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뜨거운 감자’ 들고 ‘레드카펫’…국빈 방미 뭘 논의하나

입력 2023.04.24 (06:00) 수정 2023.04.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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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걸린 걸개그림입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든 양국 의장대 이미지 아래 '1953년, 자유와 연대', '2023, 한미 동맹 70년'이라는 문구가 쓰였습니다. 한미 동맹 70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걸린 광고입니다.

미국도 국빈을 맞을 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워싱턴 D.C. 거리 곳곳은 물론, 주요 건물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렸습니다. 국빈 방문에만 치러지는 예우인데, 지난해 말 프랑스에 이어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두 번째 보는 모습입니다.

(위) 미국 수도 워싱턴 D.C. 거리에 성조기와 함께 걸린 태극기 (아래) 미국 정부 청사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 걸린 성조기와 태극기 (사진: KBS, 연합뉴스)(위) 미국 수도 워싱턴 D.C. 거리에 성조기와 함께 걸린 태극기 (아래) 미국 정부 청사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 걸린 성조기와 태극기 (사진: KBS,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공식 환영식과 한미정상회담, 국빈 만찬은 물론, 양국 정상 부부가 동반해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하는 일정도 마련했습니다. 경호 등의 문제로 워싱턴 D.C.안에서는 웬만하면 백악관 내에 머무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이 마련하는 별도의 국빈 오찬도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하기 전 윤 대통령이 일본에 보인 전향적 태도에 반색한 미국이 더 신경 써 국빈 맞이를 준비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뒷얘기입니다.

다양한 행사보다 더 중요한 건 두 정상이 나눌 대화입니다. 국빈 방문의 장점은 공식 방문이나 실무 방문보다 두 정상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길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이라고 합니다. 북핵, 반도체와 전기차 등 경제 현안, 도청에 우크라이나까지 유독 '뜨거운 감자' 같은 현안이 많습니다.

70년 된 동맹이 군사, 경제를 넘어 가치동맹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양 정상이 나눌, 또 나눠야 할 현안은 뭔지, 정상회담에 앞서 KBS가 미리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안보: 한국은 '확장억제'·미국은 '한미일 협력' 기대 ↑

안보에서 한국이 가장 얻고 싶어 하는 건 미국의 확대된 '확장억제'입니다. 한국은 핵을 갖지 않는 대신 미국이 자국 핵으로 한국을 방어해주는 이른바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도화된 북한 핵 능력이 이젠 미국 본토 도달 능력을 갖췄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게 된다면, 미국은 그래도 자국 핵으로 한국을 지켜줄까요? 미국의 말만 믿긴 어려우니 더 확실한 보장을 해달라는 게 한국 정부의 요구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촬영=KBS)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촬영=KBS)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핵에 대한 한국의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응 조치도 나올 거로 봤습니다. 다만 상한선도 분명할 거라고 했습니다.

▶ 스캇 스나이더 /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양 정상이 가능한 많은 일을 할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로선 동맹 내 협력을 강화하는 걸 넘어선 더 새로운 보장 정책이나 새로운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 정상이 북한과 관련된 군사 충돌이나 핵 충돌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함께 싸울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거로 생각합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에선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더 뭘 할 수 있냐는 냉소적 시각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아들 딸 2만 8천5백 명이 (주한미군으로) 한국 방위에 헌신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군사 훈련이 재개됐으며 핵능력을 갖춘 (미국) 자산이 순환배치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핵 방위 수단이) 더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미국에선 한국이 원하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알 수 없다고도 해요."

"다만 몇 달간 미국 관리들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훨씬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고, 한국과도 긴밀히 논의했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핵 관련 그룹에 대한 발표가 있을 거로 봅니다. 저는 한미가 일부 유럽 국가처럼 '핵 계획 그룹'이라 불리는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보다 더 약한 그룹은 한국이 충분히 방어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얻고 싶어 하는 건 확대된 한미일 협력을 보장받는 겁니다. 최근 일본에 보인 한국의 전향적 자세를 발판삼아 한미일 간의 군사 협력에 쐐기를 박고 싶어 하는 겁니다.

얼마 전 방미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일본까지 포함하는 한미 간 정보 공유의 확대를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현 한미 정부 간 뜻이 맞는 부분입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은 한일 양국이 더 긴밀히 공조하는 게 한국, 일본 모두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지적하며 막후에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우선 미사일 방어와 북한의 위협에 대한 3국 간 미사일 탐지 및 추적, 더 직접적인 3국의 연합 군사 계획과 작전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 스캇 스나이더 /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미국이 정보 공조, 특히 북한 미사일 실험과 관련된 관측을 확대해 미국과 일본, 한국의 자산을 모두 조율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서 북한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식별하고 이해할 집단적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건 매우 논리적인 일입니다. 일본도 그런 정보 공유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한미일의 끈끈한 군사 협력은 중국에도 세계에도 대중 견제책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중국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이유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한미 양국이 한국의 경제적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에서 벌어지는 대중국 견제의 한국 참여도 논의할 것이지만, 비공개로 조심스레 이뤄질 거라고 봤습니다.

■ 경제: 반도체 넘어 중국 견제 공급망…美 전문가 "긴밀한 한미 동맹, 중국 압력에 저항 쉽게 할 것"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부소장 (촬영=KBS)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부소장 (촬영=KBS)

바이든 정부 2년간은 미국이 추구하는 '경제안보'의 실체를 확인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대중국 견제의 기치를 높이 든 미국은 기존의 자유무역정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액의 정부 보조금을 흔들며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과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을 밀어 부쳤습니다. 낭패를 본 한국산 전기차와 반도체의 앞날도 문제지만, 다른 분야로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을지도 걱정입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우려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당시의 약속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윤 대통령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거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할 거라 했습니다.

▶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부소장

"공급망이 논의의 주요 이슈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특히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의존도 문제도 중요하고요. 넓은 의미에서 한국도 여러 이유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두 대통령이 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은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된 위험성(risk)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겁니다. 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차단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노력은 진지하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할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고급 기술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는 건 바이든 정부의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입니다."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극복할 방법에 대해 한미 간에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큰 그림에선 발전적이라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는 걸 이해한다,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할 것입니다."

■ 도청·우크라이나: '뜨거운 감자'의 논의 수위는?

윤 대통령 방미를 2주 앞두고는 미국 정부의 도청 의혹이, 한 주 앞두고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가 언론을 뒤덮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두 건의 대형 이슈가 비록 물밑에서라도 언급되지 않긴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그 결과의 수위는 높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도청과 관련한 대화는 매우 사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우방과 파트너를 상대로 정보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데 대한 충격이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도 정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마 얘기가 나오겠지만, '다시는 (도청하다) 걸리지 말아달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정보 공유나 군사 공조, 경제 관계를 단절하진 않겠지만, 미국이 정보 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개별 정보원이나 정부가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더 꺼릴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부터 보호하는 데 실패할 수는 없으니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해달라고 언급할 것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선 이번 정상회담에선 무기 지원까지는 결정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게 될 거란 관측이 컸습니다. 미국으로선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 (촬영=KBS)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 (촬영=KBS)

▶ 스캇 스나이더 /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한국 정부가 단순히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대응하고 외부 분쟁에 관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윤 대통령 스스로 취임 연설에서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의 중요성을 얘기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라는 원칙이 가장 큰 위협과 도전을 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고 윤 대통령이 말한 바도 있어서 윤 대통령은 그렇게(우크라이나를 군사지원) 해야하게 될 겁니다. 그건 한국에서 입법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실제 한국국민들이 그런 노력을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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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뜨거운 감자’ 들고 ‘레드카펫’…국빈 방미 뭘 논의하나
    • 입력 2023-04-24 06:00:09
    • 수정2023-04-24 06:08:45
    특파원 리포트

위의 사진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문화원에 걸린 걸개그림입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든 양국 의장대 이미지 아래 '1953년, 자유와 연대', '2023, 한미 동맹 70년'이라는 문구가 쓰였습니다. 한미 동맹 70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걸린 광고입니다.

미국도 국빈을 맞을 준비를 거의 마쳤습니다. 워싱턴 D.C. 거리 곳곳은 물론, 주요 건물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렸습니다. 국빈 방문에만 치러지는 예우인데, 지난해 말 프랑스에 이어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두 번째 보는 모습입니다.

(위) 미국 수도 워싱턴 D.C. 거리에 성조기와 함께 걸린 태극기 (아래) 미국 정부 청사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 걸린 성조기와 태극기 (사진: KBS, 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공식 환영식과 한미정상회담, 국빈 만찬은 물론, 양국 정상 부부가 동반해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하는 일정도 마련했습니다. 경호 등의 문제로 워싱턴 D.C.안에서는 웬만하면 백악관 내에 머무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이례적이라고 합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이 마련하는 별도의 국빈 오찬도 있습니다. 미국을 방문하기 전 윤 대통령이 일본에 보인 전향적 태도에 반색한 미국이 더 신경 써 국빈 맞이를 준비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뒷얘기입니다.

다양한 행사보다 더 중요한 건 두 정상이 나눌 대화입니다. 국빈 방문의 장점은 공식 방문이나 실무 방문보다 두 정상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월등히 길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이라고 합니다. 북핵, 반도체와 전기차 등 경제 현안, 도청에 우크라이나까지 유독 '뜨거운 감자' 같은 현안이 많습니다.

70년 된 동맹이 군사, 경제를 넘어 가치동맹으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양 정상이 나눌, 또 나눠야 할 현안은 뭔지, 정상회담에 앞서 KBS가 미리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 안보: 한국은 '확장억제'·미국은 '한미일 협력' 기대 ↑

안보에서 한국이 가장 얻고 싶어 하는 건 미국의 확대된 '확장억제'입니다. 한국은 핵을 갖지 않는 대신 미국이 자국 핵으로 한국을 방어해주는 이른바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도화된 북한 핵 능력이 이젠 미국 본토 도달 능력을 갖췄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게 된다면, 미국은 그래도 자국 핵으로 한국을 지켜줄까요? 미국의 말만 믿긴 어려우니 더 확실한 보장을 해달라는 게 한국 정부의 요구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촬영=KBS)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핵에 대한 한국의 불안감을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응 조치도 나올 거로 봤습니다. 다만 상한선도 분명할 거라고 했습니다.

▶ 스캇 스나이더 /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양 정상이 가능한 많은 일을 할 거로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로선 동맹 내 협력을 강화하는 걸 넘어선 더 새로운 보장 정책이나 새로운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양 정상이 북한과 관련된 군사 충돌이나 핵 충돌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함께 싸울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거로 생각합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에선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더 뭘 할 수 있냐는 냉소적 시각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아들 딸 2만 8천5백 명이 (주한미군으로) 한국 방위에 헌신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군사 훈련이 재개됐으며 핵능력을 갖춘 (미국) 자산이 순환배치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핵 방위 수단이) 더 많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미국에선 한국이 원하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알 수 없다고도 해요."

"다만 몇 달간 미국 관리들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훨씬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고, 한국과도 긴밀히 논의했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핵 관련 그룹에 대한 발표가 있을 거로 봅니다. 저는 한미가 일부 유럽 국가처럼 '핵 계획 그룹'이라 불리는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보다 더 약한 그룹은 한국이 충분히 방어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얻고 싶어 하는 건 확대된 한미일 협력을 보장받는 겁니다. 최근 일본에 보인 한국의 전향적 자세를 발판삼아 한미일 간의 군사 협력에 쐐기를 박고 싶어 하는 겁니다.

얼마 전 방미했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일본까지 포함하는 한미 간 정보 공유의 확대를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현 한미 정부 간 뜻이 맞는 부분입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은 한일 양국이 더 긴밀히 공조하는 게 한국, 일본 모두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지적하며 막후에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우선 미사일 방어와 북한의 위협에 대한 3국 간 미사일 탐지 및 추적, 더 직접적인 3국의 연합 군사 계획과 작전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 스캇 스나이더 /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미국이 정보 공조, 특히 북한 미사일 실험과 관련된 관측을 확대해 미국과 일본, 한국의 자산을 모두 조율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서 북한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식별하고 이해할 집단적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건 매우 논리적인 일입니다. 일본도 그런 정보 공유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경쟁국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한미일의 끈끈한 군사 협력은 중국에도 세계에도 대중 견제책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중국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이유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한미 양국이 한국의 경제적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에서 벌어지는 대중국 견제의 한국 참여도 논의할 것이지만, 비공개로 조심스레 이뤄질 거라고 봤습니다.

■ 경제: 반도체 넘어 중국 견제 공급망…美 전문가 "긴밀한 한미 동맹, 중국 압력에 저항 쉽게 할 것"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부소장 (촬영=KBS)
바이든 정부 2년간은 미국이 추구하는 '경제안보'의 실체를 확인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대중국 견제의 기치를 높이 든 미국은 기존의 자유무역정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액의 정부 보조금을 흔들며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과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을 밀어 부쳤습니다. 낭패를 본 한국산 전기차와 반도체의 앞날도 문제지만, 다른 분야로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을지도 걱정입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이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우려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당시의 약속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윤 대통령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시장 경쟁력이 약화되는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거로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분명히 할 거라 했습니다.

▶ 매튜 굿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부소장

"공급망이 논의의 주요 이슈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특히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에 대한 의존도 문제도 중요하고요. 넓은 의미에서 한국도 여러 이유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두 대통령이 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은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된 위험성(risk)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겁니다. 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차단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노력은 진지하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할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군사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고급 기술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는 건 바이든 정부의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입니다."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극복할 방법에 대해 한미 간에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큰 그림에선 발전적이라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정책이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는 걸 이해한다,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할 것입니다."

■ 도청·우크라이나: '뜨거운 감자'의 논의 수위는?

윤 대통령 방미를 2주 앞두고는 미국 정부의 도청 의혹이, 한 주 앞두고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가 언론을 뒤덮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두 건의 대형 이슈가 비록 물밑에서라도 언급되지 않긴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그 결과의 수위는 높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도청과 관련한 대화는 매우 사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우방과 파트너를 상대로 정보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데 대한 충격이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도 정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마 얘기가 나오겠지만, '다시는 (도청하다) 걸리지 말아달라'는 얘기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정보 공유나 군사 공조, 경제 관계를 단절하진 않겠지만, 미국이 정보 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개별 정보원이나 정부가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더 꺼릴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부터 보호하는 데 실패할 수는 없으니 우크라이나에 직접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해달라고 언급할 것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선 이번 정상회담에선 무기 지원까지는 결정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게 될 거란 관측이 컸습니다. 미국으로선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 (촬영=KBS)
▶ 스캇 스나이더 /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한국 정부가 단순히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대응하고 외부 분쟁에 관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윤 대통령 스스로 취임 연설에서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의 중요성을 얘기했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자유라는 원칙이 가장 큰 위협과 도전을 받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고 윤 대통령이 말한 바도 있어서 윤 대통령은 그렇게(우크라이나를 군사지원) 해야하게 될 겁니다. 그건 한국에서 입법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실제 한국국민들이 그런 노력을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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