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청정국 회복 ‘코앞’이었는데…한우 수출 어쩌나

입력 2023.05.11 (11:01) 수정 2023.05.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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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소 사육 농가 3곳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왔고, 모두 '양성'으로 판명됐습니다.

정부는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조치를 즉각 가동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우제류(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이동을 중지했습니다. 중지 명령은 일단은 13일 0시까지입니다.

■ 구제역 청정국 회복, 10년 가깝게 기다렸는데…

국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인데, 발생 시기가 매우 공교롭습니다.

'왜 하필 지금…'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제역 청정국은 둘로 나뉩니다. 백신 미접종 청정국백신 접종 청정국이 있습니다. 알기 쉽게 비교하면, 전자가 더 '깨끗한' 청정국입니다. 구제역이 전혀 발생한 적이 없는 나라란 뜻입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구제역 백신 미접종 청정국이었습니다.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기록된 2010년~2011년 구제역 이후 그 지위는 잃었습니다.

이후 전국의 소와 돼지에 구제역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2014년 5월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으로 지정됩니다. 그나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던 겁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청정국 지위를 상실합니다. 2014년 7월 구제역이 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산발적인 발병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2019년 1월 구제역 발병이 뚝 끊겼습니다. 백신 확대 정책과 사육 농가의 방역 수칙 준수가 효과를 발휘했던 거로 평가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달 21일~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90회 총회에서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2년 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1년 동안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된 증거가 없다'는 요건을 충족했기에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 '1호 계약' 코앞, 한우 수출 악재 어쩌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왜 중요하냐면, 수출 때문입니다.

구제역 비청정국은 청정국으로 소나 돼지 고기를 수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해당국 검역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우는 수출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기준 쇠고기 수출량은 44톤에 그쳤습니다. 수입량의 0.01% 수준이었습니다.

돼지고기도 비슷합니다. 무역 불균형이 비교가 안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숨통을 터줄만한 뉴스가 최근 나왔습니다. 한우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기나긴 협상 끝에 2020년 2월 수입위생조건에 합의했습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할랄 인증(이슬람 율법을 준수한 식품이라는 판정)을 받은 도축장도 1곳 나왔습니다.

최근 한우를 실은 컨테이너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했고, 검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중에 ‘1호 한우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 공식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정부도 한우 수출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공급 과잉 탓에 계속 하락 중인 한우값을 끌어올릴 대안으로 봤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오늘(11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직접 한우 바이어를 상대로 홍보도 하며 힘을 실어줄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면서, 말레이시아 수출 전망은 극히 불투명해졌습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체결한 수입위생조건은 '권역' 단위로 구제역 청정 여부를 따지고 있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도축장은 강원도 홍천에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지역은 충북 청주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두 곳을 동일 권역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한우 수출 성적표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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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서 소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소 사육 농가 3곳에서 의심 신고가 들어왔고, 모두 '양성'으로 판명됐습니다.

정부는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조치를 즉각 가동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우제류(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이동을 중지했습니다. 중지 명령은 일단은 13일 0시까지입니다.

■ 구제역 청정국 회복, 10년 가깝게 기다렸는데…

국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인데, 발생 시기가 매우 공교롭습니다.

'왜 하필 지금…'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제역 청정국은 둘로 나뉩니다. 백신 미접종 청정국백신 접종 청정국이 있습니다. 알기 쉽게 비교하면, 전자가 더 '깨끗한' 청정국입니다. 구제역이 전혀 발생한 적이 없는 나라란 뜻입니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구제역 백신 미접종 청정국이었습니다.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기록된 2010년~2011년 구제역 이후 그 지위는 잃었습니다.

이후 전국의 소와 돼지에 구제역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2014년 5월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으로 지정됩니다. 그나마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던 겁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청정국 지위를 상실합니다. 2014년 7월 구제역이 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산발적인 발병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2019년 1월 구제역 발병이 뚝 끊겼습니다. 백신 확대 정책과 사육 농가의 방역 수칙 준수가 효과를 발휘했던 거로 평가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달 21일~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90회 총회에서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2년 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1년 동안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된 증거가 없다'는 요건을 충족했기에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 '1호 계약' 코앞, 한우 수출 악재 어쩌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왜 중요하냐면, 수출 때문입니다.

구제역 비청정국은 청정국으로 소나 돼지 고기를 수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해당국 검역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우는 수출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기준 쇠고기 수출량은 44톤에 그쳤습니다. 수입량의 0.01% 수준이었습니다.

돼지고기도 비슷합니다. 무역 불균형이 비교가 안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숨통을 터줄만한 뉴스가 최근 나왔습니다. 한우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기나긴 협상 끝에 2020년 2월 수입위생조건에 합의했습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할랄 인증(이슬람 율법을 준수한 식품이라는 판정)을 받은 도축장도 1곳 나왔습니다.

최근 한우를 실은 컨테이너가 말레이시아에 도착했고, 검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중에 ‘1호 한우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 공식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정부도 한우 수출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공급 과잉 탓에 계속 하락 중인 한우값을 끌어올릴 대안으로 봤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오늘(11일) 말레이시아로 출국해 직접 한우 바이어를 상대로 홍보도 하며 힘을 실어줄 방침이었습니다.

그러나 구제역이 다시 발생하면서, 말레이시아 수출 전망은 극히 불투명해졌습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체결한 수입위생조건은 '권역' 단위로 구제역 청정 여부를 따지고 있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도축장은 강원도 홍천에 있습니다. 구제역 발생 지역은 충북 청주입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두 곳을 동일 권역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한우 수출 성적표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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