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서퍼가 쓰레기봉투를 든 까닭은?…바다 지킴이가 된 ‘서핑 대모’ [주말엔]
입력 2023.05.07 (09:02)
수정 2023.05.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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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스포츠를 꼽는다면 서핑(Surfing)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밀려오는 파도를 올라타, 균형을 잡아내는 '순간'의 스포츠입니다.
서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해양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 또한 커져 가는 요즘, 서퍼들에게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7명의 국가대표를 키운 대한민국 '서핑의 대모' 서미희(58) 씨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20대 간호조무사, 윈드서핑에 인생을 걸다
1988년 전국이 올림픽으로 들썩이던 여름, 20대 간호조무사 서미희 씨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바람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요트. "아, 이거다" 그렇게 빠진 윈드서핑에 서 씨는 부산 송정에 윈드서핑 숍까지 열었습니다.
하지만 송정 바다는 파도가 너무 잦아 윈드서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좌절하던 그때, 서 씨는 한 외국인이 바다에서 홀로 서핑하는 것을 봤습니다.
"윈드서핑엔 원수인 파도가 서핑엔 최고라니. 그때부터 서핑을 시작한 겁니다." |
2010년 발리 롬복
■ '최초' 의 '최초'
국내에 서핑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서미희 씨는 다짐했습니다.
"아직 국내에 아무도 서핑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1호'가 되자."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서핑을 위해, 기상학부터 물리학까지 공부한 그녀의 집념은 2008년 제주 중문에서 열린 ‘국제서핑대회’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여성부 1위. 같은 해 일본 후쿠오카현 가라츠에서 열린 ‘서퍼 걸 서핑 콘테스트’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당당히 들어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2008년 일본 ‘서퍼 걸 서핑 콘테스트’ 1위 수상 사진 (좌에서 첫번 째가 서미희 씨)
서 씨는 국내 최초 여성 롱보더이자, 남녀 통틀어 최초로 해외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서퍼가 됐습니다.
■ 28년째 행동으로 보여주는 바다 지킴이
서미희 씨의 딸이 5살이 되던 해, 해변가의 못이나 쇠를 밟아 열이 40도를 넘으며 보름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변에 발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바다를 깨끗하게 지켜야 되겠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
부산 송정 해수욕장은 하루에 수천 명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을 다쳐오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습니다.
일반 쓰레기의 경우 지자체 청소과에서 잘 처리하지만, 못이나 유리, 폭죽 잔해 등은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28년째 매일 송정 바다의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혼자서 하던 해변 쓰레기 청소는 이제 하나둘 함께하는 송정 바다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서미희 씨는 수상구조대를 13년째 지도하고 있으며, 그녀가 이끄는 수상 구조대는 서핑보드를 활용한 인명 구조뿐만 아니라 해변의 쓰레기 정화 활동 또한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후 송정 바다를 깨끗이 청소하는 서프구조대
■ 서퍼는 모태 환경 운동가!
서퍼들의 환경운동으로 ‘Take 3 for the sea’ 운동이 있습니다.
서핑하고 나오면서 버려진 플라스틱을 최소 세 개 이상 주워서 나오자는 운동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미희 씨는 환경운동이 어느 날 하루가 아니라 늘 집 청소하듯이 습관처럼 하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바로 내 호흡하고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서퍼들은 저절로 환경운동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서퍼들의 놀이터 바다. 그녀는 내 놀이터를 지키는 데 앞장서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세계적인 서퍼들은 자식들에게 다시 바다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바다에 있어야 하는데 이 바다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
멋진 바다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주고 싶은 서미희 씨의 소망.
다가오는 이번 여름. '오른손엔 서핑보드, 왼손엔 쓰레기봉투'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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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서퍼가 쓰레기봉투를 든 까닭은?…바다 지킴이가 된 ‘서핑 대모’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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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5-07 09:02:41
- 수정2023-05-07 09:09:06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스포츠를 꼽는다면 서핑(Surfing)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밀려오는 파도를 올라타, 균형을 잡아내는 '순간'의 스포츠입니다.
서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해양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 또한 커져 가는 요즘, 서퍼들에게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7명의 국가대표를 키운 대한민국 '서핑의 대모' 서미희(58) 씨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20대 간호조무사, 윈드서핑에 인생을 걸다
1988년 전국이 올림픽으로 들썩이던 여름, 20대 간호조무사 서미희 씨는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서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바람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요트. "아, 이거다" 그렇게 빠진 윈드서핑에 서 씨는 부산 송정에 윈드서핑 숍까지 열었습니다.
하지만 송정 바다는 파도가 너무 잦아 윈드서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좌절하던 그때, 서 씨는 한 외국인이 바다에서 홀로 서핑하는 것을 봤습니다.
"윈드서핑엔 원수인 파도가 서핑엔 최고라니. 그때부터 서핑을 시작한 겁니다." |
■ '최초' 의 '최초'
국내에 서핑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 서미희 씨는 다짐했습니다.
"아직 국내에 아무도 서핑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1호'가 되자."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서핑을 위해, 기상학부터 물리학까지 공부한 그녀의 집념은 2008년 제주 중문에서 열린 ‘국제서핑대회’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여성부 1위. 같은 해 일본 후쿠오카현 가라츠에서 열린 ‘서퍼 걸 서핑 콘테스트’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당당히 들어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서 씨는 국내 최초 여성 롱보더이자, 남녀 통틀어 최초로 해외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서퍼가 됐습니다.
■ 28년째 행동으로 보여주는 바다 지킴이
서미희 씨의 딸이 5살이 되던 해, 해변가의 못이나 쇠를 밟아 열이 40도를 넘으며 보름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해변에 발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바다를 깨끗하게 지켜야 되겠다.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
부산 송정 해수욕장은 하루에 수천 명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을 다쳐오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습니다.
일반 쓰레기의 경우 지자체 청소과에서 잘 처리하지만, 못이나 유리, 폭죽 잔해 등은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28년째 매일 송정 바다의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혼자서 하던 해변 쓰레기 청소는 이제 하나둘 함께하는 송정 바다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서미희 씨는 수상구조대를 13년째 지도하고 있으며, 그녀가 이끄는 수상 구조대는 서핑보드를 활용한 인명 구조뿐만 아니라 해변의 쓰레기 정화 활동 또한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 서퍼는 모태 환경 운동가!
서퍼들의 환경운동으로 ‘Take 3 for the sea’ 운동이 있습니다.
서핑하고 나오면서 버려진 플라스틱을 최소 세 개 이상 주워서 나오자는 운동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미희 씨는 환경운동이 어느 날 하루가 아니라 늘 집 청소하듯이 습관처럼 하는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바로 내 호흡하고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서퍼들은 저절로 환경운동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서퍼들의 놀이터 바다. 그녀는 내 놀이터를 지키는 데 앞장서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세계적인 서퍼들은 자식들에게 다시 바다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바다에 있어야 하는데 이 바다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
멋진 바다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주고 싶은 서미희 씨의 소망.
다가오는 이번 여름. '오른손엔 서핑보드, 왼손엔 쓰레기봉투'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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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me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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