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출산 국가, 작년에도 142명 해외입양…“입양아 눈물 안 보이나요”

입력 2023.05.12 (07:00) 수정 2023.05.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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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에도 해외입양 142명

모두가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지면서 인구소멸 논란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늘 그랬지만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한 명 한 명의 어린 아이가 소중해진 지금, 정부 통계자료 하나에 눈길이 갑니다. 어제(5월 11일) 입양의 날을 기념하며, 지난해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들이 입양됐는지 조사한 결과였는데요.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는 324명의 아이를 입양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절반에 근접한 수준인 43.8%에 해당하는 142명은 해외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56.2%인 182명은 국내입양이었습니다.


■ 10년 동안 변함없는 국내입양과 해외입양 비율 6 대 4

입양아 10명 중 4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 간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10여 년 전인 2012년에도 1,880명 정도가 입양됐는데 그중 약 40%인 755명은 해외입양이었습니다.

그 이후 2013년과 2015년 두 해만 빼고는 매년 입양아 수는 감소세지만 국내입양과 해외입양 비율은 6대 4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42명이 해외로 입양된 2022년. 말문이 트기도 전 생면부지 타국으로 떠났던 한국출신 입양아들이 고국을 향해 동의 없는 해외입양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목소리를 냈던 해이기도 합니다.

23년 1월 27일 KBS 뉴스 9 「“왜 나라에서 추방돼야 했나요”…국가에 책임 묻는 입양인들」23년 1월 27일 KBS 뉴스 9 「“왜 나라에서 추방돼야 했나요”…국가에 책임 묻는 입양인들」

고아원에 잠시 맡겨졌다가 친부모 동의 없이 프랑스로 입양돼 양부모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한 김유리 씨 사연을 담은 KBS 시사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현재 조회 수 900만 뷰를 넘겼고, 관련 사연을 담은 KBS 뉴스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해외입양 피해를 봤다며 2022년  국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한 애덤 크랩서 씨해외입양 피해를 봤다며 2022년 국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한 애덤 크랩서 씨

미국으로 3살 때 입양됐지만 거듭된 학대와 파양 끝에 미국 시민권 문제로 한국으로 추방당한 애덤 크랩서 씨는 해외 입양인 최초로 국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소송의 1심 선고가
다음 주인 16일 예정돼 있습니다.

■ 해외입양인들 국가 상대로 첫 소송까지 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

입양 전문가들은 이런 해외 입양인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로 무분별한 해외 입양이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국내외 입양 비율은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출산 여파로 입양아 수도 10여 년 전 천 명대에서 5백 명 대 이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40% 정도는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현실은 문제라는 겁니다.

해외 입양인들이 겪는 문제를 오랫동안 살펴온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은 "해외입양을 무조건 악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채 살아야 하는 해외입양인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라며 "국가 발전 수준에 맞게 해외 입양을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정부, 입양 국가책임제로 전환 준비중…입양특례법 개정안 등 국회 심사중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하에 해외입양을 줄이고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아동정책 추진 방향을 지난 달 13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민간 입양기관에서 했던 보호 대상 아동의 국내외 입양과 일반아동의 국제입양을 국가 책임하에 수행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입양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입양을 원하는 부모에 대한 상담과 입양 후 조사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더 개입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입양기록을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관리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민간 입양기관에서 입양 갈 아동과 부모를 연결해 주고 있고, 입양 기록 역시 개별 입양기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해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독려하는 정책적 기반이 시행되려면 법 개정이 이뤄줘야 합니다. 현재 입양특례법 개정안과 국제입양법 제정안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2년 안에 법 시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련 법이 시행되면 복지부는 아동 중심 입양과 국제 입양 최소화 원칙이 담겨있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 국회 비준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시기는 이르면 2025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입양 아동 권리 우선 존중, 문화적 정체성 등을 존중하기 위해 국제입양 최소화하자는 헤이그 협약이 국내에서도 적용되기까지 아직 몇 년이 더 남아있는 것입니다.

■ 관련법 시행까지 최소 2년 전망…"공백기 해외입양 최소화하도록 정부 노력해야"

하지만, 2025년 전까지 소중한 우리나라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해외 입양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영아의 아기들만 입양을 선호하고, 장애아동은 입양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해외로 입양된 아기의 97.9%인 139명은 3세 미만이었습니다. 3세 이상의 해외입양은 1.4%인 2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국내입양된 3세 이상 아동 비율인 7%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입양보다 해외입양이 수익이 더 높고, 사후관리는 할 것이 없어 해외입양을 선호했던 과거의 악습은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법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그 공백 기간에 더 나서서 해외입양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몇 해 전 보건복지부는 너무 어린 영아들의 해외입양을 자제해달라고 민간기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12개월이 안 된 영아 한 명은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2020년 국제입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콜롬비아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해외입양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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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5-12 09: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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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에도 해외입양 142명

모두가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지면서 인구소멸 논란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늘 그랬지만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한 명 한 명의 어린 아이가 소중해진 지금, 정부 통계자료 하나에 눈길이 갑니다. 어제(5월 11일) 입양의 날을 기념하며, 지난해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들이 입양됐는지 조사한 결과였는데요.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는 324명의 아이를 입양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절반에 근접한 수준인 43.8%에 해당하는 142명은 해외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56.2%인 182명은 국내입양이었습니다.


■ 10년 동안 변함없는 국내입양과 해외입양 비율 6 대 4

입양아 10명 중 4명 정도가 해외로 입양 간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10여 년 전인 2012년에도 1,880명 정도가 입양됐는데 그중 약 40%인 755명은 해외입양이었습니다.

그 이후 2013년과 2015년 두 해만 빼고는 매년 입양아 수는 감소세지만 국내입양과 해외입양 비율은 6대 4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42명이 해외로 입양된 2022년. 말문이 트기도 전 생면부지 타국으로 떠났던 한국출신 입양아들이 고국을 향해 동의 없는 해외입양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목소리를 냈던 해이기도 합니다.

23년 1월 27일 KBS 뉴스 9 「“왜 나라에서 추방돼야 했나요”…국가에 책임 묻는 입양인들」
고아원에 잠시 맡겨졌다가 친부모 동의 없이 프랑스로 입양돼 양부모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한 김유리 씨 사연을 담은 KBS 시사프로그램은 유튜브에서 현재 조회 수 900만 뷰를 넘겼고, 관련 사연을 담은 KBS 뉴스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해외입양 피해를 봤다며 2022년  국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한 애덤 크랩서 씨
미국으로 3살 때 입양됐지만 거듭된 학대와 파양 끝에 미국 시민권 문제로 한국으로 추방당한 애덤 크랩서 씨는 해외 입양인 최초로 국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소송의 1심 선고가
다음 주인 16일 예정돼 있습니다.

■ 해외입양인들 국가 상대로 첫 소송까지 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

입양 전문가들은 이런 해외 입양인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로 무분별한 해외 입양이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국내외 입양 비율은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출산 여파로 입양아 수도 10여 년 전 천 명대에서 5백 명 대 이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40% 정도는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현실은 문제라는 겁니다.

해외 입양인들이 겪는 문제를 오랫동안 살펴온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은 "해외입양을 무조건 악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채 살아야 하는 해외입양인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라며 "국가 발전 수준에 맞게 해외 입양을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정부, 입양 국가책임제로 전환 준비중…입양특례법 개정안 등 국회 심사중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하에 해외입양을 줄이고 국내입양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아동정책 추진 방향을 지난 달 13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민간 입양기관에서 했던 보호 대상 아동의 국내외 입양과 일반아동의 국제입양을 국가 책임하에 수행하는 체계로 바꾸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에 입양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입양을 원하는 부모에 대한 상담과 입양 후 조사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더 개입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입양기록을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관리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민간 입양기관에서 입양 갈 아동과 부모를 연결해 주고 있고, 입양 기록 역시 개별 입양기관에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해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독려하는 정책적 기반이 시행되려면 법 개정이 이뤄줘야 합니다. 현재 입양특례법 개정안과 국제입양법 제정안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2년 안에 법 시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련 법이 시행되면 복지부는 아동 중심 입양과 국제 입양 최소화 원칙이 담겨있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 국회 비준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시기는 이르면 2025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입양 아동 권리 우선 존중, 문화적 정체성 등을 존중하기 위해 국제입양 최소화하자는 헤이그 협약이 국내에서도 적용되기까지 아직 몇 년이 더 남아있는 것입니다.

■ 관련법 시행까지 최소 2년 전망…"공백기 해외입양 최소화하도록 정부 노력해야"

하지만, 2025년 전까지 소중한 우리나라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해외 입양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국내에서는 영아의 아기들만 입양을 선호하고, 장애아동은 입양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해 해외로 입양된 아기의 97.9%인 139명은 3세 미만이었습니다. 3세 이상의 해외입양은 1.4%인 2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국내입양된 3세 이상 아동 비율인 7%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입양보다 해외입양이 수익이 더 높고, 사후관리는 할 것이 없어 해외입양을 선호했던 과거의 악습은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법 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그 공백 기간에 더 나서서 해외입양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몇 해 전 보건복지부는 너무 어린 영아들의 해외입양을 자제해달라고 민간기관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12개월이 안 된 영아 한 명은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2020년 국제입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콜롬비아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해외입양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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