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영상 팝니다”…‘유사 N번방’ 11명 검거

제주경찰청이 압수한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파일 목록 일부.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텔레그램'을 통해 10대 성 착취물을 유통한 남성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른바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건데, 거래자들은 대부분 추적을 피해 상품권 일련번호 등으로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20대로, 실제 10대를 만나 성 착취 음란물을 제작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 "전 여친 영상 5만 원"…4개월 만에 성 착취물 제작 11명 포착

한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촬영 영상 판매 게시글.

한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입니다.

수십 개의 영상물이 담긴 사진첩을 캡처한 건데, 자세히 보니 여성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한 겁니다. 개당 0.5 ㅍㅁ(5천 원 판매)이라는 게시글이 눈에 띕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게시물에 있는 SNS(텔레그램) 아이디를 통해 말을 걸면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NS상에서는 적나라한 대화가 오갑니다.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텔레그램 캡처 화면.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 대화가 오가고 있다.

어떤 영상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목록을 올리면서 "저 중에서 어떤 거 원하시는지"라고 묻습니다. 구매 희망자는 "전 여친 영상이요"라 답하고, 판매자는 "저건 5만 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영상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10대 청소년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1월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기획 수사를 시작했는데, 4개월 만에 이처럼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한 이들을 11명이나 검거했습니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대부분 20대로, 50대와 10대도 포함됐습니다.

■ "담배·용돈 줄게"…10대와 성관계하며 촬영한 3명 '구속'

먼저 제주도민인 20대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10대 3명과 도내 공중 화장실 등에서 성관계하고, 그 모습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해 영상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사주겠다"고 접근해 신체 사진을 직접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도민인 50대 남성 B씨 역시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채팅으로 만난 10대 지적장애 여성을 "용돈을 주겠다"고 유인해 제주도내 무인텔 등에서 수 차례 성관계하고, 그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기도민인 20대 C씨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여성 공중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 등을 몰래 촬영해 10여 차례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C씨는 교제했던 청소년과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해 소지하고 있던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들 3명 모두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습니다.

■ 추적 피해 상품권으로 거래…경찰 "디지털 성범죄 심각"

제주경찰청이 압수한 성 착취물 제작 피의자 11명의 휴대전화와 하드 디스크.

불구속 송치된 나머지 8명은 게임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초등학생을 꼬드겨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영상을 받거나, 교복 입은 청소년을 뒤따라가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하는 식으로 영상물을 제작해 판매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사진이나 영상 1개당 적게는 5천 원에서 많게는 5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는데, 계좌가 아닌 상품권 일련번호나 가상화폐 등을 통해 거래했습니다.

신승우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장은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동·청소년의 성범죄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며 "온라인 성 착취는 오랫동안 친밀감을 형성한 뒤 범행이 이뤄지는 만큼, 보호자들은 자녀가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부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