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직원에 20살 많은 직원과 “사귀어보라”…법원 “성희롱”

입력 2023.05.08 (08:51) 수정 2023.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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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나이 많은 다른 직원과 사귀어 보라는 식으로 말했다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단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중 김양훈 윤웅기)는 여직원 A 씨가 상사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B 씨의 발언이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 A 씨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앞서 신입사원 A 씨는 2021년 옆 부서장인 B 씨 등 다른 상사 3명과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A 씨는 대화 도중 "○○역 쪽에 산다"고 말했고, B 씨는 "○○역?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C 씨는 당시 자리에 없었던 다른 부서 직원으로, A 씨보다 20세 가량 많은 미혼 남성이었습니다.

B 씨는 "치킨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A 씨는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B 씨는 "C 씨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재차 말했습니다.

A 씨는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거 같다"라고 완곡하게 선을 그었지만, B 씨는 멈추지 않고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기업에서 공론화됐고, 회사는 두 사람을 분리하는 인사조치를 한 뒤 B 씨에게 근신 3일의 징계를 했습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기업이 이 사례를 성희롱 예방 교육 자료로 사용했던 점, 사내 커뮤니티에서도 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다수의 게시글이나 댓글이 올라온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상사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 결론을 수용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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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8 08:51:41
    • 수정2023-05-08 10:26:25
    사회
회사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나이 많은 다른 직원과 사귀어 보라는 식으로 말했다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단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판사 이원중 김양훈 윤웅기)는 여직원 A 씨가 상사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고 오늘(8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B 씨의 발언이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 A 씨에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앞서 신입사원 A 씨는 2021년 옆 부서장인 B 씨 등 다른 상사 3명과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A 씨는 대화 도중 "○○역 쪽에 산다"고 말했고, B 씨는 "○○역? C씨도 거기에 사는데. 둘이 잘 맞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C 씨는 당시 자리에 없었던 다른 부서 직원으로, A 씨보다 20세 가량 많은 미혼 남성이었습니다.

B 씨는 "치킨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A 씨는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B 씨는 "C 씨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재차 말했습니다.

A 씨는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거 같다"라고 완곡하게 선을 그었지만, B 씨는 멈추지 않고 "그 친구 돈 많아. 그래도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기업에서 공론화됐고, 회사는 두 사람을 분리하는 인사조치를 한 뒤 B 씨에게 근신 3일의 징계를 했습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같이 있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겠다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기업이 이 사례를 성희롱 예방 교육 자료로 사용했던 점, 사내 커뮤니티에서도 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다수의 게시글이나 댓글이 올라온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상사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은 1심 결론을 수용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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