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0명 중 1명이 X해요” 혐오 발언 시의원, 해명은? [주말엔]
입력 2023.04.30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특정 국가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태석 거제시의원.
지난 20일 경남 거제시의회에서 '거제시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 심사가 진행됐습니다.
7천여 명에 이르는 거제 지역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례였습니다.
그런데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든 발언이 이어집니다.
국민의힘 양태석 의원의 발언입니다.
"베트남 애들 10명 중의 1명은 뽕을 합니다." "김해 같은 경우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들어와 있어요. 경찰서에서는 관리가 안 돼요, 외국 사람들은. 특히 베트남 애들, 경찰들도 손을 놓고 있어요." "거제 옥포하고, 저쪽에 가보니까 외국인들 4~5명이 슬리퍼 신고...걔들이 4~5명씩 모여 다니면서 침 뱉고 슬리퍼 끌고 시내 다니면 우리 관광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
과연 사실일까?
대검찰청이 발간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1년 적발된 외국인 마약 사범은 2,339명으로, 이 가운데 베트남인은 310명입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이 23만 5,007명, 어림잡아 추산해도 "10명 중 1명 꼴로 X을 한다"는 건 터무니 없이 과장된 수치입니다.
김해중부경찰서 최민석 외사계장 역시 "경찰이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을 반박했습니다.
"김해는 '외사 안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외국인 명예경찰대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고, 다문화 치안센터에는 경찰 4명이 상주합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외국인들로 인해 무질서하다고 불편하다는 민원이 여러 번 접수되었을 겁니다."
양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무 태만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용접할 자리는 안 하고 엉뚱한 데 하고 이런답니다. 관리가 안 돼요." "반에 15명이라면 일하는 사람은 두세 명 밖에 안 돼요. 게으르고 한데..." "나중에 세를 불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들끼리 노조를 만들어서 일 안 할 수도 있어요." |
■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 더 위험한 이유는?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있는 곳마다 '갈라치기'로 세를 불려온 중앙 정치권의 '혐오 정치'가 지역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는 듯합니다.
최근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모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SNS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해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팔이 족속" 이라며 조롱했습니다.
노동조합 관계자와 단체를 향해 "빌어먹게 생겨가꼬...", "레전드 땡깡작전을 시전하는 양아치 집단"이라고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을 상대로 조롱 발언을 해 모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미나 의원.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경고에 나선 게 벌써 4년 전입니다.
2019년 인권위는 국회의장과 각 정당대표를 상대로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언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해악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정치 영역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다양성과 인권존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진전시킬 책무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 미워서 한 말 아니라지만...
양태석 의원은 KBS 취재진에게 자신이 시의원이기 이전에 조선업 전문가로서 지역을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 사람들을(외국인들을) 미워해서 하겠습니까. 우리 거제시 때문에 하는 거지. 그러면 의회에서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야겠네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하죠.
수많은 폭력 가해자들도 한결같이 "미워서 때린 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2022년 10월 ‘민주적 고려대 비대위를 요구하는 학생모임’ 회원들이 고려대 총학생회의 ‘퀴어 퍼레이드’ 불참 결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주민들의 외침 "공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외국인 지원이 거제시의 발전에 해가 될 것이라는 전제 역시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양 의원이 외국인들로 인해 "관리가 안 된다"고 지목한 김해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주말에만 하루 2,000~3,000명의 외국인이 오가는 김해 동상동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김철희 상인회장은 처음부터 편견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피부가 검은 이들도 있고, 짜짜부리(?)한 이들도 있고, 허연 이들도 있고. 심지어 무슬림은 수염도 기르지 않습니까? 2000년대 초반에는 거부감을 많이 가졌습니다. 특히 화장실 문화나 담배 문화가 많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주민들도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요. 외국인들이랑 공생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홍보를 더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이미 많은 주민은 혐오 대신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베트남 10명 중 1명이 X해요” 혐오 발언 시의원, 해명은? [주말엔]
-
- 입력 2023-04-30 08:00:04
지난 20일 경남 거제시의회에서 '거제시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 심사가 진행됐습니다.
7천여 명에 이르는 거제 지역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례였습니다.
그런데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는 믿기 힘든 발언이 이어집니다.
국민의힘 양태석 의원의 발언입니다.
"베트남 애들 10명 중의 1명은 뽕을 합니다." "김해 같은 경우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들어와 있어요. 경찰서에서는 관리가 안 돼요, 외국 사람들은. 특히 베트남 애들, 경찰들도 손을 놓고 있어요." "거제 옥포하고, 저쪽에 가보니까 외국인들 4~5명이 슬리퍼 신고...걔들이 4~5명씩 모여 다니면서 침 뱉고 슬리퍼 끌고 시내 다니면 우리 관광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
과연 사실일까?
대검찰청이 발간한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1년 적발된 외국인 마약 사범은 2,339명으로, 이 가운데 베트남인은 310명입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이 23만 5,007명, 어림잡아 추산해도 "10명 중 1명 꼴로 X을 한다"는 건 터무니 없이 과장된 수치입니다.
김해중부경찰서 최민석 외사계장 역시 "경찰이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을 반박했습니다.
"김해는 '외사 안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외국인 명예경찰대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고, 다문화 치안센터에는 경찰 4명이 상주합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외국인들로 인해 무질서하다고 불편하다는 민원이 여러 번 접수되었을 겁니다."
양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무 태만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용접할 자리는 안 하고 엉뚱한 데 하고 이런답니다. 관리가 안 돼요." "반에 15명이라면 일하는 사람은 두세 명 밖에 안 돼요. 게으르고 한데..." "나중에 세를 불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기들끼리 노조를 만들어서 일 안 할 수도 있어요." |
■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 더 위험한 이유는?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있는 곳마다 '갈라치기'로 세를 불려온 중앙 정치권의 '혐오 정치'가 지역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는 듯합니다.
최근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모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SNS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해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팔이 족속" 이라며 조롱했습니다.
노동조합 관계자와 단체를 향해 "빌어먹게 생겨가꼬...", "레전드 땡깡작전을 시전하는 양아치 집단"이라고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경고에 나선 게 벌써 4년 전입니다.
2019년 인권위는 국회의장과 각 정당대표를 상대로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언했습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사회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해악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정치 영역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다양성과 인권존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진전시킬 책무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 미워서 한 말 아니라지만...
양태석 의원은 KBS 취재진에게 자신이 시의원이기 이전에 조선업 전문가로서 지역을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 사람들을(외국인들을) 미워해서 하겠습니까. 우리 거제시 때문에 하는 거지. 그러면 의회에서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야겠네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하죠.
수많은 폭력 가해자들도 한결같이 "미워서 때린 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 주민들의 외침 "공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외국인 지원이 거제시의 발전에 해가 될 것이라는 전제 역시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양 의원이 외국인들로 인해 "관리가 안 된다"고 지목한 김해시 주민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주말에만 하루 2,000~3,000명의 외국인이 오가는 김해 동상동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김철희 상인회장은 처음부터 편견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피부가 검은 이들도 있고, 짜짜부리(?)한 이들도 있고, 허연 이들도 있고. 심지어 무슬림은 수염도 기르지 않습니까? 2000년대 초반에는 거부감을 많이 가졌습니다. 특히 화장실 문화나 담배 문화가 많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주민들도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면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요. 외국인들이랑 공생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홍보를 더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이미 많은 주민은 혐오 대신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
-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김소영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