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 매달려 출근해 봤니? ‘인구 폭발’ 이 나라 [세계엔]

입력 2023.04.29 (08:01) 수정 2023.04.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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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기차역 출근길. 사람들이 만원 열차에 매달려 있다. (AFP)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기차역 출근길. 사람들이 만원 열차에 매달려 있다. (AFP)

■ 인도, 이달 안에 중국 제치고 '인구 1위'

인도가 이달 안에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가 된다. 유엔 경제사회처는 4월 말 인도 인구가 14억 2천577만 5천 85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올해 중반쯤 중국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증가세가 가팔랐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14억 2천600만 명을 기록했지만, 점차 감소 추세다.

차이를 만든 건 역시 출산율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2명이다. 2017년 1.7명에서 감소한 수치다. 인도도 출산율 자체가 줄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 1명당 2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 인구는 2064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인도, '세계의 공장' 중국 대체?

인도는 단순히 사람만 많은 게 아니라 나이도 어리다. 인도의 중위연령(전 국민을 나이순대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29세로, 한국(45세)보다는 현저히 낮고, 중국(37세)에 비교해도 어리다.

젊고 풍부한 인구는 값싼 노동력과 연결된다. 인도의 월 평균임금은 중국의 20% 수준이다. 중국과 달리 영어를 쓰는 인구가 1억 명 정도로 많다는 것도 국제 시장에서 큰 강점이 된다.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성장의 신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경제 성장률을 6.1%로 내다봤는데, 이는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비해 중국은 5%대에 그쳤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에 첫 ‘애플 스토어’가 개장했다. (AFP)지난 18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에 첫 ‘애플 스토어’가 개장했다. (AFP)

■ 인도 시장 선점하는 글로벌 기업들

발 빠른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인도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팬데믹 동안 중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이 큰 차질을 빚었고, '탈중국'의 대안으로 인도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은 중국 공장에서만 만들던 아이폰 신규 모델을 지난해부터는 인도 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아이패드 인도 생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자사 파이어TV를 인도에서 만든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 시장으로서도 인도는 매력적이다. 빈부 격차가 크긴 하지만, 중산층 인구만 4억 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 처음으로 '애플 스토어'를 개장했다. 팀 쿡 애플 CEO가 7년 만에 인도를 직접 찾아 개장식을 함께 했다. 20일에는 수도 뉴델리에 '애플 스토어' 2호점을 열었다.

고가 브랜드들도 슬슬 인도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은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인도 뭄바이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역시 프랑스의 고급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는 내년 인도에 첫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숙자센터 (AP)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숙자센터 (AP)

■ 사람만 많다고 되나…그림자도 뚜렷

문제는 밝은 미래만큼이나 뚜렷한 현재의 그림자다. 일단 교통 인프라가 지나치게 열악하다. 전체 도로에서 고속도로는 5%뿐이고, 비포장도로는 40% 수준이다. 물동량을 책임질 대형 항구도 거의 없다. 무역 장벽도 심해서 관세율이 아시아 국가들 중 최고 수준(18%)이다. 이런 점을 다 고려하면, 인도에서의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5%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 경제가 급성장한 이면에 소득 불균형, 도시-농촌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도 발목을 잡는다. 마헤시 비아스 인도 경제모니터링센터 대표는 "인도 경제는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인도는 잘 성장했지만, 고용은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교도와 소수 이슬람교도 사이 갈등도 사회 불안 요소다. 특히 현재 집권당인 인도국민당은 힌두교 민족주의로 분류되는데, 내년 인도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교도 등 소수 집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난 중국의 장쑤성 타이창항 터미널에 차량이 늘어서 있다. (신화통신)코로나 봉쇄가 끝난 중국의 장쑤성 타이창항 터미널에 차량이 늘어서 있다. (신화통신)

■ "인도, 중국 따라잡기 30년은 걸려"

그러는 사이 코로나 봉쇄를 푼 중국 경제는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5%를 기록해, 1년 만에 4%대를 회복했다. 생산과 소비가 모두 좋아졌는데, 특히 지난 3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0% 넘게 늘었다.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Korea Center for International Finance)는 인도의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따라잡기까지 최소 30년은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경제 역할의 중국 대체 가능성 점검’ 보고서). 인도가 성장성은 더 커도, 국내총생산 절대 증가분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중국이 2배 더 크다. 달리기 시작한 '무굴 코끼리(인도)'는 달아나는 '아시아의 용(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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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이달 안에 중국 제치고 '인구 1위'

인도가 이달 안에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가 된다. 유엔 경제사회처는 4월 말 인도 인구가 14억 2천577만 5천 850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올해 중반쯤 중국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증가세가 가팔랐다. 중국 인구는 지난해 14억 2천600만 명을 기록했지만, 점차 감소 추세다.

차이를 만든 건 역시 출산율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2명이다. 2017년 1.7명에서 감소한 수치다. 인도도 출산율 자체가 줄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 1명당 2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 인구는 2064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인도, '세계의 공장' 중국 대체?

인도는 단순히 사람만 많은 게 아니라 나이도 어리다. 인도의 중위연령(전 국민을 나이순대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29세로, 한국(45세)보다는 현저히 낮고, 중국(37세)에 비교해도 어리다.

젊고 풍부한 인구는 값싼 노동력과 연결된다. 인도의 월 평균임금은 중국의 20% 수준이다. 중국과 달리 영어를 쓰는 인구가 1억 명 정도로 많다는 것도 국제 시장에서 큰 강점이 된다.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성장의 신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경제 성장률을 6.1%로 내다봤는데, 이는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비해 중국은 5%대에 그쳤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인도 뭄바이에 첫 ‘애플 스토어’가 개장했다. (AFP)
■ 인도 시장 선점하는 글로벌 기업들

발 빠른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인도를 선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팬데믹 동안 중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이 큰 차질을 빚었고, '탈중국'의 대안으로 인도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은 중국 공장에서만 만들던 아이폰 신규 모델을 지난해부터는 인도 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아이패드 인도 생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자사 파이어TV를 인도에서 만든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 시장으로서도 인도는 매력적이다. 빈부 격차가 크긴 하지만, 중산층 인구만 4억 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에 처음으로 '애플 스토어'를 개장했다. 팀 쿡 애플 CEO가 7년 만에 인도를 직접 찾아 개장식을 함께 했다. 20일에는 수도 뉴델리에 '애플 스토어' 2호점을 열었다.

고가 브랜드들도 슬슬 인도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디올(DIOR)은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인도 뭄바이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역시 프랑스의 고급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는 내년 인도에 첫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인도 수도 뉴델리의 노숙자센터 (AP)
■ 사람만 많다고 되나…그림자도 뚜렷

문제는 밝은 미래만큼이나 뚜렷한 현재의 그림자다. 일단 교통 인프라가 지나치게 열악하다. 전체 도로에서 고속도로는 5%뿐이고, 비포장도로는 40% 수준이다. 물동량을 책임질 대형 항구도 거의 없다. 무역 장벽도 심해서 관세율이 아시아 국가들 중 최고 수준(18%)이다. 이런 점을 다 고려하면, 인도에서의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5%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 경제가 급성장한 이면에 소득 불균형, 도시-농촌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도 발목을 잡는다. 마헤시 비아스 인도 경제모니터링센터 대표는 "인도 경제는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인도는 잘 성장했지만, 고용은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교도와 소수 이슬람교도 사이 갈등도 사회 불안 요소다. 특히 현재 집권당인 인도국민당은 힌두교 민족주의로 분류되는데, 내년 인도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교도 등 소수 집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 봉쇄가 끝난 중국의 장쑤성 타이창항 터미널에 차량이 늘어서 있다. (신화통신)
■ "인도, 중국 따라잡기 30년은 걸려"

그러는 사이 코로나 봉쇄를 푼 중국 경제는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4.5%를 기록해, 1년 만에 4%대를 회복했다. 생산과 소비가 모두 좋아졌는데, 특히 지난 3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0% 넘게 늘었다.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Korea Center for International Finance)는 인도의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따라잡기까지 최소 30년은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경제 역할의 중국 대체 가능성 점검’ 보고서). 인도가 성장성은 더 커도, 국내총생산 절대 증가분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중국이 2배 더 크다. 달리기 시작한 '무굴 코끼리(인도)'는 달아나는 '아시아의 용(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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