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새내기가 50대 교수에 반말을?…‘파격 강의실’ 운영하는 교수님

입력 2023.05.02 (18:10) 수정 2023.05.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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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5월2일(화) 17:50~18:25 KBS2
■ 출연자 :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30502&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앵커]
"갑자기 중앙점으로 바꾼다는 게 무슨 소리야?"
"상사한테 반말하지 마세요"

[앵커]
한국 사회에서 직장 상사에게 반말을 했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선생님께 반말한다면... 그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실제로 학생이 교수에게 반말을 하는 파격적인 언어 실험에 나선 대학 강의실이 있습니다.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나왔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교수님, 안녕? 왜 저한테는 존댓말을 쓰시죠? 반말을 쓰신다면서?

[답변]
시청자분들 계시니까.

[앵커]
강의실에서는 이렇게 학생들과 반말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이 제안한 겁니까? 아니면 교수님이 하자고 하신 겁니까?

[답변]
제가 하자 그랬습니다.

[앵커]
첫날 그럼 우리 말 놓자 했을 때 학생들 반응이 어땠어요?

[답변]
되게 좀 황당해하고 낯설어하고 몰래카메라인가? 이런 반응을 보였었는데요. 또 잘 얘기를 하니까 기꺼이 잘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앵커]
그럼 교수님 강의실에서는 출석 체크할 때도 이름 부르면 네 안 하고 응, 어 이렇게 대답합니까?

[답변]
네. 응, 어 그러기도 하고요. 가끔 간이 좀 부은 친구는 왜? 이러기도 하고요.

[앵커]
질문은 어떤 식으로 해요? 학생들이 교수한테 질문할 때?

[답변]
질문도 이런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한번 봐줄 수 있어? 이렇게 질문하기도 하고요.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이러면서 자기 의견을 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그래요? 물론 학생들끼리는 당연히 반말을 쓰겠죠.

[답변]
학생들이, 지금 학생들이 서로 존중한다는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평소엔 보통 존댓말 씁니다, 자기들끼리. 친구끼리 말고 선후배나 아니면 다른 과 사람들한테는 기본적으로 존댓말 쓰는데 저희 수업 때는 서로 반말을 하고 있죠.

[앵커]
오히려 반말을 더 어려워할 수도 있겠네요.

[답변]
처음에는 어려워하는데 친구끼리는 말이 어렵지 않잖습니까? 그런 관계가 강의실에 만들어지는 거죠.

[앵커]
저도 반말로 질문 한번 해볼게요.

[답변]
좋습니다.

[앵커]
진해, 왜 반말로 강요를 하는 거야? 존댓말 쓰면 왜 안 되는 거야?

[답변]
제가 한번 질문을 드려볼게요. 앵커님 대학교 때 대학이라고 하는 게 어땠습니까, 강의실에서?

[앵커]
강의실에서요? 교수님을 늘 우러러보며 수업 듣고 그랬죠.

[답변]
그렇죠. 지금도 사실은 비슷합니다. 다양한 교수법이나 아니면 여러 현대적인 시설 이런 것들이 바뀌긴 했는데 실제로 한국에서 대학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보면, 방식을 보면 교수는 이론이나 어떤 예들을 알려주고 학생들은 그것을 열심히 받아적고 시험 때 되면 한번 치는 시험 때문에 학생들 말로는 좀비가 된다. 어떤 학생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대학에 왔을 때 여러 기대를 했었는데 이건 사복을 입은 고등학생 같다 이런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앵커]
교수님은 교수의 권위를 내려놓는 하나의 수단으로 반말 쓰기, 평어 쓰기 실험을 하신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과목의 성격도 있기도 한데 실제로 그런 학생과 선생 간의 관계가 좀 더 이전과 다르게 친밀해지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에서의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아니면 학생들은 어차피 조금 생각이 어긋나 있기도 하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을 텐데 그거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용기를 주죠.

[앵커]
파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었을까요? 수업 분위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답변]
엄청난 변화가 있죠. 일단 학생들이 말이 많아졌고 그리고 학생들끼리의 또 이야기들도 많이 하게 되고요. 그리고 과제물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들 냅니다. 출석률도 높고요.

[앵커]
과제를 많이 내는 건 무슨 상관일까요, 반말 쓰는 것과?

[답변]
그러니까 해당되는 주제에 대해서 흥미가 생긴 거죠. 나도 나의 발언을 해보고 싶다. 내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긴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분명히 반말 쓰기 어색하고 불편해서 존댓말 쓰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한테 말 놓으라는 걸 강제하는 건 그것 또한 부담되는 거 아닐까요? 역효과 같은 건 없었습니까?

[답변]
역효과는 전반적으로 없습니다. 없는데 다만 선생으로서는 조금 고달픈 부분이 있는데요. 학생들이 질문이 많고 문자든 메일이든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묻고 있고요. 그다음에 수업 때도 이전과 다른 수업 방식을 택해야 되기 때문에 저의 수업 방식, 수업 내용 이런 것들도 많이 바꿔야 되는 그런 게 있습니다.

[앵커]
이제 반말과 존댓말 이게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 사회만의 고유의 어떤 마음의 습관과도 같은 그런 거잖아요. 경어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셨어요?

[답변]
꽤 오래됐는데요. 일단은 대학 다른 초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은 여하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거잖습니까? 그런데 대학이 교실이라고 하는 게 학생과 선생 간에 관계를 보니까 지나치게 뭔가 상대방 특히 교수들이 어려운 존재. 말 걸기 좀 어렵고 또 뭔가 질문을 받으면 꼭 맞는 답을 해야지 틀린 답 하면 다른 친구들한테 뭔가 놀림 받을 거 같고 무시당할 거 같은. 그러면서 더 말문을 닫는 그런 구조 이런 것이 좀, 그걸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를 했습니다.

[앵커]
대학 강의실에서는 이게 허용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초중고등학교 이런 교실에서 반말 쓰기 강요하는 선생님 있으면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을까요?

[답변]
중요한 것은 선생과 학생이 평어 쓰기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기꺼이 동의하느냐. 그래서 그 동의를 바탕으로 해야 되죠. 무조건 반말해라고 하는 것도 그 또한 강요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동의가 있어야지 서로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 더 거리가 가까워지고 친밀해지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교수님은 반말에 주목한다기보다 말이 갖는 힘 여기에 주목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말이 실제로 한 개인의 삶,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시나요?

[답변]
저는 말 자체가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근원적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말이라고 하는 게 두 가지 속성이 있는데 하나는 이 세계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성격이 있고 다른 하나는 이 세계를 만드는, 구성하는 그런 힘이 있거든요. 구성한다고 하는 게 예를 들어보죠. 똑같은 어떤 행동 저도 그런 축에 속하는데 어떤 것을 판단을 잘 못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우유부단하다라고 하는 말을 쓸 수도 있고요. 아니면 신중하다 이런 말을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같은 동일한 행동인데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르게 되잖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말이 갖고 있는 힘이 분명히 있는 거죠.

[앵커]
요즘 우리 기업체나 회사 등에서도 보면 무슨 무슨 님 이렇게 직책을 따로 부르지 않는, 경어체 없는 그런 문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세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답변]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그게 아까 전에 얘기랑 연결되는 건데 그게 평어나 반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합의를 보고 그리고 그거에 대해서 동의하는 그런 상황이면 훨씬 더 회사든 어디든 더 좋은 분위기,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 이런 것들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혹시 학생들과 반말로 소통하시면서 선을 넘는 그런 경우는 없습니까, 학생들이?

[답변]
그렇진 않고요. 평어를 달리 말하면 예의 있는 반말이라 그러거든요. 도리어 존댓말이라고 하는 것이 공식적 자리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거잖아요. 잘 모르는 사람한테 존댓말을 쓰는 거니까요. 그런데 평어 반말이라고 하는 것은 그 거리감을 좁혀버리는 거기 때문에 좁히는데 기존에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존댓말을 썼어, 라고 하는 흔적도 있기 때문에 도리어 반말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그래서 훨씬 예의 바릅니다.

[앵커]
강의실 안에서만 그러지 않아요? 강의실 밖으로 나오면 또 풀어지지 않습니까? 다시 또 교수님이라고.

[답변]
전혀 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앵커]
이게 하나의 어떤 실험에 그치지 않을까. 어떤 새로운 말하기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걸로 기대를 하고 계신 건가요?

[답변]
그거는 먼 미래의 일이라서 제가 그것을 계획하거나 가늠할 수는 없는데 다만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서의 또는 변수로서 하나 있다. 어느 강의실에서는 반말로 수업하더라. 그러면 존댓말로 쓰는 평범한 강의를 하는 분들도 한번 되묻겠죠. 우리가 쓰는 존댓말은 어떤 의미지? 아니면 서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 건지 이런 걸 서로 물을 수 있으면 존댓말을 쓰는 강의실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합니다.

[앵커]
다양하고 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한 포문을 여는 게 평어 쓰기 실험이 될 수도 있다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거 같습니다.

[답변]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은 말의 힘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걸 알려주신 김진해 교수 진해, 고마워.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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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2 18:10:58
    • 수정2023-05-02 18: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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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앵커]
"갑자기 중앙점으로 바꾼다는 게 무슨 소리야?"
"상사한테 반말하지 마세요"

[앵커]
한국 사회에서 직장 상사에게 반말을 했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선생님께 반말한다면... 그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실제로 학생이 교수에게 반말을 하는 파격적인 언어 실험에 나선 대학 강의실이 있습니다.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진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나왔습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교수님, 안녕? 왜 저한테는 존댓말을 쓰시죠? 반말을 쓰신다면서?

[답변]
시청자분들 계시니까.

[앵커]
강의실에서는 이렇게 학생들과 반말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학생들이 제안한 겁니까? 아니면 교수님이 하자고 하신 겁니까?

[답변]
제가 하자 그랬습니다.

[앵커]
첫날 그럼 우리 말 놓자 했을 때 학생들 반응이 어땠어요?

[답변]
되게 좀 황당해하고 낯설어하고 몰래카메라인가? 이런 반응을 보였었는데요. 또 잘 얘기를 하니까 기꺼이 잘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앵커]
그럼 교수님 강의실에서는 출석 체크할 때도 이름 부르면 네 안 하고 응, 어 이렇게 대답합니까?

[답변]
네. 응, 어 그러기도 하고요. 가끔 간이 좀 부은 친구는 왜? 이러기도 하고요.

[앵커]
질문은 어떤 식으로 해요? 학생들이 교수한테 질문할 때?

[답변]
질문도 이런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한번 봐줄 수 있어? 이렇게 질문하기도 하고요.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이러면서 자기 의견을 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그래요? 물론 학생들끼리는 당연히 반말을 쓰겠죠.

[답변]
학생들이, 지금 학생들이 서로 존중한다는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평소엔 보통 존댓말 씁니다, 자기들끼리. 친구끼리 말고 선후배나 아니면 다른 과 사람들한테는 기본적으로 존댓말 쓰는데 저희 수업 때는 서로 반말을 하고 있죠.

[앵커]
오히려 반말을 더 어려워할 수도 있겠네요.

[답변]
처음에는 어려워하는데 친구끼리는 말이 어렵지 않잖습니까? 그런 관계가 강의실에 만들어지는 거죠.

[앵커]
저도 반말로 질문 한번 해볼게요.

[답변]
좋습니다.

[앵커]
진해, 왜 반말로 강요를 하는 거야? 존댓말 쓰면 왜 안 되는 거야?

[답변]
제가 한번 질문을 드려볼게요. 앵커님 대학교 때 대학이라고 하는 게 어땠습니까, 강의실에서?

[앵커]
강의실에서요? 교수님을 늘 우러러보며 수업 듣고 그랬죠.

[답변]
그렇죠. 지금도 사실은 비슷합니다. 다양한 교수법이나 아니면 여러 현대적인 시설 이런 것들이 바뀌긴 했는데 실제로 한국에서 대학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방법을 보면, 방식을 보면 교수는 이론이나 어떤 예들을 알려주고 학생들은 그것을 열심히 받아적고 시험 때 되면 한번 치는 시험 때문에 학생들 말로는 좀비가 된다. 어떤 학생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대학에 왔을 때 여러 기대를 했었는데 이건 사복을 입은 고등학생 같다 이런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앵커]
교수님은 교수의 권위를 내려놓는 하나의 수단으로 반말 쓰기, 평어 쓰기 실험을 하신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과목의 성격도 있기도 한데 실제로 그런 학생과 선생 간의 관계가 좀 더 이전과 다르게 친밀해지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에서의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아니면 학생들은 어차피 조금 생각이 어긋나 있기도 하고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을 텐데 그거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용기를 주죠.

[앵커]
파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었을까요? 수업 분위기에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답변]
엄청난 변화가 있죠. 일단 학생들이 말이 많아졌고 그리고 학생들끼리의 또 이야기들도 많이 하게 되고요. 그리고 과제물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들 냅니다. 출석률도 높고요.

[앵커]
과제를 많이 내는 건 무슨 상관일까요, 반말 쓰는 것과?

[답변]
그러니까 해당되는 주제에 대해서 흥미가 생긴 거죠. 나도 나의 발언을 해보고 싶다. 내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생긴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분명히 반말 쓰기 어색하고 불편해서 존댓말 쓰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한테 말 놓으라는 걸 강제하는 건 그것 또한 부담되는 거 아닐까요? 역효과 같은 건 없었습니까?

[답변]
역효과는 전반적으로 없습니다. 없는데 다만 선생으로서는 조금 고달픈 부분이 있는데요. 학생들이 질문이 많고 문자든 메일이든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묻고 있고요. 그다음에 수업 때도 이전과 다른 수업 방식을 택해야 되기 때문에 저의 수업 방식, 수업 내용 이런 것들도 많이 바꿔야 되는 그런 게 있습니다.

[앵커]
이제 반말과 존댓말 이게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 사회만의 고유의 어떤 마음의 습관과도 같은 그런 거잖아요. 경어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셨어요?

[답변]
꽤 오래됐는데요. 일단은 대학 다른 초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은 여하튼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거잖습니까? 그런데 대학이 교실이라고 하는 게 학생과 선생 간에 관계를 보니까 지나치게 뭔가 상대방 특히 교수들이 어려운 존재. 말 걸기 좀 어렵고 또 뭔가 질문을 받으면 꼭 맞는 답을 해야지 틀린 답 하면 다른 친구들한테 뭔가 놀림 받을 거 같고 무시당할 거 같은. 그러면서 더 말문을 닫는 그런 구조 이런 것이 좀, 그걸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를 했습니다.

[앵커]
대학 강의실에서는 이게 허용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초중고등학교 이런 교실에서 반말 쓰기 강요하는 선생님 있으면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을까요?

[답변]
중요한 것은 선생과 학생이 평어 쓰기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기꺼이 동의하느냐. 그래서 그 동의를 바탕으로 해야 되죠. 무조건 반말해라고 하는 것도 그 또한 강요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동의가 있어야지 서로에 대한 신뢰도 생기고 더 거리가 가까워지고 친밀해지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교수님은 반말에 주목한다기보다 말이 갖는 힘 여기에 주목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말이 실제로 한 개인의 삶,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시나요?

[답변]
저는 말 자체가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근원적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말이라고 하는 게 두 가지 속성이 있는데 하나는 이 세계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성격이 있고 다른 하나는 이 세계를 만드는, 구성하는 그런 힘이 있거든요. 구성한다고 하는 게 예를 들어보죠. 똑같은 어떤 행동 저도 그런 축에 속하는데 어떤 것을 판단을 잘 못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우유부단하다라고 하는 말을 쓸 수도 있고요. 아니면 신중하다 이런 말을 쓸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같은 동일한 행동인데 어떤 말을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다르게 되잖습니까? 그런 면에서는 말이 갖고 있는 힘이 분명히 있는 거죠.

[앵커]
요즘 우리 기업체나 회사 등에서도 보면 무슨 무슨 님 이렇게 직책을 따로 부르지 않는, 경어체 없는 그런 문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세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답변]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그게 아까 전에 얘기랑 연결되는 건데 그게 평어나 반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합의를 보고 그리고 그거에 대해서 동의하는 그런 상황이면 훨씬 더 회사든 어디든 더 좋은 분위기,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 이런 것들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앵커]
혹시 학생들과 반말로 소통하시면서 선을 넘는 그런 경우는 없습니까, 학생들이?

[답변]
그렇진 않고요. 평어를 달리 말하면 예의 있는 반말이라 그러거든요. 도리어 존댓말이라고 하는 것이 공식적 자리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거잖아요. 잘 모르는 사람한테 존댓말을 쓰는 거니까요. 그런데 평어 반말이라고 하는 것은 그 거리감을 좁혀버리는 거기 때문에 좁히는데 기존에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존댓말을 썼어, 라고 하는 흔적도 있기 때문에 도리어 반말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그래서 훨씬 예의 바릅니다.

[앵커]
강의실 안에서만 그러지 않아요? 강의실 밖으로 나오면 또 풀어지지 않습니까? 다시 또 교수님이라고.

[답변]
전혀 안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앵커]
이게 하나의 어떤 실험에 그치지 않을까. 어떤 새로운 말하기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걸로 기대를 하고 계신 건가요?

[답변]
그거는 먼 미래의 일이라서 제가 그것을 계획하거나 가늠할 수는 없는데 다만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서의 또는 변수로서 하나 있다. 어느 강의실에서는 반말로 수업하더라. 그러면 존댓말로 쓰는 평범한 강의를 하는 분들도 한번 되묻겠죠. 우리가 쓰는 존댓말은 어떤 의미지? 아니면 서로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 건지 이런 걸 서로 물을 수 있으면 존댓말을 쓰는 강의실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합니다.

[앵커]
다양하고 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한 포문을 여는 게 평어 쓰기 실험이 될 수도 있다라는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거 같습니다.

[답변]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은 말의 힘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걸 알려주신 김진해 교수 진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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