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지는 학교 운동장…“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돌려주세요”

입력 2023.04.25 (07:01) 수정 2023.04.2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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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학교'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빠질 수 없는 게 운동회일 겁니다. 넓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청팀 백팀 나누어 계주 경기를 하고, 목청껏 응원하던 추억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학교들에선 이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운동장이 계속 좁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커녕 100미터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운동장도 적지 않습니다. 운동장이 계속 줄어들자 이 공간을 사수하기 위해 마찰까지 빚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강원도 원주시 버들초등학교 운동장강원도 원주시 버들초등학교 운동장

■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에 퇴직교원용 테니스장?

강원도 춘천의 춘천초등학교입니다. 이 곳에서 좁아진 학교 운동장을 놓고 학부모와 학교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학교는 최근 몇년 사이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연이어 건축되면서 올해 학생 수가 670여 명이 됐습니다. 최근 3년 사이 학생 수가 2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학생 수가 늘자 교실이 부족해졌습니다. 학교는 급한 대로 교실 6개짜리 임시 건물인 조립식 교실을 운동장에 들여놨습니다. 3달 뒤에는 같은 크기의 조립식 교실 1동이 추가로 들어옵니다. 아래 사진에서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모듈러 교실이 들어서거나, 들어설 곳 입니다. 문제는 좁아질 대로 좁아진 운동장에 떡하니 자리잡은 테니스장이었습니다. 현장을 찾아가보니 주중에는 문이 굳게 잠겨, 학생들은 쓰지도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춘천초등학교 운동장. 조립식 교실이 한 동(빨강) 자리잡고 있고 빨간 점선 자리에도 한 동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좁아진 운동장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테니스장(노랑)춘천초등학교 운동장. 조립식 교실이 한 동(빨강) 자리잡고 있고 빨간 점선 자리에도 한 동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좁아진 운동장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테니스장(노랑)

취재 결과 이 곳은 '퇴직교원 10여 명'이 주말마다 테니스를 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거나 교장을 역임했던 퇴직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반발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의 주인은 학생들인데, 아이들이 쓰지 못하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학교에 당장 테니스장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응이 지지부진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춘천초등학교와 퇴직교원 테니스회 간 운동장 사용 허가서춘천초등학교와 퇴직교원 테니스회 간 운동장 사용 허가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학교와 이용자 간 계약이 걸려있었습니다. 학교는 20여 년 전부터 '퇴직교원 테니스회'에 1년 단위로 사용허가를 내주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내년 2월 29일까지 계약되어 있었습니다. 1년 동안의 사용료는 전기요금 20만 원 가량입니다.

학부모 반발에 이어 취재가 이어지자 학교는 "퇴직교원 테니스회와의 소통을 통해 조기 철거를 결정했고, 공간을 철거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추후 활용계획을 세워 이른 시일 안에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테니스회 대표는 "이용자 모두가 퇴직교원으로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교육 활동에 방해가 된다면 기꺼이 테니스장을 반납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학생들의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선 "지금의 테니스장이 운동장 주변 주택에 공이 넘어가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용도가 있었고, 기존운동장 면적이 넓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에 ‘퇴직 교원 테니스장’

■ 도시로 갈수록 좁아지는 운동장…현실은?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도심지 학교에서는 학교 운동장이 아예 없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퇴계초·중학교는 운동장 한 편에 급식실과 교실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1,000명이 안 되던 학생이 2년 만에 500여 명이나 늘면서 운동장에 건물을 증축한 겁니다. 지금은 애초의 운동장 2,400㎡ 가운데 3분의 2만 남았습니다.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의 버들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운동장에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원래 2,260㎡였던 운동장을 지금은 70% 가량만 쓸 수 있습니다.

이는 도심지 신축 학교들의 학생 수가 예상보다 급격히 증가하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학생이 급증해도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추가로 교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땅이 있어도 땅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학교들이 기존 운동장에 교사동이나 급식실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동장 면적은 도심지로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입니다. 취재진이 지난해 4월 기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서 학생 수와 운동장을 비교한 결과, 전국의 학생 1인당 운동장 확보 면적은 14㎡에 그쳤습니다.
지역별로 비교해보니 세종시 학생들의 1인당 운동장 면적이 7㎡로 전국 평균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인천·서울·경기 8㎡, 대구 11㎡로 전국 평균에 못 미쳤습니다.
반면 전라남도와 강원도·경상북도 등 비교적 학생 수가 적은 비수도권 학생들은 평균보다 넓은 운동장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안에서도 편차가 드러납니다. 강원도는 학생 1인당 운동장 면적이 32㎡로 평균보다 넓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도심지가 많은 원주시는 1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춘천시 20㎡, 강릉시 28㎡로 시 단위 지역 학생들은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운동장 면적이 좁았습니다.

■ 학교 운동장 어떻게 확보하나요?
우리나라 학교체육시설의 경우,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설립·운영 규정」에 의해 학급별 학생 수를 기준으로 체육장 면적이 정해져 있고, 이를 기준으로 운동장 규격이 정해집니다. 문제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이 있다는 점입니다. 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ㆍ운영 규정

[시행 2022. 10. 25.] [대통령령 제32956호, 2022. 10. 25., 일부개정]

제5조(체육장) ①각급학교의 체육장(옥외체육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배수가 잘 되거나 배수 시설을 갖춘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체육장의 기준면적은 별표 2와 같다.
③교육부장관 또는 시ㆍ도교육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교육상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체육장을 두지 아니하거나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체육장의 기준면적을 완화하여 인가할 수 있다.
<개정 2001. 1. 29., 2001. 10. 31., 2005. 3.25., 2007. 5. 2., 2008. 2. 29., 2013. 3. 23.>
1. 새로이 설립되는 각급학교가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체육장
또는 공공체육시설 등과 인접하여 공동사용이 용이한 경우
2. 도심지 및 도서ㆍ벽지 등 지역의 여건상 기준면적 규모의 체육장의 확보가 곤란한 경우
3. 삭제<2001. 10. 31.>


■ 운동장, 꼭 필요한가요?
일각에서는 실내체육 활동이 많아져, 운동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운동장이 있어도, 아이들이 시간이 없어 놀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심지 학생들은 운동장이 덜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앞서 소개한 춘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 있는 학교 앞에서 교육 구성원들을 만나봤습니다. 학생 수 증가로 운동장에 급식실과 교실을 증축하면서, 인근 공원 족구장을 운동장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본 학생들과 학부모·교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운동장의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이제야 실외 체육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운동장이 협소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학교에 입학한 한 1학년 초등학생은 "지금까지 본 책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기대하며 입학했는데, 우리 학교에는 운동장이 없다"며 "실내 체육관에는 그네나 시소·미끄럼틀 같은 놀이기구도 없고, 마음껏 뛰놀지 못해 아쉽다" 고 말했습니다.

한 교직원은 "애초에 학교를 세울 당시부터 학생이 늘어 증축할 것을 예상하고, 운동장 부지를 넓게 확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신축 학교가 생길 때는 운동장 부지를 미리 넓게 확보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휴대전화기나 태블릿 등 전자기기 활용이 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교우관계 형성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는데, 운동장이 있으면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뛰어놀면서 체력도 기르고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진다"며 운동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학교체육시설의 역할과 수요에 대비한 현황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김미옥 교수는 "지·덕·체 교육 균형과 체력을 위한 운동장 문제는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며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운영 계획과 비교하면 인프라 정책이 결여되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현재 실효성을 잃은 학교설립 운영 규정을 개정해 운동장을 필수적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기사 : 갈수록 좁아지는 학교 운동장…원주·춘천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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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좁아지는 학교 운동장…“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돌려주세요”
    • 입력 2023-04-25 07:01:23
    • 수정2023-04-25 07:03:07
    취재K
'학교'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시나요? 빠질 수 없는 게 운동회일 겁니다. 넓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청팀 백팀 나누어 계주 경기를 하고, 목청껏 응원하던 추억 있으실 겁니다.<br />하지만 최근 일부 학교들에선 이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운동장이 계속 좁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커녕 100미터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운동장도 적지 않습니다. 운동장이 계속 줄어들자 이 공간을 사수하기 위해 마찰까지 빚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강원도 원주시 버들초등학교 운동장
■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에 퇴직교원용 테니스장?

강원도 춘천의 춘천초등학교입니다. 이 곳에서 좁아진 학교 운동장을 놓고 학부모와 학교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학교는 최근 몇년 사이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연이어 건축되면서 올해 학생 수가 670여 명이 됐습니다. 최근 3년 사이 학생 수가 2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학생 수가 늘자 교실이 부족해졌습니다. 학교는 급한 대로 교실 6개짜리 임시 건물인 조립식 교실을 운동장에 들여놨습니다. 3달 뒤에는 같은 크기의 조립식 교실 1동이 추가로 들어옵니다. 아래 사진에서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모듈러 교실이 들어서거나, 들어설 곳 입니다. 문제는 좁아질 대로 좁아진 운동장에 떡하니 자리잡은 테니스장이었습니다. 현장을 찾아가보니 주중에는 문이 굳게 잠겨, 학생들은 쓰지도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춘천초등학교 운동장. 조립식 교실이 한 동(빨강) 자리잡고 있고 빨간 점선 자리에도 한 동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좁아진 운동장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테니스장(노랑)
취재 결과 이 곳은 '퇴직교원 10여 명'이 주말마다 테니스를 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거나 교장을 역임했던 퇴직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반발했습니다. "학교 운동장의 주인은 학생들인데, 아이들이 쓰지 못하는 공간이 자리잡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학교에 당장 테니스장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응이 지지부진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춘천초등학교와 퇴직교원 테니스회 간 운동장 사용 허가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학교와 이용자 간 계약이 걸려있었습니다. 학교는 20여 년 전부터 '퇴직교원 테니스회'에 1년 단위로 사용허가를 내주고 있었습니다. 올해의 경우 내년 2월 29일까지 계약되어 있었습니다. 1년 동안의 사용료는 전기요금 20만 원 가량입니다.

학부모 반발에 이어 취재가 이어지자 학교는 "퇴직교원 테니스회와의 소통을 통해 조기 철거를 결정했고, 공간을 철거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추후 활용계획을 세워 이른 시일 안에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테니스회 대표는 "이용자 모두가 퇴직교원으로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교육 활동에 방해가 된다면 기꺼이 테니스장을 반납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학생들의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선 "지금의 테니스장이 운동장 주변 주택에 공이 넘어가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용도가 있었고, 기존운동장 면적이 넓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에 ‘퇴직 교원 테니스장’

■ 도시로 갈수록 좁아지는 운동장…현실은?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도심지 학교에서는 학교 운동장이 아예 없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의 퇴계초·중학교는 운동장 한 편에 급식실과 교실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1,000명이 안 되던 학생이 2년 만에 500여 명이나 늘면서 운동장에 건물을 증축한 겁니다. 지금은 애초의 운동장 2,400㎡ 가운데 3분의 2만 남았습니다.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의 버들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운동장에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원래 2,260㎡였던 운동장을 지금은 70% 가량만 쓸 수 있습니다.

이는 도심지 신축 학교들의 학생 수가 예상보다 급격히 증가하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학생이 급증해도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추가로 교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땅이 있어도 땅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학교들이 기존 운동장에 교사동이나 급식실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동장 면적은 도심지로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입니다. 취재진이 지난해 4월 기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자료에서 학생 수와 운동장을 비교한 결과, 전국의 학생 1인당 운동장 확보 면적은 14㎡에 그쳤습니다.
지역별로 비교해보니 세종시 학생들의 1인당 운동장 면적이 7㎡로 전국 평균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인천·서울·경기 8㎡, 대구 11㎡로 전국 평균에 못 미쳤습니다.
반면 전라남도와 강원도·경상북도 등 비교적 학생 수가 적은 비수도권 학생들은 평균보다 넓은 운동장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안에서도 편차가 드러납니다. 강원도는 학생 1인당 운동장 면적이 32㎡로 평균보다 넓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도심지가 많은 원주시는 1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또, 춘천시 20㎡, 강릉시 28㎡로 시 단위 지역 학생들은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운동장 면적이 좁았습니다.

■ 학교 운동장 어떻게 확보하나요?
우리나라 학교체육시설의 경우,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설립·운영 규정」에 의해 학급별 학생 수를 기준으로 체육장 면적이 정해져 있고, 이를 기준으로 운동장 규격이 정해집니다. 문제는,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이 있다는 점입니다. 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ㆍ운영 규정

[시행 2022. 10. 25.] [대통령령 제32956호, 2022. 10. 25., 일부개정]

제5조(체육장) ①각급학교의 체육장(옥외체육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배수가 잘 되거나 배수 시설을 갖춘 곳에 위치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체육장의 기준면적은 별표 2와 같다.
③교육부장관 또는 시ㆍ도교육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교육상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체육장을 두지 아니하거나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체육장의 기준면적을 완화하여 인가할 수 있다.
<개정 2001. 1. 29., 2001. 10. 31., 2005. 3.25., 2007. 5. 2., 2008. 2. 29., 2013. 3. 23.>
1. 새로이 설립되는 각급학교가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의 체육장
또는 공공체육시설 등과 인접하여 공동사용이 용이한 경우
2. 도심지 및 도서ㆍ벽지 등 지역의 여건상 기준면적 규모의 체육장의 확보가 곤란한 경우
3. 삭제<2001. 10. 31.>


■ 운동장, 꼭 필요한가요?
일각에서는 실내체육 활동이 많아져, 운동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운동장이 있어도, 아이들이 시간이 없어 놀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도심지 학생들은 운동장이 덜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앞서 소개한 춘천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 있는 학교 앞에서 교육 구성원들을 만나봤습니다. 학생 수 증가로 운동장에 급식실과 교실을 증축하면서, 인근 공원 족구장을 운동장으로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본 학생들과 학부모·교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운동장의 필요성을 호소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이제야 실외 체육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운동장이 협소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학교에 입학한 한 1학년 초등학생은 "지금까지 본 책에서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기대하며 입학했는데, 우리 학교에는 운동장이 없다"며 "실내 체육관에는 그네나 시소·미끄럼틀 같은 놀이기구도 없고, 마음껏 뛰놀지 못해 아쉽다" 고 말했습니다.

한 교직원은 "애초에 학교를 세울 당시부터 학생이 늘어 증축할 것을 예상하고, 운동장 부지를 넓게 확보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신축 학교가 생길 때는 운동장 부지를 미리 넓게 확보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휴대전화기나 태블릿 등 전자기기 활용이 늘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교우관계 형성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는데, 운동장이 있으면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뛰어놀면서 체력도 기르고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진다"며 운동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학교체육시설의 역할과 수요에 대비한 현황 진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김미옥 교수는 "지·덕·체 교육 균형과 체력을 위한 운동장 문제는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며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운영 계획과 비교하면 인프라 정책이 결여되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현재 실효성을 잃은 학교설립 운영 규정을 개정해 운동장을 필수적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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