기사가 또 한 번 타 미디어들의 공격 빌미 기사거리가 되면서 본사에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에 본사의 차후 행보에 참고하고자 조사를 한다며, 총 11가지 문항을 통해 응답자의 성별과 연령대, 고은 시인 신간 시집 발간에 대한 찬반 여부 등을 묻습니다.

비교적 간략한 다른 문항에 비해 실천문학사의 주관이 드러나는 건 9번째 질문부터입니다.

고은 시인의 신작 ‘무의 노래’를 출간한 실천문학사가 지난 21일부터 공개한 온라인 설문조사 페이지.고은 시인의 신작 ‘무의 노래’를 출간한 실천문학사가 지난 21일부터 공개한 온라인 설문조사 페이지.

실천문학사는 질문을 던지기 전 언론이 '고은, 사과 없이 5년 만에 문단 복귀'란 제목으로 마치 실권자가 복권된 것처럼 자극적 프레임을 씌워 기사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고은 시인은 시인을 은퇴한 적도, 시인 자격을 박탈당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탈퇴한 문단 단체에 복귀한 것도 아니"라는 게 근거입니다.

이어지는 질문은 "'이런 '제목 뽑기'를 선생님은 주관적 프레임 씌우기로 보시는지요? 객관적인 기사 제목으로 보시는지요?"로, 응답자는 '주관적'과 '객관적' 사이에서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10번 문항에서는 "언론과 여론이 순수 문학 도서를 적법하게 출판한 출판사의 출판의 자유권리(헌법 21조)를 억압하는 것이 선생님은 정당하다고 보시는지요?"라고 묻습니다.

11번은 "고 김성동 작가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모 시가 본사 문예지에 실렸다고 ‘뉴스 페이퍼’ 등으로부터 공격당해 주간과 편집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그 결과 잠시 휴간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정당하다고 보시는지요?"라고 묻습니다.

"시집 간행 전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고은 시인의 추모 시) 건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던 지난 1월 입장문과 달리, 사태의 원인을 외부 공격에서 찾는 모습입니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지난해 12월 고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내면서, 2018년 불거진 성추행 논란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문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실천문학사는 1월 17일부터 '무의 노래'의 서점 공급을 중단하고, 공식 입장문을 내 사과했습니다. 다만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했던 최영미 시인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4일에는 3개월 만에 시집 판매를 재개했다가, 이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흘 만에 재차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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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고은 시집 사과한다’더니…3개월 만에 “언론이 공격·억압”
    • 입력 2023-04-23 13:22:05
    • 수정2023-04-23 13:28:33
    취재K
고은 시인의 신작을 소개하고 있는 실천문학사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들은 고은 시인의 '5년만의 신간 시집 출간'을 두고 '고은 사과 없이 5년만에 문단 복귀'란 제목을 붙여 마치 실권자가 복권된 것처럼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워 기사화했다."

"언론과 여론이 순수 문학 도서를 적법하게 출판한 출판사의 출판의 자유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선생님은 정당하다고 보느냐."

"고 김성동 작가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모 시가 본사 문예지에 실렸다고 '뉴스페이퍼'등으로부터 공격당해 주간과 편집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그 결과 잠시 휴간하게 됐다."

성추행 폭로로 활동을 멈춘 고은 시인의 신작을 출간해 사과했던 실천문학사가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던 지난 1월 입장문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입니다.

실천문학사(대표 윤한룡)가 지난 21부터 온라인 설문에 부친 조사 문항과 설명글을 보면, 고은 시인의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이너 인터넷 신문'이 '고의적'으로 비판 여론을 주도했고, 여러 언론이 '자극적 프레임'으로 '공격'해 '출판 자유를 억압'한 사건이라는 게 실천문학사의 규정입니다.

'출판의 자유권에 대한 설문조사'라는 제목을 붙인 해당 조사에서, 실천문학사는 먼저 설명글을 통해 지난 1월 응답자의 99.2%가 고 시인의 문단 복귀를 반대했다는 뉴스페이퍼 기사가 부정적 여론의 '핵뇌관'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월 19일 동 매체의 이승하 교수의 왜곡 기사가 또 한 번 타 미디어들의 공격 빌미 기사거리가 되면서 본사에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에 본사의 차후 행보에 참고하고자 조사를 한다며, 총 11가지 문항을 통해 응답자의 성별과 연령대, 고은 시인 신간 시집 발간에 대한 찬반 여부 등을 묻습니다.

비교적 간략한 다른 문항에 비해 실천문학사의 주관이 드러나는 건 9번째 질문부터입니다.

고은 시인의 신작 ‘무의 노래’를 출간한 실천문학사가 지난 21일부터 공개한 온라인 설문조사 페이지.
실천문학사는 질문을 던지기 전 언론이 '고은, 사과 없이 5년 만에 문단 복귀'란 제목으로 마치 실권자가 복권된 것처럼 자극적 프레임을 씌워 기사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고은 시인은 시인을 은퇴한 적도, 시인 자격을 박탈당한 적도 없으며, 그렇다고 탈퇴한 문단 단체에 복귀한 것도 아니"라는 게 근거입니다.

이어지는 질문은 "'이런 '제목 뽑기'를 선생님은 주관적 프레임 씌우기로 보시는지요? 객관적인 기사 제목으로 보시는지요?"로, 응답자는 '주관적'과 '객관적' 사이에서 답을 고를 수 있습니다.

10번 문항에서는 "언론과 여론이 순수 문학 도서를 적법하게 출판한 출판사의 출판의 자유권리(헌법 21조)를 억압하는 것이 선생님은 정당하다고 보시는지요?"라고 묻습니다.

11번은 "고 김성동 작가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모 시가 본사 문예지에 실렸다고 ‘뉴스 페이퍼’ 등으로부터 공격당해 주간과 편집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그 결과 잠시 휴간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정당하다고 보시는지요?"라고 묻습니다.

"시집 간행 전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고은 시인의 추모 시) 건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들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던 지난 1월 입장문과 달리, 사태의 원인을 외부 공격에서 찾는 모습입니다.

앞서 실천문학사는 지난해 12월 고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함께 펴내면서, 2018년 불거진 성추행 논란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문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비판이 이어지자 실천문학사는 1월 17일부터 '무의 노래'의 서점 공급을 중단하고, 공식 입장문을 내 사과했습니다. 다만 성추행 의혹을 공론화했던 최영미 시인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4일에는 3개월 만에 시집 판매를 재개했다가, 이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흘 만에 재차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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