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환경 1년’…결정적 장면들

입력 2023.05.09 (13:04) 수정 2023.05.09 (20: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정부 출범이 내일(10일)로 1년을 맞습니다. 그 중에서 환경부는 지난 1년간 '옷을 바꿔입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변화가 큰 곳이었습니다. 이 분위기가 감지된 장면 몇 가지를 포착했습니다.


■[장면1]대외경제장관회의 참석한 환경부 장관

어제(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환경부와 대외경제,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죠.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예전엔 환경부 장관이 들어가는 회의가 아니었습니다. 2013년부터 대통령령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환경부 장관이 가지 못할 회의에 간 것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때마침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시점에 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회의가 지난 '환경 1년'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수주 때문입니다. 정부가 올해 해외수주 350억 달러를 겨냥하고 있는데, 여기에 환경부가 큰 몫을 잡고 있습니다. 그린수소나 해수담수화, 또 온실가스 국제감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장관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녹색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환경보다는 산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면2]"부담 덜어줬다" 산업계 '반색'…회의장 '난리'

실제로 산업계가 반길만한 정책이 나왔습니다. 먼저 지난 3월에 나온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부문 감축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산업부문 목표치가 14.5%에서 11.4%로 줄었습니다. 3.4%p 낮춰 잡은 이 목표에 산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초 '실행 가능한' 탄소 중립 이행방안을 내세우겠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환경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3월 22일 정책 공청회 현장에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인사말을 시작하자 기습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등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며 "감축의 대부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고 이번 정권에서는 아주 작은 양만을 겨우 감축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산업계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과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CCUS)의 감축 부담을 키웠습니다. 이 사업과 기술은 미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탄녹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고 무리하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면3]"케이블카 감사합니다" 40년만에 '일사천리'…대통령에 '꾸벅'

또 다른 모습은 지난 4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장면입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감사인사'였습니다.

40년 가까이 논란이 이어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환경부가 지난 2월 환경 영향을 최소로 한다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기 때문입니다. 2019년엔 '부동의'로 불허했던 때와는 완전히 정반대 의견이 나왔습니다.

법적 절차상 재보완 기회나 케이블카 입지 평가의 타당성 등을 근거로 진행됐지만, 환경 전문기관의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무릅쓰고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과학적이라기보단 "결론이 정해져 있던 정치적 허가"라는 환경단체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오색 케이블카'는 현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공약이었습니다.

그리고 3월엔 제주2공항 사업도 환경부 문턱을 넘었습니다. 역시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습니다. 입지발표 이후 8년간 답보 상태였던 사업이었습니다.

40년·8년간 논란을 이어온 사업이 유독 지난 몇 달 사이에 탄력을 얻은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컵 보증금제·디스포저…'일회용' 환경 공약?

그런가 하면 강하게 추진하다 삐끗하면서 힘이 빠진 정책도 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입니다.

애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던 것을 급하게 지난해 12월로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시행지역을 전국이 아니라 세종·제주로만 축소했습니다. 강력 시행을 공언하던 환경부 장관은 "1년 정도 지켜보겠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래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를 보면, 2022년 12월 5~11일엔 하루 평균 1회용 컵이 2,464개가 반환됐지만, 2023년 3월 20~26일엔 하루 평균 6,500개가 반환됐습니다.

다만, 이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사용이 급증해 문제로 지목됐던 '배달용기' 등에는 별 제재가 없습니다. 해당 법령은 오로지 '컵'만 보증금제의 대상이 되는 탓입니다. 애초에 정책이 정교하지 않게 수립됐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눈에 띄던 대선공약이었던 '디스포저'(음식물쓰레기 처리기)는 아직 정책 초기 단계입니다. 주택을 신축할 때 싱크대에 분쇄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환경부가 타당성 조사 등 제도개선 용역연구를 시행 중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았고, 올해 하반기 정도에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순하게 결론 낼 사안은 아니다"면서 "연구용역 결과에 시범사업까지 마치려면 제도화되는데 2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환경 1년'이 보인다

이쯤 되면 환경부의 또 다른 1년이 어떻게 진행될지 선명히 보입니다.
이미 올해 부처 업무보고에선 "이번 정부 임기 내 녹색산업 누적 100조 원 수출 달성" 목표도 서슴없이 제시됐습니다.

정부조직법 제39조를 봤습니다.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ㆍ이용ㆍ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다음 '환경 1년'이 정부조직법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얼마나 가까울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윤석열 정부 ‘환경 1년’…결정적 장면들
    • 입력 2023-05-09 13:04:29
    • 수정2023-05-09 20:08:51
    심층K
정부 출범이 내일(10일)로 1년을 맞습니다. 그 중에서 환경부는 지난 1년간 '옷을 바꿔입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변화가 큰 곳이었습니다. 이 분위기가 감지된 장면 몇 가지를 포착했습니다.


■[장면1]대외경제장관회의 참석한 환경부 장관

어제(8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환경부와 대외경제,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죠.
대외경제장관회의는 예전엔 환경부 장관이 들어가는 회의가 아니었습니다. 2013년부터 대통령령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환경부 장관이 가지 못할 회의에 간 것은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다만 때마침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시점에 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회의가 지난 '환경 1년'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수주 때문입니다. 정부가 올해 해외수주 350억 달러를 겨냥하고 있는데, 여기에 환경부가 큰 몫을 잡고 있습니다. 그린수소나 해수담수화, 또 온실가스 국제감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장관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녹색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환경보다는 산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면2]"부담 덜어줬다" 산업계 '반색'…회의장 '난리'

실제로 산업계가 반길만한 정책이 나왔습니다. 먼저 지난 3월에 나온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부문 감축 부담이 확 줄었습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산업부문 목표치가 14.5%에서 11.4%로 줄었습니다. 3.4%p 낮춰 잡은 이 목표에 산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초 '실행 가능한' 탄소 중립 이행방안을 내세우겠다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환경단체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3월 22일 정책 공청회 현장에서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인사말을 시작하자 기습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등은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이라며 "감축의 대부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고 이번 정권에서는 아주 작은 양만을 겨우 감축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산업계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과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CCUS)의 감축 부담을 키웠습니다. 이 사업과 기술은 미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탄녹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고 무리하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면3]"케이블카 감사합니다" 40년만에 '일사천리'…대통령에 '꾸벅'

또 다른 모습은 지난 4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장면입니다. 중앙지방협력회의에 대통령을 포함해 국무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장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감사인사'였습니다.

40년 가까이 논란이 이어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환경부가 지난 2월 환경 영향을 최소로 한다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기 때문입니다. 2019년엔 '부동의'로 불허했던 때와는 완전히 정반대 의견이 나왔습니다.

법적 절차상 재보완 기회나 케이블카 입지 평가의 타당성 등을 근거로 진행됐지만, 환경 전문기관의 부정적인 검토의견을 무릅쓰고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과학적이라기보단 "결론이 정해져 있던 정치적 허가"라는 환경단체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오색 케이블카'는 현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공약이었습니다.

그리고 3월엔 제주2공항 사업도 환경부 문턱을 넘었습니다. 역시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습니다. 입지발표 이후 8년간 답보 상태였던 사업이었습니다.

40년·8년간 논란을 이어온 사업이 유독 지난 몇 달 사이에 탄력을 얻은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컵 보증금제·디스포저…'일회용' 환경 공약?

그런가 하면 강하게 추진하다 삐끗하면서 힘이 빠진 정책도 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입니다.

애초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던 것을 급하게 지난해 12월로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시행지역을 전국이 아니라 세종·제주로만 축소했습니다. 강력 시행을 공언하던 환경부 장관은 "1년 정도 지켜보겠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래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를 보면, 2022년 12월 5~11일엔 하루 평균 1회용 컵이 2,464개가 반환됐지만, 2023년 3월 20~26일엔 하루 평균 6,500개가 반환됐습니다.

다만, 이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사용이 급증해 문제로 지목됐던 '배달용기' 등에는 별 제재가 없습니다. 해당 법령은 오로지 '컵'만 보증금제의 대상이 되는 탓입니다. 애초에 정책이 정교하지 않게 수립됐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눈에 띄던 대선공약이었던 '디스포저'(음식물쓰레기 처리기)는 아직 정책 초기 단계입니다. 주택을 신축할 때 싱크대에 분쇄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환경부가 타당성 조사 등 제도개선 용역연구를 시행 중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았고, 올해 하반기 정도에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순하게 결론 낼 사안은 아니다"면서 "연구용역 결과에 시범사업까지 마치려면 제도화되는데 2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환경 1년'이 보인다

이쯤 되면 환경부의 또 다른 1년이 어떻게 진행될지 선명히 보입니다.
이미 올해 부처 업무보고에선 "이번 정부 임기 내 녹색산업 누적 100조 원 수출 달성" 목표도 서슴없이 제시됐습니다.

정부조직법 제39조를 봤습니다. "환경부 장관은 자연환경, 생활환경의 보전, 환경오염방지, 수자원의 보전ㆍ이용ㆍ개발 및 하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다음 '환경 1년'이 정부조직법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얼마나 가까울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