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돌아온 ‘시리아 학살자’에 미국이 울상?

입력 2023.05.10 (10:50) 수정 2023.05.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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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학 무기로 자국민 천여 명을 학살한 최악의 전쟁 범죄자,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국제 무대로 돌아옵니다.

아랍 국가들이 최근 시리아의 아랍연맹(AL) 복귀를 결정한 건데요.

중동 지역을 넘어 미국과 러시아, 중국까지 세계 정세를 재편하는 의미가 있는데,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하는 게 십여 년 만이라고요?

[기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랍권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이 절정이었던 2011년 퇴출 됐으니까, 거의 12년 만인데요.

지난 7일 아랍연맹이 이집트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22개 아랍연맹 국가 중 13개국이 시리아 복귀에 찬성했습니다.

[아랍연맹 사무총장 : "시리아의 복귀는 변화의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는 다음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알 아사드 정권의 오랜 고립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셈입니다.

[앵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였던 이유부터 되짚어볼까요?

[기자]

'아랍의 봄'은 시리아에도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는데, 알 아사드 정권은 잔혹하게 이 시위를 탄압했습니다.

각종 고문과 폭력이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희생됐죠.

보다 못한 아랍연맹이 시리아의 연맹 회원 자격을 뺏기까지 했지만, 알 아사드 정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위는 시리아 내전으로 커졌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내전으로 숨진 사람만 50만 명에 달하고, 시리아 인구의 절반인 2천3백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심지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은 민간인 마을에 사린 가스 등을 살포해 천 4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권력을 틀어쥔 알아사드 대통령은 2년 전 시리아 대선에서 4선에 성공하며 20년 넘는 독재 정치의 기반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앵커]

내전도 끝날 기미가 없고 독재자도 그대로인 상황인데, 아랍연맹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변한 게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현재 알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대부분 지역에서 반군을 진압했고, 내전은 수년째 교착상태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알 아사드 정권을 보이콧 하는 게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알 아사드 정권을 굴복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겁니다.

반면 내전이 길어지면서 테러와 난민, 마약 같은 문제는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터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시리아의 국제 무대 복귀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요?

[기자]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났었죠.

특히 시리아는 오랜 내전 탓에 피해 규모가 집계조차 안 될 정도였습니다.

지진 뒤, 국제사회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아랍 국가들도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핑계로 시리아에 접근하는 건 논쟁이 덜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시리아와 관계를 회복하고 역내 정치적 불안감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거죠.

[앵커]

국제 사회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줄어든다면 반가운 일이긴 한데요.

미국 등 서방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던데, 독재 정권이라서 비판하는 건가요?

[기자]

그런 면도 없진 않겠지만,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길어지면서 중동 지역을 넘어 강대국들 패권 다툼의 대리전 성격을 띄게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서방은 알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는 반군을 지원했던 반면, 알 아사드 정권은 미국과 갈등 관계인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알 아사드 정권의 국제사회 복귀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라는 측면으로 볼 수 있죠.

여기에 이번 시리아의 복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아랍 종주국, 사우디라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사우디와 시리아는 닫았던 대사관을 11년 만에 다시 열고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는데요.

앞서 사우디가 오랜 앙숙이던 이란과 먼저 관계를 회복한 덕분에 시리아 복귀도 급물살을 탔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사우디와 이란의 사이를 중재해 준 건 바로 중국이었죠.

워싱턴포스트는 "시리아의 국제사회 복귀가 더 큰 지역 재편의 일부"라며,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이 즉각 비판하고 나섰죠?

[기자]

미국 정부는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학살자에게 면책 특권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도 계속 하겠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국 백악관 대변인 : "우리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제재는 계속 효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사실 서방의 제재가 계속되는 한 시리아의 경제, 사회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는 여전히 시리아의 복귀에 반대하는 점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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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돌아온 ‘시리아 학살자’에 미국이 울상?
    • 입력 2023-05-10 10:50:23
    • 수정2023-05-10 11:10:54
    지구촌뉴스
[앵커]

화학 무기로 자국민 천여 명을 학살한 최악의 전쟁 범죄자,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국제 무대로 돌아옵니다.

아랍 국가들이 최근 시리아의 아랍연맹(AL) 복귀를 결정한 건데요.

중동 지역을 넘어 미국과 러시아, 중국까지 세계 정세를 재편하는 의미가 있는데,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하는 게 십여 년 만이라고요?

[기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랍권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이 절정이었던 2011년 퇴출 됐으니까, 거의 12년 만인데요.

지난 7일 아랍연맹이 이집트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22개 아랍연맹 국가 중 13개국이 시리아 복귀에 찬성했습니다.

[아랍연맹 사무총장 : "시리아의 복귀는 변화의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는 다음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알 아사드 정권의 오랜 고립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셈입니다.

[앵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였던 이유부터 되짚어볼까요?

[기자]

'아랍의 봄'은 시리아에도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는데, 알 아사드 정권은 잔혹하게 이 시위를 탄압했습니다.

각종 고문과 폭력이 어른, 아이를 가리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희생됐죠.

보다 못한 아랍연맹이 시리아의 연맹 회원 자격을 뺏기까지 했지만, 알 아사드 정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위는 시리아 내전으로 커졌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내전으로 숨진 사람만 50만 명에 달하고, 시리아 인구의 절반인 2천3백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심지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은 민간인 마을에 사린 가스 등을 살포해 천 4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권력을 틀어쥔 알아사드 대통령은 2년 전 시리아 대선에서 4선에 성공하며 20년 넘는 독재 정치의 기반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앵커]

내전도 끝날 기미가 없고 독재자도 그대로인 상황인데, 아랍연맹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변한 게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현재 알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대부분 지역에서 반군을 진압했고, 내전은 수년째 교착상태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알 아사드 정권을 보이콧 하는 게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알 아사드 정권을 굴복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겁니다.

반면 내전이 길어지면서 테러와 난민, 마약 같은 문제는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터진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 시리아의 국제 무대 복귀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요?

[기자]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났었죠.

특히 시리아는 오랜 내전 탓에 피해 규모가 집계조차 안 될 정도였습니다.

지진 뒤, 국제사회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아랍 국가들도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핑계로 시리아에 접근하는 건 논쟁이 덜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시리아와 관계를 회복하고 역내 정치적 불안감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거죠.

[앵커]

국제 사회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줄어든다면 반가운 일이긴 한데요.

미국 등 서방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던데, 독재 정권이라서 비판하는 건가요?

[기자]

그런 면도 없진 않겠지만,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이 길어지면서 중동 지역을 넘어 강대국들 패권 다툼의 대리전 성격을 띄게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서방은 알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는 반군을 지원했던 반면, 알 아사드 정권은 미국과 갈등 관계인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알 아사드 정권의 국제사회 복귀는 러시아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라는 측면으로 볼 수 있죠.

여기에 이번 시리아의 복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아랍 종주국, 사우디라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사우디와 시리아는 닫았던 대사관을 11년 만에 다시 열고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는데요.

앞서 사우디가 오랜 앙숙이던 이란과 먼저 관계를 회복한 덕분에 시리아 복귀도 급물살을 탔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사우디와 이란의 사이를 중재해 준 건 바로 중국이었죠.

워싱턴포스트는 "시리아의 국제사회 복귀가 더 큰 지역 재편의 일부"라며,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이 즉각 비판하고 나섰죠?

[기자]

미국 정부는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가 학살자에게 면책 특권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도 계속 하겠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국 백악관 대변인 : "우리는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제재는 계속 효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사실 서방의 제재가 계속되는 한 시리아의 경제, 사회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는 여전히 시리아의 복귀에 반대하는 점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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