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300만 년 생존 비결…“생물 다양성 찾아 이동”

입력 2023.05.12 (10:51) 수정 2023.05.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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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인 호모종이 선호한 다양한 생물 군계가 있는 자연 환경. 왼쪽부터 사바나, 초원, 아열대 지역이 함께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 환경’을 나타내고 있다.(Copyright, IBS 기후물리 연구단)인류의 조상인 호모종이 선호한 다양한 생물 군계가 있는 자연 환경. 왼쪽부터 사바나, 초원, 아열대 지역이 함께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 환경’을 나타내고 있다.(Copyright, IBS 기후물리 연구단)

빙하기 등 혹독한 기후 변화를 거치면서도 인류가 300만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그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300만 년에 걸친 기후·식생 모델 시뮬레이션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인류의 조상이 살고 싶어 했던 '주거 선호지역' 을 분석한 건데, 해당 연구 결과는 오늘(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게재됐습니다.

300만 년치 기후·식생 변화 슈퍼컴퓨터로 분석

연구진은 우선 슈퍼 컴퓨터를 활용해 과거 300만 년 동안 기온과 강수량 변화 등 기후 자료를 만들고, 이에 기반한 식생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300만 년 치 식생 모델 구축은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 가장 긴 기간입니다.

이 자료를 다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유적지와 화석 등 3,232개의 방대한 고고학 자료에 대입했습니다.

그 결과 인류의 조상인 '호모종'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 유형을 분류하고, 각 호모종이 선호한 자연 환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생물 군계는 비슷한 기후나 식물, 동물군으로 특징지어진 지역을 말하는데, 연구팀은 열대우림, 아열대, 사바나, 초원 등 11가지로 나눴습니다.

■아프리카 초원 거쳐 유라시아로... '다양한 생물 군계' 적응력 높여

200~3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습니다.

이후 약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해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기술들도 개발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호모종 진화와 식생 변화 연표호모종 진화와 식생 변화 연표

다양한 환경에 대한 높은 적응력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인류의 직계 조상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졌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전의 어떤 호모종보다 유능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의 높은 적응력 덕분이라는 분석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적응력을 기반으로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과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팀머만 단장은 "초창기 호모종은 한 생태계만 살 수 있던 '스페셜리스트'였다면 점점 진화해가면서 여러 곳에 적응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로 변해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기 인류가 선호한 거주지는?...다양한 동·식물 있는 곳에 밀집

호모종이 선호한 거주지 역시 생물 군계의 다양성 높은 곳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 환경'을 인류의 조상들이 선호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런 다양성 추구가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줘서 극한의 변화에도 호모종이 회복력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모종별 생물 군계 선호도. 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관목지대에 주로 거주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우림부터, 사막, 빙상 등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호모종별 생물 군계 선호도. 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관목지대에 주로 거주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우림부터, 사막, 빙상 등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

제1저자인 엘크 젤러 IBS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연구원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며 "초기 인류의 생존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팀머만 단장은 "이전까지는 호모종이 한 지역에서만 살면서 기후가 바뀔 때마다 바뀐 생태계에 적응했다 생각했다"며 "오히려 다양한 생태가 있는 곳으로 찾아다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가설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와 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해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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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의 300만 년 생존 비결…“생물 다양성 찾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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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인 호모종이 선호한 다양한 생물 군계가 있는 자연 환경. 왼쪽부터 사바나, 초원, 아열대 지역이 함께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 환경’을 나타내고 있다.(Copyright, IBS 기후물리 연구단)
빙하기 등 혹독한 기후 변화를 거치면서도 인류가 300만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그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300만 년에 걸친 기후·식생 모델 시뮬레이션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인류의 조상이 살고 싶어 했던 '주거 선호지역' 을 분석한 건데, 해당 연구 결과는 오늘(1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게재됐습니다.

300만 년치 기후·식생 변화 슈퍼컴퓨터로 분석

연구진은 우선 슈퍼 컴퓨터를 활용해 과거 300만 년 동안 기온과 강수량 변화 등 기후 자료를 만들고, 이에 기반한 식생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300만 년 치 식생 모델 구축은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 가장 긴 기간입니다.

이 자료를 다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의 유적지와 화석 등 3,232개의 방대한 고고학 자료에 대입했습니다.

그 결과 인류의 조상인 '호모종' 서식 지역의 생물 군계 유형을 분류하고, 각 호모종이 선호한 자연 환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생물 군계는 비슷한 기후나 식물, 동물군으로 특징지어진 지역을 말하는데, 연구팀은 열대우림, 아열대, 사바나, 초원 등 11가지로 나눴습니다.

■아프리카 초원 거쳐 유라시아로... '다양한 생물 군계' 적응력 높여

200~3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초창기 호모종(호모 에르가스터, 호모 하빌리스)은 초원과 건조 관목지대 등 개방된 환경에서만 살았습니다.

이후 약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등은 유라시아로 이주해 온대림과 냉대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군계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기술들도 개발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호모종 진화와 식생 변화 연표
다양한 환경에 대한 높은 적응력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인류의 직계 조상 호모 사피엔스로 이어졌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성, 유연성, 경쟁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전의 어떤 호모종보다 유능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의 높은 적응력 덕분이라는 분석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적응력을 기반으로 다른 호모종이 개척하지 못한 사막과 툰드라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팀머만 단장은 "초창기 호모종은 한 생태계만 살 수 있던 '스페셜리스트'였다면 점점 진화해가면서 여러 곳에 적응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로 변해 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기 인류가 선호한 거주지는?...다양한 동·식물 있는 곳에 밀집

호모종이 선호한 거주지 역시 생물 군계의 다양성 높은 곳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자원이 가까이 있는 '모자이크식 자연 환경'을 인류의 조상들이 선호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런 다양성 추구가 도구 개발과 인지 능력에 영향을 줘서 극한의 변화에도 호모종이 회복력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모종별 생물 군계 선호도. 초창기 호모종은 초원과 관목지대에 주로 거주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우림부터, 사막, 빙상 등 다양한 생물 군계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었다.
제1저자인 엘크 젤러 IBS 기후물리 연구단 학생연구원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사회 문화적 발전을 위한 잠재적 원동력임을 확인했다"며 "초기 인류의 생존 전략에 대한 전례 없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팀머만 단장은 "이전까지는 호모종이 한 지역에서만 살면서 기후가 바뀔 때마다 바뀐 생태계에 적응했다 생각했다"며 "오히려 다양한 생태가 있는 곳으로 찾아다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가설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팀머만 단장은 "인류학에 기후와 식생 모델링 연구를 접목해 세계 최초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류 조상의 거주지 선호도를 대륙 규모로 입증했다"며 "호모종에 대한 '다양성 선택 가설'을 새롭게 제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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