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1순위” 참여연대 공격에 “권력연대” 한동훈 반격…사흘째 설전
입력 2023.05.12 (17:00)
수정 2023.05.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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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저를 ‘정치검사’라고 했습니다. 정치검사라는 말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잘 보이기 위해 수사하는 검사’를 말하는 걸텐데, 제가 20여 년간 한 수사 중 ‘단 하나라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 한동훈 장관, 오늘(12일) |
한동훈 장관과 참여연대의 '설전'이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사흘째입니다.
기관을 대표하는 장관과 시민단체가 직접 날 선 발언을 주고 받는 것도 모자라, 며칠 동안 설전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 낯선 풍경입니다.
발언의 수준도 낮지 않습니다.
한 장관은 오늘(12일) 입장문에서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 기다리다가, 정권 바뀌어 번호표 끊기자마자 다시 심판인 척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참여연대가 심판인 척 않고 그냥 주전 선수 자격으로 말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고 비꼬았습니다.
이쯤 되면, '감정싸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낯설기만 한 장관과 시민단체의 말싸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 참여연대 "한동훈, 교체해야 할 공직자 중 1등"
시작은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책임 있는 공직자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참여연대가 우선 교체해야 할 인물로 지목한 공직자 중 1등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한 장관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고, 위법적 '검수원복' 시행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정부가 권력기관 요직에 검사들을 집중 배치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른바 '검사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한 장관에 뒤이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교체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이 중 한 장관만 공식 입장을 내고 참여연대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참여연대’든 누구든 의견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만, 왜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 참여연대를 중립적인 시민단체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동훈 "참여연대, 양심에 찔려서라도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 하기 어려울것"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설전'은 이튿날 다시 한번 불 붙었습니다.
참여연대는 한동훈 장관이 전날 사용한 문장과 비슷한 구조로 한 장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장관이든, 누구든 시민단체를 비판할 수 있지만, 왜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를 공정한 국가기구로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 참여연대, 어제(11일) |
자신이 했던 말을 돌려받자 한 장관은 한층 더 격한 어조로 참여연대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참여연대가 지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참여연대 정부’라고까지 불렸던 지난 민주당 정권 5년 내내, ‘참여연대’가 순번 정해 번호표 뽑듯 권력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에 ‘참여’하고 권력과 ‘연대’해 온 것을 국민들께서 생생히 기억하고 계십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민주당 정권 요직’이나 ‘민주당 의원’이 된 사람들을 한 번만 세어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지금처럼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한다고 국민들께서 속지 않으실 겁니다. 게다가 박원순 전 시장 다큐 같은 건에는 한 마디도 안 하는 걸 보면, 앞으로 공정한 심판을 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 어제(11일) |
그러자, 참여연대는 ‘한 장관의 재반박’에 대해 다시 입장을 내고 "참여연대는 지난 25년간 어떤 정권에서도 정부보조금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다. 참여연대를 깎아내린다고 ‘검사의 나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반박했습니다.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우는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전·현직 검사와 검찰 공무원들이 대통령실 등 권력 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 어록이냐, 말싸움이냐
한 장관의 오늘 입장문은 어제 참여연대가 마지막으로 낸 반박에 대한 재반박입니다.
모든 말싸움이 그렇듯, 한 장관과 시민단체의 이번 설전도 한 장관의 반박-참여연대 반박-한 장관의 재반박으로 이어지며 시간이 갈수록 내용도, 어투도 거칠어 지고 있습니다.
특히 장관이 직접 시민단체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반박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인 경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 장관은 다변가(多辯家)이자, 달변가(達辯家)이기도 합니다.
한 장관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어록'이 생성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말싸움에만 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지난달 SNS 등에서는 '편의점에 간 한동훈'이라는 제목의 웹툰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 장관이 국회 등에 출석해 자주 쓰는 이른바 '반문 화법' 등을 패러디 한 내용이었는데, 이 웹툰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전에는 정치권에서 이런 걸 왜곡해서 만들어 돌리고 하면 국민들께서 그것만 보시고 판단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실제로 생생하게 유튜브로 질문 답변 전 과정을 다 봅니다. 다 보시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잘 통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 한동훈 장관, 지난달 7일 |
한동훈 장관은 이번 논쟁에서 참여연대를 향해서도 "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 한다고 국민들께서 속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례적'이면서도 '익숙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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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출 1순위” 참여연대 공격에 “권력연대” 한동훈 반격…사흘째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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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5-12 17:00:02
- 수정2023-05-12 17:29:25
참여연대가 저를 ‘정치검사’라고 했습니다. 정치검사라는 말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잘 보이기 위해 수사하는 검사’를 말하는 걸텐데, 제가 20여 년간 한 수사 중 ‘단 하나라도’ 그런 것이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 한동훈 장관, 오늘(12일) |
한동훈 장관과 참여연대의 '설전'이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사흘째입니다.
기관을 대표하는 장관과 시민단체가 직접 날 선 발언을 주고 받는 것도 모자라, 며칠 동안 설전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 낯선 풍경입니다.
발언의 수준도 낮지 않습니다.
한 장관은 오늘(12일) 입장문에서 "5년 내내 정권 요직에 들어갈 번호표 뽑고 순서 기다리다가, 정권 바뀌어 번호표 끊기자마자 다시 심판인 척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참여연대가 심판인 척 않고 그냥 주전 선수 자격으로 말한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고 비꼬았습니다.
이쯤 되면, '감정싸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낯설기만 한 장관과 시민단체의 말싸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 참여연대 "한동훈, 교체해야 할 공직자 중 1등"
시작은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책임 있는 공직자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참여연대가 우선 교체해야 할 인물로 지목한 공직자 중 1등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한 장관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했고, 위법적 '검수원복' 시행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한숨만 나온다"며 정부가 권력기관 요직에 검사들을 집중 배치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른바 '검사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한 장관에 뒤이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교체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이 중 한 장관만 공식 입장을 내고 참여연대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참여연대’든 누구든 의견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만, 왜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 참여연대를 중립적인 시민단체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동훈 "참여연대, 양심에 찔려서라도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 하기 어려울것"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설전'은 이튿날 다시 한번 불 붙었습니다.
참여연대는 한동훈 장관이 전날 사용한 문장과 비슷한 구조로 한 장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장관이든, 누구든 시민단체를 비판할 수 있지만, 왜 검찰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검사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를 공정한 국가기구로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 참여연대, 어제(11일) |
자신이 했던 말을 돌려받자 한 장관은 한층 더 격한 어조로 참여연대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참여연대가 지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직접 거론했습니다.
‘참여연대 정부’라고까지 불렸던 지난 민주당 정권 5년 내내, ‘참여연대’가 순번 정해 번호표 뽑듯 권력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에 ‘참여’하고 권력과 ‘연대’해 온 것을 국민들께서 생생히 기억하고 계십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민주당 정권 요직’이나 ‘민주당 의원’이 된 사람들을 한 번만 세어본다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지금처럼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한다고 국민들께서 속지 않으실 겁니다. 게다가 박원순 전 시장 다큐 같은 건에는 한 마디도 안 하는 걸 보면, 앞으로 공정한 심판을 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 어제(11일) |
그러자, 참여연대는 ‘한 장관의 재반박’에 대해 다시 입장을 내고 "참여연대는 지난 25년간 어떤 정권에서도 정부보조금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다. 참여연대를 깎아내린다고 ‘검사의 나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반박했습니다.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우는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전·현직 검사와 검찰 공무원들이 대통령실 등 권력 요직을 차지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을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 어록이냐, 말싸움이냐
한 장관의 오늘 입장문은 어제 참여연대가 마지막으로 낸 반박에 대한 재반박입니다.
모든 말싸움이 그렇듯, 한 장관과 시민단체의 이번 설전도 한 장관의 반박-참여연대 반박-한 장관의 재반박으로 이어지며 시간이 갈수록 내용도, 어투도 거칠어 지고 있습니다.
특히 장관이 직접 시민단체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반박하는 모습은 분명 '이례적인 경우'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 장관은 다변가(多辯家)이자, 달변가(達辯家)이기도 합니다.
한 장관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어록'이 생성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말싸움에만 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지난달 SNS 등에서는 '편의점에 간 한동훈'이라는 제목의 웹툰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 장관이 국회 등에 출석해 자주 쓰는 이른바 '반문 화법' 등을 패러디 한 내용이었는데, 이 웹툰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전에는 정치권에서 이런 걸 왜곡해서 만들어 돌리고 하면 국민들께서 그것만 보시고 판단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실제로 생생하게 유튜브로 질문 답변 전 과정을 다 봅니다. 다 보시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잘 통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 한동훈 장관, 지난달 7일 |
한동훈 장관은 이번 논쟁에서 참여연대를 향해서도 " 5년 내내 한쪽 팀 ‘주전 선수’로 뛰다가 갑자기 ‘심판’인 척 한다고 국민들께서 속지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례적'이면서도 '익숙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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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기자 kbs03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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