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fckeditor/new/image/2023/05/03/311151683086946133.jpg)
60대 A 씨는 지난 1월 말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구 건설사 직원으로 일하던 남편 B 씨가 갑자기 공사 현장에서 쓰러진 뒤 숨을 거뒀다는 청천벽력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지병도 없이 건강했던 터라 A 씨의 충격은 더 컸습니다.
A 씨는 얼마 뒤 남편이 생전에 꼼꼼히 기록해두었던 업무 수첩과 서류들을 정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B 씨가 일하던 곳은 대구 수성구의 한 공사 현장뿐인데, 전국 10여 개 건설 현장에 '품질관리자'로 등록돼있었던 겁니다.
'품질관리자'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 현장에는 꼭 배치해야 하는 필수 전문 인력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시공이나 자재 사용이 적합한지 확인해 부실 공사와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5/03/311151683087196986.jpg)
이러한 품질관리자를 여러 곳에 중복 배치하는 건 불법입니다. 건설 현장에 상주하며 공사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품질관리자 1명이 건설 현장 1곳만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접한 현장에 한해 발주처나 인허가 기관이 승인을 할 경우에만 중복 배치할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기관의 설명입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 "실질적으로는 인허가 기관에서 대부분 승인을 안 해줍니다. 왜냐하면 품질관리자는 현장 상주가 원칙이거든요. 국토부 점검 등을 받았을 때 현장에 없다는 사실이 적발됐을 때는 벌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품질관리자가 동시에 두 개 현장에 가 있을 수는 없잖아요. " |
그런데 B 씨가 서류상 배치된 공사 현장은 확인된 곳만 10여 개. 대구는 물론 부산, 경남, 전남까지 전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실제 근무했던 대구 수성구 한 교회 건설 현장을 제외하면, 다른 현장의 품질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B 씨가 숨지고 나서 두 달이 넘도록 품질관리자가 바뀌지 않은 현장도 있었습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5/03/311151683087183975.jpg)
B 씨가 숨진 뒤, 해당 건설사 직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는 B 씨가 서류상 중복 배치된 현장에 불시 점검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5/03/311151683087417661.jpg)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건설사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인허가 기관이 걸러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여러 현장에 같은 품질관리자를 두고 허가 신청을 하는데도, 자치단체에서는 서류만 검토한 뒤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대구 모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품질관리자 같은 경우는 1개 현장밖에 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하게 1곳만 배치했을 거라고 인정을 하고. (품질관리자) 선임계하고, 기술자격, 경력 증명이라든지 이런 부분만 확인을 하는 거죠." |
경찰은 현재 해당 건설사 대표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고, 대구시는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자치단체의 안이한 행정 탓에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품질관리가 허술하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전민재, CG 그래픽: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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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남편이 전국 10여 개 건설현장 품질관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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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5-03 16: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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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A 씨는 지난 1월 말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구 건설사 직원으로 일하던 남편 B 씨가 갑자기 공사 현장에서 쓰러진 뒤 숨을 거뒀다는 청천벽력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지병도 없이 건강했던 터라 A 씨의 충격은 더 컸습니다.
A 씨는 얼마 뒤 남편이 생전에 꼼꼼히 기록해두었던 업무 수첩과 서류들을 정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B 씨가 일하던 곳은 대구 수성구의 한 공사 현장뿐인데, 전국 10여 개 건설 현장에 '품질관리자'로 등록돼있었던 겁니다.
'품질관리자'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 현장에는 꼭 배치해야 하는 필수 전문 인력입니다. 건설 현장에서 시공이나 자재 사용이 적합한지 확인해 부실 공사와 안전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data/fckeditor/new/image/2023/05/03/311151683087196986.jpg)
이러한 품질관리자를 여러 곳에 중복 배치하는 건 불법입니다. 건설 현장에 상주하며 공사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품질관리자 1명이 건설 현장 1곳만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접한 현장에 한해 발주처나 인허가 기관이 승인을 할 경우에만 중복 배치할 수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련 기관의 설명입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 "실질적으로는 인허가 기관에서 대부분 승인을 안 해줍니다. 왜냐하면 품질관리자는 현장 상주가 원칙이거든요. 국토부 점검 등을 받았을 때 현장에 없다는 사실이 적발됐을 때는 벌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품질관리자가 동시에 두 개 현장에 가 있을 수는 없잖아요. " |
그런데 B 씨가 서류상 배치된 공사 현장은 확인된 곳만 10여 개. 대구는 물론 부산, 경남, 전남까지 전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실제 근무했던 대구 수성구 한 교회 건설 현장을 제외하면, 다른 현장의 품질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B 씨가 숨지고 나서 두 달이 넘도록 품질관리자가 바뀌지 않은 현장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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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가 숨진 뒤, 해당 건설사 직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서는 B 씨가 서류상 중복 배치된 현장에 불시 점검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대화가 오고 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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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건설사가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인허가 기관이 걸러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여러 현장에 같은 품질관리자를 두고 허가 신청을 하는데도, 자치단체에서는 서류만 검토한 뒤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대구 모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품질관리자 같은 경우는 1개 현장밖에 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하게 1곳만 배치했을 거라고 인정을 하고. (품질관리자) 선임계하고, 기술자격, 경력 증명이라든지 이런 부분만 확인을 하는 거죠." |
경찰은 현재 해당 건설사 대표 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고, 대구시는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입니다.
자치단체의 안이한 행정 탓에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품질관리가 허술하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전민재, CG 그래픽: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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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기자 shinjou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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