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만금 신항만 공사 ‘와르르’…땜질식 덧댐 공사만 11곳

입력 2023.05.01 (21:43) 수정 2023.05.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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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9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신항만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바다 메우기를 시작하며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만 터를 떠받치는 기초구조물이 지속적으로 무너져온 사실을 KBS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운 대책이라곤 반복해서 땜질식 덧댐 작업을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오정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2040년까지 3조 7천억 원을 들여 새만금에 종합항만을 짓는 사업.

1단계 사업의 공정률은 43%로, 최근 '가호안'을 다 짓고 바다를 메우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바다 밑에서 퍼 올린 모래를 들이부어 새로운 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땅이 나중에 항만이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서 있는 돌더미는 땅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틀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틀이 계속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치 굴삭기로 긁어낸 듯 가호안 사면을 따라 줄줄이 패였고, 위태로이 매달린 돌은 조금만 힘을 줘도 맥없이 떨어져 나갑니다.

KBS가 해양수산부에 자료를 요청해 확인해보니,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무너진 구간은 11곳, 780m에 달합니다.

전체 가호안 3.7km 가운데 1/5 넘게 무너진 셈입니다.

해수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다시 돌로 메꾸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난) 겨울 동안에 좀 괜찮기에 괜찮아지나 보다 했는데, 초봄 되면서 2월부터 또 (무너짐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저희가 또 복구 계획을…."]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은 문제가 없을까?

해수부와 시공사는 다발성 무너짐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설계대로 공사했고 안전성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새만금 신항 가호안 축조공사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게 무너졌다고 그래서 (가호안) 자체가 불안전한 구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뒤에 있는 부분들은 매립한 미립분들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한 (필터 매트를) 잡아주는 거기 때문에 '필터 매트'는 일단 손상이 없다."]

새만금 신항만 공사의 가호안 구조를 단순화한 단면도입니다.

작은 돌을 쌓고 큰 돌로 덮는 형태인데, 이 사이 '필터 매트'가 한 겹 깔립니다.

이 매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은 호안 안팎을 드나들되, 매립재인 모래는 걸러주는 도구입니다.

필터 매트가 손상되면 물과 함께 매립재까지 바다로 빠져나가게 되고, 매립한 땅 속에 공동이 생겨 나중에 구조물을 지었을 때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 필터 매트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게 해수부와 시공사의 주장입니다.

취재진은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돌더미 사이로 드러난 토목용 부직포, 필터 매트입니다.

무너진 돌 틈에 끼이고 짓이겨져 여기저기 찢어진 모습도 발견됩니다.

견고할 거라던 필터 매트가 사실은 심하게 손상된 겁니다.

[김규한/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피복석이 붕괴되고 필터 매트까지 빠져나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파이핑(구멍 뚫림) 현상, 또 원지반의 파괴·변형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KBS를 통해 필터 매트 손상 사실을 인지한 해양수산부는 시공사와 함께 서둘러 가호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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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새만금 신항만 공사 ‘와르르’…땜질식 덧댐 공사만 11곳
    • 입력 2023-05-01 21:43:02
    • 수정2023-05-01 22:31:29
    뉴스9(전주)
[앵커]

2009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신항만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바다 메우기를 시작하며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만 터를 떠받치는 기초구조물이 지속적으로 무너져온 사실을 KBS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운 대책이라곤 반복해서 땜질식 덧댐 작업을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오정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2040년까지 3조 7천억 원을 들여 새만금에 종합항만을 짓는 사업.

1단계 사업의 공정률은 43%로, 최근 '가호안'을 다 짓고 바다를 메우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바다 밑에서 퍼 올린 모래를 들이부어 새로운 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땅이 나중에 항만이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서 있는 돌더미는 땅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틀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틀이 계속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치 굴삭기로 긁어낸 듯 가호안 사면을 따라 줄줄이 패였고, 위태로이 매달린 돌은 조금만 힘을 줘도 맥없이 떨어져 나갑니다.

KBS가 해양수산부에 자료를 요청해 확인해보니,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무너진 구간은 11곳, 780m에 달합니다.

전체 가호안 3.7km 가운데 1/5 넘게 무너진 셈입니다.

해수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다시 돌로 메꾸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지난) 겨울 동안에 좀 괜찮기에 괜찮아지나 보다 했는데, 초봄 되면서 2월부터 또 (무너짐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번 저희가 또 복구 계획을…."]

이 같은 땜질식 처방은 문제가 없을까?

해수부와 시공사는 다발성 무너짐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설계대로 공사했고 안전성에는 무리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새만금 신항 가호안 축조공사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게 무너졌다고 그래서 (가호안) 자체가 불안전한 구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뒤에 있는 부분들은 매립한 미립분들이 빠져나가지 않기 위한 (필터 매트를) 잡아주는 거기 때문에 '필터 매트'는 일단 손상이 없다."]

새만금 신항만 공사의 가호안 구조를 단순화한 단면도입니다.

작은 돌을 쌓고 큰 돌로 덮는 형태인데, 이 사이 '필터 매트'가 한 겹 깔립니다.

이 매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은 호안 안팎을 드나들되, 매립재인 모래는 걸러주는 도구입니다.

필터 매트가 손상되면 물과 함께 매립재까지 바다로 빠져나가게 되고, 매립한 땅 속에 공동이 생겨 나중에 구조물을 지었을 때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 필터 매트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게 해수부와 시공사의 주장입니다.

취재진은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돌더미 사이로 드러난 토목용 부직포, 필터 매트입니다.

무너진 돌 틈에 끼이고 짓이겨져 여기저기 찢어진 모습도 발견됩니다.

견고할 거라던 필터 매트가 사실은 심하게 손상된 겁니다.

[김규한/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피복석이 붕괴되고 필터 매트까지 빠져나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파이핑(구멍 뚫림) 현상, 또 원지반의 파괴·변형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KBS를 통해 필터 매트 손상 사실을 인지한 해양수산부는 시공사와 함께 서둘러 가호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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