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휴대전화 시간 늘렸더니…간부도 좋더라?

입력 2023.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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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국방부는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병사들은 평일의 경우 일과 이후부터 저녁 9시까지, 휴일의 경우 오전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4년. 병사들이 외부와의 소통할 수 있게 돼 군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고 군내 부조리에 대한 견제책이 됐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보안 문제와 도박, 마약 등 범죄 연루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문제점도 불거졌습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보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기정 사실이 된 상황입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병사들의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에 찬성하며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늘릴지 말지'가 아닌 '얼마나 늘릴지'를 놓고 고민해 왔습니다.

■ '최소형'은 "효과 없음", '자율형'은 "투 머치"

국방부는 지난해 하반기 군별로 2~3개 부대, 만 7천 명 가량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늘렸습니다. 소지 시간에 따라 '최소형', '중간형', '자율형' 세 가지 형태로 나눠 시범 운영을 실시한 것입니다.


아침 점호부터 오전 8시 반 사이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형'은 병사와 간부 모두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병사들이 점심시간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불만이었습니다. 은행이나 학원 등과 통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과 시간이 아닌 때에는 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간부들의 불편도 커졌습니다. 아침과 저녁 두 차례 휴대전화 회수와 배부를 하다 보니 업무가 늘어난 것입니다.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24시간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자율형'이었습니다. 시범운영 전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병사들은 80% 넘는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은 야간에 드러났습니다. 취침시간 이후에는 사용하면 안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병사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야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당연히 다음날 일과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를 통제해야하는 간부들도 일일이 위반자를 찾고 징계를 내리는 것을 곤란해 했습니다.

국방부는 '중간형'을 절충안으로 꼽았습니다. 아침 점호 뒤에 휴대전화를 나눠주고 종일 소지하고 있다 밤 9시에 회수하는 것입니다. 이 중간형에 대한 시범실시 결과 병사는 물론 간부들에게도 '순기능'이 발견됐습니다. 공지 사항 전파가 쉬워지다 보니 효율성이 높아져 부대관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입니다. 실제로 소지 시간 확대에 찬성한다는 간부들의 의견이 시범운영 전에는 60% 수준이었다가 시범운영 후 77%까지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 병·간부 모두 "소지 시간 확대 긍정적"…하반기 시범운영 확대

현역 복무 중인 병사들은 '중간형'으로라도 휴대전화 소지 시간이 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육군으로 복무 중인 20대 A 씨는 "일과 때 전화가 없어서 작업을 가면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있다"며 "취침을 보장하기 위해 저녁에는 반납해야겠지만 가능하다면 일과 시작부터 취침 전까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 있는 간부들은 시간 확대의 효과에 동의하면서도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일선 부대에 있는 B 간부는 "휴대전화 사용으로 왕따나 가혹행위가 확실히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C 간부는 "추가로 스마트워치와 태블릿에 대한 통제 완화를 원하는 병사가 늘었다"며 "과도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경계 근무 등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방부는 7월부터 전군의 20%에 달하는 45개 부대, 6만 명을 대상으로 '중간형' 모델을 확대 시범실시합니다. 일선의 우려를 반영해 보완책도 마련했습니다. 경계근무 등 임무 수행 중에는 소지하지 못하게 하고 사용수칙을 위반할 경우 중요도에 따라 외출 제한부터 징계까지 세분화된 제재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국방부는 시범운영을 통해 보완대책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향후 확대 방향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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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사 휴대전화 시간 늘렸더니…간부도 좋더라?
    • 입력 2023-05-12 07: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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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국방부는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병사들은 평일의 경우 일과 이후부터 저녁 9시까지, 휴일의 경우 오전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4년. 병사들이 외부와의 소통할 수 있게 돼 군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고 군내 부조리에 대한 견제책이 됐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보안 문제와 도박, 마약 등 범죄 연루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문제점도 불거졌습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보다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기정 사실이 된 상황입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병사들의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에 찬성하며 국정 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늘릴지 말지'가 아닌 '얼마나 늘릴지'를 놓고 고민해 왔습니다.

■ '최소형'은 "효과 없음", '자율형'은 "투 머치"

국방부는 지난해 하반기 군별로 2~3개 부대, 만 7천 명 가량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늘렸습니다. 소지 시간에 따라 '최소형', '중간형', '자율형' 세 가지 형태로 나눠 시범 운영을 실시한 것입니다.


아침 점호부터 오전 8시 반 사이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형'은 병사와 간부 모두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병사들이 점심시간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불만이었습니다. 은행이나 학원 등과 통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과 시간이 아닌 때에는 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간부들의 불편도 커졌습니다. 아침과 저녁 두 차례 휴대전화 회수와 배부를 하다 보니 업무가 늘어난 것입니다.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24시간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자율형'이었습니다. 시범운영 전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병사들은 80% 넘는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은 야간에 드러났습니다. 취침시간 이후에는 사용하면 안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병사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야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당연히 다음날 일과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를 통제해야하는 간부들도 일일이 위반자를 찾고 징계를 내리는 것을 곤란해 했습니다.

국방부는 '중간형'을 절충안으로 꼽았습니다. 아침 점호 뒤에 휴대전화를 나눠주고 종일 소지하고 있다 밤 9시에 회수하는 것입니다. 이 중간형에 대한 시범실시 결과 병사는 물론 간부들에게도 '순기능'이 발견됐습니다. 공지 사항 전파가 쉬워지다 보니 효율성이 높아져 부대관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입니다. 실제로 소지 시간 확대에 찬성한다는 간부들의 의견이 시범운영 전에는 60% 수준이었다가 시범운영 후 77%까지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 병·간부 모두 "소지 시간 확대 긍정적"…하반기 시범운영 확대

현역 복무 중인 병사들은 '중간형'으로라도 휴대전화 소지 시간이 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육군으로 복무 중인 20대 A 씨는 "일과 때 전화가 없어서 작업을 가면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있다"며 "취침을 보장하기 위해 저녁에는 반납해야겠지만 가능하다면 일과 시작부터 취침 전까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 있는 간부들은 시간 확대의 효과에 동의하면서도 보완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일선 부대에 있는 B 간부는 "휴대전화 사용으로 왕따나 가혹행위가 확실히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C 간부는 "추가로 스마트워치와 태블릿에 대한 통제 완화를 원하는 병사가 늘었다"며 "과도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경계 근무 등 업무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방부는 7월부터 전군의 20%에 달하는 45개 부대, 6만 명을 대상으로 '중간형' 모델을 확대 시범실시합니다. 일선의 우려를 반영해 보완책도 마련했습니다. 경계근무 등 임무 수행 중에는 소지하지 못하게 하고 사용수칙을 위반할 경우 중요도에 따라 외출 제한부터 징계까지 세분화된 제재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국방부는 시범운영을 통해 보완대책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향후 확대 방향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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