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경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어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호소

입력 2023.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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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건 중간 착취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입니다.


#사연 하나
"저는 예산 요양원에서 7년차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우리 요양원은 15년 만에 처음 수탁업체가 변경됐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수탁자가 들어오면서 저희들도 새로 입사해야 된다는 지침을 줬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받아왔던 요양근속장기수당과 연차가 한 달 전에 입사했던 요양보호사랑 똑같아졌습니다."
(김문경, 충청남도 예산군 노인요양원 노동자)

#사연 둘
"계약한 임금대로 지급하지 않는 건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최초 산정한 100% 임금 보장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사장들은 촉탁직에게 채용 대가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약속 또는 탈퇴를 약속받습니다. 솔직히 촉탁직이 너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오성화, 전라북도 전주시 민간위탁 (주)호남RC 환경미화원)

#사연 셋
"저희는 어르신과 고용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센터와 계약을 맺는 엄연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이 병원에 가거나 시설에 입소 할 때마다 일이 끊겨 버립니다. 그 기간 동안은 비상식적이게도 무급입니다. 이렇게 되면 월 60시간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4대 보험이나 퇴직금이나 근속 장려금이 중단되는 것도 비일비재합니다. 월 60시간으로 근로계약을 하지 않고 57.9시간, 59.5시간 이렇게 계약맺는 센터들도 허다합니다."
(이미영, 인천시 민간위탁 요양센터 재가요양 보호사 해고자)

#그리고, 사연 넷
" 저희가 천막농성을 1년 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언론이나 시의원, 국회의원은 관심없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청장 출신이 우리 지역의 노무사가 돼서 사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로감독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 면밀히 봐주시길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박옥경,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주)포운 노동자)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중간 단계에서 파견 수수료나 소개료 등의 다양한 명목으로 착취되거나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들입니다.
네 개를 추렸는데, 미처 소개를 다 못했을 뿐 수많은 사례가 더 있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우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

하루하루가 불안한 간접고용 노동자들, 또다시 국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자신들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이들이 도움을 호소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간접고용은 기업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 등을 통해 인력을 공급받아 일을 맡기는 걸 의미합니다. 파견이나 용역, 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중간 업체(파견업체)가 갑자기 바뀌더라도 안정적으로 고용 승계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용역 계약에서 정한 임금은 반드시 전액 지급하는 걸 명문화하거나, 중간 업체(파견업체)의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논의해주길 원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피해를 호소할 때만 잠깐 관심이 쏠렸을 뿐,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간접고용 문제 방치해왔던 국회…지금이라도 달라질까?

간접고용 제도 개선 논의가 여태껏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건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존재합니다.

그 와중에 민주당이 먼저 ‘중간착취 방지법’을 올해 상반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제(2일) 열린 '간접고용 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위를 악용한 중간착취는 노동시장의 왜곡을 심화하는 주범"이라며 "(중간착취 처리법에) 근로계약서의 파견 수수료 명시,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 안정성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명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행법에는 파견 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없어 파견업체들이 각종 명목으로 관리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도 재계약 고용 승계 압박을 받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원청업체가 임금을 올려도 상당수가 중간 착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간접고용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이 질문에 민주당 김영진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는 "정책적인 논의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며 "앞으로는 간접고용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국민의힘은 아직 구체적으로 간접고용 문제 관련 논의가 진행된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달 국민의힘 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류성걸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노동개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금 (개혁이) 진행 중"이라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해묵고 고착화된 문제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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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경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어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호소
    • 입력 2023-05-03 06:00:05
    취재K
<strong>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건 중간 착취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입니다.</strong>

#사연 하나
"저는 예산 요양원에서 7년차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우리 요양원은 15년 만에 처음 수탁업체가 변경됐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수탁자가 들어오면서 저희들도 새로 입사해야 된다는 지침을 줬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받아왔던 요양근속장기수당과 연차가 한 달 전에 입사했던 요양보호사랑 똑같아졌습니다."
(김문경, 충청남도 예산군 노인요양원 노동자)

#사연 둘
"계약한 임금대로 지급하지 않는 건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최초 산정한 100% 임금 보장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사장들은 촉탁직에게 채용 대가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약속 또는 탈퇴를 약속받습니다. 솔직히 촉탁직이 너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오성화, 전라북도 전주시 민간위탁 (주)호남RC 환경미화원)

#사연 셋
"저희는 어르신과 고용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센터와 계약을 맺는 엄연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이 병원에 가거나 시설에 입소 할 때마다 일이 끊겨 버립니다. 그 기간 동안은 비상식적이게도 무급입니다. 이렇게 되면 월 60시간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4대 보험이나 퇴직금이나 근속 장려금이 중단되는 것도 비일비재합니다. 월 60시간으로 근로계약을 하지 않고 57.9시간, 59.5시간 이렇게 계약맺는 센터들도 허다합니다."
(이미영, 인천시 민간위탁 요양센터 재가요양 보호사 해고자)

#그리고, 사연 넷
" 저희가 천막농성을 1년 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역 언론이나 시의원, 국회의원은 관심없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청장 출신이 우리 지역의 노무사가 돼서 사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근로감독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 면밀히 봐주시길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박옥경,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주)포운 노동자)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중간 단계에서 파견 수수료나 소개료 등의 다양한 명목으로 착취되거나 노동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들입니다.
네 개를 추렸는데, 미처 소개를 다 못했을 뿐 수많은 사례가 더 있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우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

하루하루가 불안한 간접고용 노동자들, 또다시 국회 문을 두드렸습니다.

자신들의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이들이 도움을 호소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간접고용은 기업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 등을 통해 인력을 공급받아 일을 맡기는 걸 의미합니다. 파견이나 용역, 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중간 업체(파견업체)가 갑자기 바뀌더라도 안정적으로 고용 승계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용역 계약에서 정한 임금은 반드시 전액 지급하는 걸 명문화하거나, 중간 업체(파견업체)의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논의해주길 원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피해를 호소할 때만 잠깐 관심이 쏠렸을 뿐,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적은 아직 없습니다.

■간접고용 문제 방치해왔던 국회…지금이라도 달라질까?

간접고용 제도 개선 논의가 여태껏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건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존재합니다.

그 와중에 민주당이 먼저 ‘중간착취 방지법’을 올해 상반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제(2일) 열린 '간접고용 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위를 악용한 중간착취는 노동시장의 왜곡을 심화하는 주범"이라며 "(중간착취 처리법에) 근로계약서의 파견 수수료 명시,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 안정성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명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행법에는 파견 수수료에 대한 규제가 없어 파견업체들이 각종 명목으로 관리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도 재계약 고용 승계 압박을 받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원청업체가 임금을 올려도 상당수가 중간 착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동안 간접고용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가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이 질문에 민주당 김영진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는 "정책적인 논의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며 "앞으로는 간접고용 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질문에 국민의힘은 아직 구체적으로 간접고용 문제 관련 논의가 진행된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달 국민의힘 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류성걸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노동개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금 (개혁이) 진행 중"이라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해묵고 고착화된 문제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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