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공부모임 간 유인태 “윤 대통령, 이재명 피의자라도 만나야”

입력 2023.05.09 (11:48) 수정 2023.05.0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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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힘 공부 모임 특강자로 나선 민주당 원로

국민공감은 국민의힘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공부 모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주요 부처 장관들이 강사로 주로 초빙돼 정부 핵심 정책 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당정 간 소통 강화에도 힘써왔습니다.

그런데 이 모임에 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강연자로 초대됐습니다.

오늘(9일) 오전, 국민의힘은 유 전 총장을 강연자로 초대해 '한국정치 이대로 괜찮은가?'는 주제로 특강을 열었습니다. 특강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과 원외 인사 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3선 국회의원과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 전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으로, 최근에는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해왔습니다.

사회를 맡은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자 국민공감 기획간사는 "제가 찾아뵙고 입이 아플 정도로 쓴소리를 부탁했다. 얼마나 아픈 쓴소리를 듣게 될지 저희는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며 유 전 총장을 소개했습니다.

부탁에 호응하듯 유 전 총장의 첫 마디는 "원래 쓴소리는 애정이 있어야 쓴소리를 한다. 제가 이 당에 별로 애정이 없다"였습니다.

의원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 전 총장은 20년 전인 2003년도 이맘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을 하며 양당정치에서 벗어나 선거제 개혁을 제안한 일을 이야기하며 "(특강자로) 흔쾌히 응한 것은 그때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선거제도 개혁이라 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총장은 "훌륭한 사람 모셔다 놓고 왜 (의원 임기) 4년이 지나면 몹쓸 사람이 되는 거냐. 참 비극이라 생각한다"며, "솔직히 말해 들어오실 때 전부 존경받던 분들 여기 와서 한 3년 지났는데 지금은 그때 이미지로 보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그런 현상이 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다 0선인 비극을 불러온 것"이라며, "왜 경륜 쌓고 훌륭한 자원들이 각 당에 있는데도, 한 번도 (국회의원을) 안 한 0선 끼리 붙었다는 건 우리 국회와 정치의 굉장히 위기"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공천 개입' "큰 문제 안 돼"

최근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 공개로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유 전 총장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유 전 총장은 "공천은 상향식으로 가는게 제일 좋은 방향이고, 대통령이 의견 제시하고 당에서 하면 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대통령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있고 하니까 대통령실대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천문제는 자꾸 당 지도부나 어디서 나서서 할 게 아니라 모든 걸 그냥 경선에 맡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자꾸 인위적으로 뭘 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만 생긴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피의자라도 만나야"

유 전 총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을 형사 피의자라도 만났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대선에 졌으면 당 대표에는 안 나가길 바랐는데 본인이 그렇게 선택을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도 돈 봉투 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사실은 들켜서 그렇지 전당대회 때 좀 썼을 것 아니냐, 선수끼리"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강연을 듣고 있던 김기현 대표는 "받은 사람 있나 나와보라고 하라"고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총장은 선거 때 금품을 제공하면 최대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걸 넘어 "100배까지로 하는 것을 검토해보라. 10만 원 주면 1,000만 원 (과태료) 받는다 하면 겁나서 못 준다고" 했습니다.


지도부 "여당 실력 쌓아야"..."정치 복원 절실"

유 전 사무총장 강연에 앞서 김 대표는 "국민들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능한 정당, 일 잘하는 여당이 국민들이 바라는 첫 번째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여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돼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해야 한다는 국민의 절규에 가까운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라며 "유인태 선배를 통해 어떻게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할지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8차례 국민공감 특강에서 야권 인사를 초청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특강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특강 중간 '쓴소리가 기대보다 안 나온 것 같아 섭섭하다'는 농담 섞인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여러 질문이 이어졌고, 특강이 1시간 반 가량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경청하는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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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힘 공부 모임 특강자로 나선 민주당 원로

국민공감은 국민의힘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공부 모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주요 부처 장관들이 강사로 주로 초빙돼 정부 핵심 정책 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당정 간 소통 강화에도 힘써왔습니다.

그런데 이 모임에 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강연자로 초대됐습니다.

오늘(9일) 오전, 국민의힘은 유 전 총장을 강연자로 초대해 '한국정치 이대로 괜찮은가?'는 주제로 특강을 열었습니다. 특강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과 원외 인사 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3선 국회의원과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 전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으로, 최근에는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해왔습니다.

사회를 맡은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이자 국민공감 기획간사는 "제가 찾아뵙고 입이 아플 정도로 쓴소리를 부탁했다. 얼마나 아픈 쓴소리를 듣게 될지 저희는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며 유 전 총장을 소개했습니다.

부탁에 호응하듯 유 전 총장의 첫 마디는 "원래 쓴소리는 애정이 있어야 쓴소리를 한다. 제가 이 당에 별로 애정이 없다"였습니다.

의원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 전 총장은 20년 전인 2003년도 이맘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을 하며 양당정치에서 벗어나 선거제 개혁을 제안한 일을 이야기하며 "(특강자로) 흔쾌히 응한 것은 그때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선거제도 개혁이라 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총장은 "훌륭한 사람 모셔다 놓고 왜 (의원 임기) 4년이 지나면 몹쓸 사람이 되는 거냐. 참 비극이라 생각한다"며, "솔직히 말해 들어오실 때 전부 존경받던 분들 여기 와서 한 3년 지났는데 지금은 그때 이미지로 보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그런 현상이 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다 0선인 비극을 불러온 것"이라며, "왜 경륜 쌓고 훌륭한 자원들이 각 당에 있는데도, 한 번도 (국회의원을) 안 한 0선 끼리 붙었다는 건 우리 국회와 정치의 굉장히 위기"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공천 개입' "큰 문제 안 돼"

최근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 공개로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유 전 총장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유 전 총장은 "공천은 상향식으로 가는게 제일 좋은 방향이고, 대통령이 의견 제시하고 당에서 하면 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대통령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있고 하니까 대통령실대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천문제는 자꾸 당 지도부나 어디서 나서서 할 게 아니라 모든 걸 그냥 경선에 맡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자꾸 인위적으로 뭘 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만 생긴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피의자라도 만나야"

유 전 총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을 형사 피의자라도 만났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대선에 졌으면 당 대표에는 안 나가길 바랐는데 본인이 그렇게 선택을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도 돈 봉투 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데 사실은 들켜서 그렇지 전당대회 때 좀 썼을 것 아니냐, 선수끼리"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강연을 듣고 있던 김기현 대표는 "받은 사람 있나 나와보라고 하라"고 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유 전 총장은 선거 때 금품을 제공하면 최대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걸 넘어 "100배까지로 하는 것을 검토해보라. 10만 원 주면 1,000만 원 (과태료) 받는다 하면 겁나서 못 준다고" 했습니다.


지도부 "여당 실력 쌓아야"..."정치 복원 절실"

유 전 사무총장 강연에 앞서 김 대표는 "국민들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능한 정당, 일 잘하는 여당이 국민들이 바라는 첫 번째 판단 기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여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돼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해야 한다는 국민의 절규에 가까운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라며 "유인태 선배를 통해 어떻게 정치를 복원하고 협치할지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8차례 국민공감 특강에서 야권 인사를 초청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특강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특강 중간 '쓴소리가 기대보다 안 나온 것 같아 섭섭하다'는 농담 섞인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여러 질문이 이어졌고, 특강이 1시간 반 가량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경청하는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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